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자율주행, 더이상 '기술'이 아니다

김희선 2026. 1. 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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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CES는 언제나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새로운 기술은 더 빠르고, 더 똑똑하며, 더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했고, 관람객은 그 '새로움'을 확인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그러나 CES 2026의 공기는 분명 달라졌다. 이번 전시는 "무엇이 새로 나왔는가"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무엇이 이미 산업의 핵심이 되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완성차도, 개별 센서도 아닌 거대한 플랫폼으로 진화한 자율주행이 놓여 있다.

CES 2026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자율주행의 전장(戰場)이 도로 위에서 시스템 내부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과거 전시가 인식 정확도나 라이다 해상도를 경쟁적으로 나열하던 공간이었다면, 이번 CES의 주인공은 AI 스택, 데이터 파이프라인, 디지털 트윈,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인프라였다.

이 변화는 자율주행의 정의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운전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다. 수많은 차량이 만들어내는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학습·배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이터 머신, 다시 말해 하나의 운영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데이터 자산화라는 키워드는, 자율주행 경쟁이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운영의 문제로 넘어왔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은 단연 지능형 콕핏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몰입형 사용자환경(UI), 개인화된 콘텐츠는 자율주행의 미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그러나 CES 2026은 이 콕핏을 자율주행의 목적지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지능화가 만들어낸 결과물, 즉 표면에 드러난 인터페이스에 불과했다.

콕핏의 진화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간은 점점 운전 행위에서 멀어지고 있고, 차량은 스스로 판단한 결과를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 CES 2026에서 콕핏은 더 이상 인테리어가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이 내린 판단과 데이터가 인간과 만나는 최종 접점으로 위치를 잡고 있다.

이번 CES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 흐름은 자율주행이 개별 차량의 지능을 넘어 집단 지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를 피하는 한 대의 똑똑한 차보다, 수만 대의 차량이 동시에 학습하고 진화하는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했다.

한 차량이 경험한 위기 상황은 더 이상 그 차량만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데이터는 즉시 전체 플릿의 학습 자산이 되고, 알고리즘은 이를 반영해 다시 모든 차량의 행동을 수정한다. 이 순환 구조는 자율주행이 이제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유기체처럼 학습하고 적응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율주행AI 모델 알파마요 소개하는 젠슨 황 자율주행AI 모델 알파마요 소개하는 젠슨 황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자율주행AI 모델 알파마요를 소개하고 있다. 2026.1.6 [공동취재] ksm7976@yna.co.kr

한국의 자율주행은 뜨거운 열정 속에서 실증 노선을 넓히고 하드웨어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려 왔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CES 2026은 우리에게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은 무엇을 설계하고 있는가?"

특정 구간을 사고 없이 달리는 성능 경쟁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인프라, AI를 운영하는 거버넌스, 그리고 이를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설계 능력에 있다. K-자율주행의 다음 과제는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느냐"가 아니라, "자율주행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산업 표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CES 2026은 화려한 기술 쇼케이스라기보다, 냉정한 산업 현장이었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전시장의 스타가 아니다. 대신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조용히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시장은 "자율주행이 가능한가?"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누가 이 거대한 지능형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도전기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기술을 따라가는 나라에서, 기술의 의미를 정의하는 나라로의 도약. 그것이 CES 2026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무거운 숙제다.

LG이노텍, CES 2026 모빌리티 전시관 운영 (서울=연합뉴스) LG이노텍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인공지능 정의 차량(AIDV) 시대를 이끌 모빌리티 혁신 설루션을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CES 2026 LG이노텍 모빌리티 전시관. 2026.1.6 [LG이노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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