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A로 면역 피하는 암세포, 40년 수수께끼 풀렸다

조가현 기자 2026. 1. 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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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암세포가 비타민A를 방패 삼아 면역 공격을 피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방패를 없애는 물질을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40년 전 비타민A 유도체가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다른 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키워 비타민A와 암의 관계는 의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최근 암세포가 비타민A를 무기 삼아 면역 공격을 피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강이빈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교수팀은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생성하는 레티노산(retinoic acid)이 종양 주변에서 면역 억제 환경을 만드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5일(현지시각) 게재됐다.

레티노산은 비타민A가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로 세포 분화와 면역 조절에 관여한다. 과거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APL)에서는 레티노산 유도체 치료가 효과를 보였지만 대부분의 암에서는 오히려 종양 성장을 촉진해 비타민A 기반 암 치료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돼 왔다.

연구팀은 APL에서는 레티노산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만 다른 암에서는 반대로 암세포가 레티노산을 면역 공격을 막는 방패로 쓴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티노산 생성을 담당하는 효소의 구조를 분석해 해당 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물질 'KyA33'을 개발했다.

KyA33은 비타민A 대사를 전반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서 면역 억제에 관여하는 말단 단계만 억제한다. 연구팀은 비타민A 결핍으로 인한 시각 장애 같은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 실험에서 KyA33은 수지상세포 백신의 항암 효과를 높였을 뿐 아니라 단독으로도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했다. 수지상세포는 암세포를 인식해 면역세포에 공격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레티노산 경로 차단이 기존 암 면역치료의 보조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종양 내에서 국소적으로 높은 농도의 레티노산을 만들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효소를 표적으로 삼으면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면역 회피 메커니즘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진은 동물 실험 결과에 기반한 연구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추가적인 전임상·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팀은 레티노산의 면역 억제 작용을 차단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추진하고 있다.

<참고자료>
doi.org/10.1038/s41590-025-02376-4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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