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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도공의 정성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 빚은 작품이다.
김해시는 분청도자기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고 도예가들의 작품 판매를 위해 매년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1996년 제1회 김해도자기 축제를 시작으로 올해 30주년을 맞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가야문화축제', '진영단감축제'와 더불어 김해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분청도자박물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일원에서 개최되는 '분청도자기축제'는 김해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 체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축제다.
'도자기'는 도공의 정성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 빚은 작품이다. 물레 위에 얹힌 흙은 도공의 손길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잡은 다음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어진다.
도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다음은 불과 흙, 공기가 만나 도자기를 완성시킨다. 온전한 형태가 나올지 어떤 색이 나올지는 그날의 날씨와 불의 온도, 기다림이 결정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도자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에서 귀족들의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대변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단순한 흙 그릇에 불과했던 토기가 도자기로 꽃을 피운 것은 유약과 1300도 이상 온도를 올릴 수 있는 '불 기술'이 발달하면서다. 신라와 가야 시대에도 토기는 존재했지만 화려한 무늬와 색을 입히며 '르네상스'를 맞은 때는 고려시대이다.
고려시대 발달한 청자 기술은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분청, 백자로 이어진다. 화려함과 투박함, 절제미를 뽐내며 각 시대의 문화와 생활에 맞게 발전해 온 우리나라 도예기술은 일본 도자기 발전에도 결정적 기여를 하게된다.
도자기 광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때 조선의 도공을 붙잡아 오도록 명령을 내린다.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전국의 사기장들은 그곳에 정착하며 도예기술을 전파했다. 김해에서 끌려가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로 칭송되는 '백파선'이 대표적이다.
대를 이어 '가업'으로 전해지거나 '도제'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어렵게 전해져온 도예 기술은 현재까지 각 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있다. 전남 강진의 '청자', 경기도 여주·이천의 '백자', 경남 김해의 '분청도자' 등이 대표적이다.
김해에서 생산된 분청도자기.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분청사기는 무엇이고 언제 유행했나
고려말에서 조선 전기 청자에서 백자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매우 특징 있고 공예적으로 우수한 도자기가 선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분청사기'다.
분청사기는 14세기 후반~16세기 초반까지 약 150년간 가장 많이 생산됐다.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문양과 세련된 질감 때문에 '한국 전통 도자기 미'의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분청사기는 조선시대 세종대 왕자와 단종의 태(胎) 항아리로 사용되면서 당시 왕실의 격식과 예를 상징하는 기물로 평가받았다.
분청은 한두 개의 장식기법을 사용하는 청자나 장식을 넣을 수 없는 백자와 확연하게 다른 기법을 사용한다.
분청의 기법은 7가지 (상감·인화·조화·철화·박지·귀얄·덤벙)로 나뉜다.
'상감기법'은 원하는 무늬를 그린 뒤 무늬 부분만 긁어내고 백토나 자토를 넣어 유약을 바른 뒤 구워내는 방식이다.
'인화기법'은 모양을 새긴 도장으로 그릇 표면에 반복적으로 문양을 찍고 그 홈에 백토를 넣은 기법이다. '조화기법'은 백토를 얇게 발라 분장한 후 뽀족한 도구로 표면에 그림이나 선을 그려 장식하는 기법이다.
'철화기법'은 백토 분장 후 철분이 많은 안료를 사용해 붓으로 무늬를 그리는 기법이다. '박지기법'은 백토로 분장한 뒤 원하는 무늬를 그리고 배경을 긁어내는 기법이다.
'귀얄기법'은 일종의 풀비와 유사한 도구를 사용해 백토에 묻혀 그릇 표면에 얇게 칠해 장식하는 기법이다. '덩벙기법'은 표면에 백토를 씌워 장식하는 기법의 하나로 그릇의 굽을 잡아 거꾸로 들고 백토를 탄 물에 담갔다가 들어낸 것이다.
분청도자기로 만든 조선시대 단종의 '태' 항아리 뚜껑.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도자기의 고장 김해 진례면
김해는 고려시대부터 청자를 생산하던 곳이다. 14세기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생림면 봉림리 청자요지에서는 가마와 폐기장이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청자, 가마벽체편 등이 대량 출토됐다.
과거 김해 땅이었으나 부산으로 편입된 녹산동 청자요지에서는 청자가마 4기와 폐기장 5개소가 확인됐다. 운영 시기는 12세기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김해에서 도자기가 생산된 흔적은 여러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는 '김해 도호부 동쪽 감물야촌에 하품을 생산하던 자기소 1개소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변례집요(1841년)에는 '1611년 3월 왜인이 외교문서를 지참해 찻그릇 보아와 와기 등을 만들어 줄 것을 청하여 김해 장인 도공으로 하여금 만들어 주게 했다'고 적혀 있다.
특히 궁궐 유적지인 경복궁 광화문지, 왕실사찰인 진관사지,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유적에서도 '김해(金海)'가 새겨진 분청사기가 확인됐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물레' 위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분청산수문항아리-우림도예 탁원대 작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문화재단이 2019년 발행한 '진례 분청 문화도시를 열다'에 따르면 과거 진례면은 옹기를 생산하던 '옹기골'이었다. 구전에 따르면 진례면의 옹기 역사는 어림잡아 500년은 족히 된다. 진례에는 예부터 좋은 '흙'과 연료가 많았고 기후가 적당해 옹기를 만들기에 좋은 장소였다.
그러던 중 1975년 진례면에 '김해요업'이라는 큰 도자기 공장이 생긴다. 당시 일본에서는 화공약품을 쓰지 않고 순수한 진흙 등으로 구운 토기가 일본 상류층가정과 고급음식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점에 착안해 재일동포 김봉식씨가 고향인 진례면에 김해요업을 차렸다. 1974년 건설된 남해 고속도로와 접하고 있는 진례면은 교통이 편리하고 재료가 풍부해 자기를 굽기에 최적지였다. 당시 생산된 토기와 자기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일손이 모자라 산청이나 울산, 순천 등 전국에서 많은 옹기장과 도예가들이 진례로 모여들었다.
1990년대 김해요업이 문을 닫았지만 도예가들은 진례를 떠나지 않고 공방을 차리기 시작했다. 1981년 '수로요'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진례에는 63개의 공방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도예촌'이 형성됐다. 1세대 도예가들은 '경남도예전승협회'를 만들어 축제 등 여러 활동으로 도자문화를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가업을 잇는 도예가와 각지에서 모여든 도예가 등 120여명이 거주하며 작품과 생활자기를 구우며 활동하고 있다.
분청장구-선아도예 강효용 작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분청, 김해분청도자기축제로 꽃 피우다
김해시는 분청도자기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고 도예가들의 작품 판매를 위해 매년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1996년 제1회 김해도자기 축제를 시작으로 올해 30주년을 맞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가야문화축제', '진영단감축제'와 더불어 김해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분청도자박물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일원에서 개최되는 '분청도자기축제'는 김해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 체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축제다.
연중 도자기를 관람할 수 있는 분청도자박물관은 김해 도예인들의 염원을 담아 2009년 우리나라 최초로 분청도자 전문전시관으로 개관했다. 매년 3~4회 기획전시를 열고, 상설전시실에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유물부터 현대도자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체험관에서는 물레체험,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등을 통해 흙을 접할수 있다.
김해인들의 도자기에 대한 열정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분야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으로 귀결됐다. '클레이아크'(Clayarch)란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만남을 의미한다.
매년 분청도자기축제 전시장을 야외에서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으로 옮기면서 격조와 품격이 한층 더해졌다. 매년 10월 말을 전후해 개최되는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2026년에는 주요 전시장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개·보수로 인해 3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른 봄 김해에서 화려함과 투막함을 모두 갖춘 분청도자의 진수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준언기자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동화요변항아리-운당도예 김용득 작가. 사진=김해시
분청 달항아리-길천도예원 이한길 작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분청진사항아리-이대토광 배창진 작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 전시된 전통 가마 모습.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한 도예가가 대형도자기에 조각을 하고 있다.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찾은 가족이 '분청도자대전' 수상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분청도자기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마당에서 열린 '우리가족 도자기만들기대회'.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 초청된 일본 아리타 무용단이 도자기 접시춤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해분청도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