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베네수 대통령 대행 ‘굴복’

“식민지 거부” → “협력” 태세 전환
차베스 정권부터 요직 두루 거쳐
첫 각료회의, 마두로 인사들 건재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사진)이 4일(현지시간) 미국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과도정부의 수반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생포된 직후 “제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겠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한 지 하루 만에 노선을 선회한 것이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국제사회와 미국에 전하는 베네수엘라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미국 및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 원칙에 기초한 균형 있고 존중받는 국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국제법의 틀 안에서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협력 의제를 함께 추진해 나가자”고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로드리게스 대행을 겨냥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베네수엘라 군부도 로드리게스 대행을 공식 인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이날 “대법원이 로드리게스를 90일간 대행으로 임명한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로드리게스 대행 체제로 공식 전환되면서 미·베네수엘라 관계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법률가 출신인 로드리게스 대행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및 마두로 정권에서 외교·경제·석유 장관을 거치며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좌익 게릴라 지도자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로, 1976년 미국인 사업가 납치 사건으로 체포된 뒤 구금 중 사망했다.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마두로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관여한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경제 안정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명품을 선호하는 등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행보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핵심 자산인 석유산업을 관리한 경험과 미국 에너지 기업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로드리게스 대행을 마두로 대통령의 후임으로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첫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로페스 국방장관과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등 마두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AFP는 권력 핵심에 있던 인사들이 요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면서 향후 베네수엘라 권력 구도의 연속성과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향후 관건으로 로드리게스 대행의 권력 유지 기간 및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꼽았다. 헌법상 대통령이 ‘영구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3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 대통령의 부재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로드리게스 대행 체제를 최대 90일(연장 시 6개월)까지 허용했다. 이에 따라 그가 과도정부를 넘어 장기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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