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말(馬)이야] “운동에 늦은 때는 없으니 당장 시작하세요.”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월호 기사입니다.
임씨가 이토록 인터뷰 준비에 능숙한 건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몸짱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시니어 보디빌더다.
74세라는 늦은 나이에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그는 운동을 한 지 반년 만에 보디빌딩 대회에 나갔다. 이후 굵직한 대회에서 수상 성과를 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니어 보디빌더가 됐다.
‘늦은 나이’라는 한계를 넘어 운동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의 이야기는 국내 매체뿐만 아니라 영국 BBC와 독일 ARD 등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언론 인터뷰 등으로 일정이 꽉 차 있는 임씨지만, <전원생활>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시간을 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익숙하다는 듯 6㎏짜리 덤벨을 양손에 하나씩 쥐더니 어깨 위로 가뿐히 들어올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한방·물리치료 등을 숱하게 받아봤지만, 차도는 없었다. 전동 휠체어를 구매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의사가 그에게 근육 운동을 해볼 것을 권했다고 한다.
“‘재활 치료’라는 문구를 내건 동네의 한 체육관이 떠올랐어요. 바로 그 체육관에 찾아가 웨이트트레이닝을 가르쳐주는 피티(Personal Training, 일대일 맞춤 지도)를 등록했어요.”
박용인 관장(63)으로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한 번에 한 시간씩 꾸준히 피티를 받기 시작했다. 유의미한 변화는 얼마가지 않아 찾아왔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졌다. 석 달쯤 뒤에는 건강이 크게 호전돼 박 관장으로부터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박 관장이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임종서 선생님의 근육 모양이 본래부터 남다르다고 느꼈거든요. 평소에 보디빌딩 대회 심사를 자주 하는데, 50대 분들 중에서도 저만한 근질을 가진 분이 드물고, 젊었을 때부터 35년간 에어로빅을 해온 경험이 있으셔서인지 속 근육이 탄탄하신 편이었어요.”
처음 박 관장의 권유를 듣고 임씨는 손사래를 쳤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디빌딩 대회에서 대회용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 마음에 걸렸다. 평소에 민소매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 비키니를 입은 그의 모습을 보며 “예쁘다”고 해주는 손자의 말에 용기를 냈다.
처음 나간 대회에서는 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참가한 대회인 ‘2019년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38세 이상)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2023년엔 ‘WNC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 시니어부(50세 이상) 비키니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운동을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이제껏 경조사 등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선 한 번도 운동을 건너뛴 적이 없다.
“운동을 하는 순간엔 정말 힘들죠. 그래도 하룻밤 자고 나면 허리 협착으로 인한 통증이 눈에 띄게 완화되더라고요.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지니 계속 체육관에 나가고 싶어져요.”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며 그를 괴롭히던 허리 협착증과 퇴행성관절염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신체적 변화를 본 그의 주치의가 “인간 승리”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협착으로 인한 고통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운동을 시작한 이후론 감기나 몸살로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대상포진에 걸린 적도 없고, 현재 복용하는 약도 전혀 없습니다.”
그는 운동을 시작한 후 삶을 대하는 사고방식도 달라졌다. 운동을 통해 의사도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한 허리 협착증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졌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보디빌딩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기적을 경험한 임씨는 이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없단다.
몇 년 전에는 유년 시절 꿈이던 모델에도 도전했다. 고(故) 앙드레 김 추모 10주년 패션쇼에 서며 시니어 모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용인 관장이 덧붙여 말했다.
“피티 선생님을 선택할 땐 트레이너 자격증 유무를 확인하고,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인성을 가졌는지를 보세요. 운동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도 소통 과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일반인에게 피티 수강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임씨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 피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과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줬다.
“피티 수강료를 벌기 위해 생활정보지에 나온 일자리 면을 다 훑으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어요. 하루에 세 시간씩 3만 원을 받으며 설거지했어요. 그러면 딱 한 달 피티 받을 수 있는 비용이 생겨요.”
운동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한 임씨는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 이 정도의 노력과 비용은 충분히 들여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겐 4년 뒤인 85세에 보디빌더 대회에 한 번 더 출전하는 꿈이 있단다.
“남이 나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나 대신 죽어줄 수도 없는 게 인생이에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며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Tip 초보자는 ‘외발 서기’나 ‘스’을 하는 도중 쉽게 넘어질 수도 있어 의자나 벽 등을 한 손으로 잡고 해보길 권한다. 한 세트에 10개씩 하다 조금씩 수를 늘려 30개까지 해보자.
▲외발 서기- 균형 감각과 발목 근육
1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리고 편하게 선다.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한다.
2 한쪽 발의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은 뒤 반대쪽 다리를 허벅지가 바닥과 평행해질 때까지 들어 올려 5~10초간 버틴다.


▲스쾃(Squat)-하체와 코어 근육
1 다리를 어깨너비 정도로 벌린 채 선다. 팔은 가슴 앞에서 팔짱을 낀 상태로 고정해둔다.
2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면서 앉는다. 이때 무릎이 발보다 앞으로 가지 않게 하며 5~10초간 버틴다.


글 윤혜준 기자 | 사진 고승범(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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