신탁등기된 부동산, 임차인의 권리 어디까지 보호되나?

신탁부동산에서 임차인의 지위는 ① 임대차가 신탁 설정 이전인지 이후인지 ② 임대인이 수탁자인지 위탁자인지 그리고 ③ 우선수익자 등 신탁원부에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으면 대항력이나 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먼저 신탁 설정 전에 이미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라면 임차인은 안심해도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후 신탁이 이루어졌다면 수탁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임차인은 수탁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공매가 진행되더라도 매수인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도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2000다70460 판결).
반면 신탁이 먼저 이루어진 뒤 수탁자가 직접 임대한 경우에는 수탁자가 명백한 임대인이다. 이때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면 수탁자는 물론 공매 매수인도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게 된다. 일반 임대차관계와 유사해 보이지만 임대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이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유형은 신탁 이후에도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계속 임대차를 체결하는 경우다. 특히 신탁원부에 "보증금 반환의무는 위탁자가 부담하고 수탁자는 책임지지 아니한다"고 기재된 경우가 그렇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됐다면 제3자인 임차인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본다(2019다300095 판결 등). 즉 임차인은 대항력은 유지하지만 보증금 반환청구의 상대방은 수탁자가 아닌 위탁자다. 결과적으로 '집은 계속 살 수 있으나 보증금은 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신탁 전세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수탁자 동의 없이 위탁자가 무단으로 임대한 경우 그 임대차는 무권대리행위에 불과하다.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며 결국 보증금 반환을 위탁자 개인에게만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신탁등기가 보이는 부동산이라면 반드시 신탁원부를 열람해 임대권한 부여조항과 수탁자 동의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신탁이 종료되어 소유권이 다시 위탁자에게 돌아온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면 임차인은 그 즉시 대항력을 취득하고 그 이후 근저당권자나 경매 매수인에게도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2018다44879 판결).
요컨대 신탁등기가 된 부동산의 임대차관계는 일반 부동산보다 훨씬 복잡하다. 임차인은 계약서만 의지하기보다 등기부, 신탁원부, 신탁계약 조항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신탁원부의 '보증금 반환의무 귀속' 조항은 보증금 회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신탁을 악용한 전세사기가 확산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법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피해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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