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수의 닥치GO] 챗GPT를 이기는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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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사 '김 부장'이 불쑥 이런 부탁을 한다면 어떨까. "갑작스럽게 뉴욕(미국) 출장이 잡혔어. 하루 일정이 딱 비어 있네. 뉴욕 1시간 이내 거리에서 당일치기로 놀 만한 여행 코스 좀 짜줄래." 예전 같으면 네이버에 검색하고 블로그를 다 뒤져서 겨우 정리할 거, 요즘은 일도 아니다.
당신이 AI식 안정적인 효율형 패키지 여행에 규격화된 '감동'을 느끼는 동안, 여행의 본질적 가치인 '이야기'와 '설렘'은 소멸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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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극도의 효율 얻었지만
여행의 본질은 멈춤과 설렘
방향 잃고 의외 행복 얻기도
우연한 발견이 만족도 결정
올해는 일부러 일탈해보길

당신의 상사 '김 부장'이 불쑥 이런 부탁을 한다면 어떨까. "갑작스럽게 뉴욕(미국) 출장이 잡혔어. 하루 일정이 딱 비어 있네. 뉴욕 1시간 이내 거리에서 당일치기로 놀 만한 여행 코스 좀 짜줄래." 예전 같으면 네이버에 검색하고 블로그를 다 뒤져서 겨우 정리할 거, 요즘은 일도 아니다. 챗GPT 프롬프트에 이 질문을 그대로 긁어서 넣으면 끝. 답은 0.1초 만에 쏟아져 나온다. '코니아일랜드. 지하철 1시간. 바다와 레트로 느낌.' 대박이다. 심지어 챗GPT는 '추천 대상'도 특정해 주신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출장 스트레스 MAX, 미국 영화 같은 풍경 원함.'
루트도 장난이 아니다. 보드워크 산책. 이어 네이선스에선 핫도그를 맛보란다. 놀이공원 주변을 휘 둘러본 뒤 '바다를 보며 멍때리기'까지 시킨다. 단 0.1초 만에 여행 코스를 짜주는 인공지능(AI) 비서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이러니 AI 시대에 결국은 여행 컨설턴트, 여행전문기자들이 다 망한다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여기서 잠깐. 내친김에 타임머신을 타고 2030년대로 가보자. AI가 일상화한 미래, 효율이 극에 달한 여름휴가철 여행의 모습이다.
"어디에 갈까?" 묻자마자 휴대폰이 0.1초 만에 목적지를 알려준다. '지금 떠나면 39% 저렴한 호텔, 그리고 34분 만에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숙소에서 23분 거리에 있습니다.' 즉시 검색. 사진은 완벽하고 리뷰도 깔끔하다. 목적지는 알고리즘이 고르고, 최저가는 AI가 찾아준다. AI 계산식으로 잘 설계된 '상품'으로 당신은 여행을 떠난다. 결국 같은 사진을 찍고, 같은 맛집을 찾아가고, 같은 감동을 소비한다.
어떤가. 효율적이긴 한데 섬뜩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마치 판옵티콘(거대한 감시 체계) 아래 가장 효율적으로 잘 짜인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하나를 보는 것 같다.
이쯤에서 여행의 효율성과 만족의 관계에 대한 논문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휴대폰 위치 데이터(CDR)를 이용해 여행자(관광객 포함)에게 코스를 제안한 뒤 여행 동선상 효율(교통 혼잡 완화, 이동 지연 감소)과 개인의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다. 결론이 흥미롭다. 이동 지연은 무려 52%가 줄었는데 만족도가 31% 뚝 떨어진 것이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여행의 효율이 오를수록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여행 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AI가 지배하는 속도의 시대는 우리에게 본질까지 착각하게 만든다. 예컨대 여행을 효율적 가치로만 생각하는 오판이다. 여행의 본질적 가치는 속도나 효율성이 아니다. 대척점에 있는 '멈춤'과 의외성이 주는 '설렘'이다. 여행과 힐링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 역시 '의외성'이 주는 설렘이다. 여기다. AI는 이 지점을 모른다. 죽었다 깨어나도 추천하지 못하는 게 이 '의외성'의 영역이다.
골목 끝에서 모퉁이를 돌 때 만나는 풍경의 의외성. 길을 잘못 들어 헤맸던 추억. 계획 없이 들어간 허름한 카페에서 우연히 맛본 달콤한 커피 맛. 현지인의 엉성한 추천으로 간 이상한 곳에서 발견한 삶의 냄새. 구글맵에는 없는 골목의 낯섦. 심장이 뛰었던 이 설렘의 요소들은 'AI 필터'에서 걸러져 버린다.
요즘 블로그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콘텐츠가 'AI 추천 여행, 따라가 봤더니…' 시리즈다. 당신이 AI식 안정적인 효율형 패키지 여행에 규격화된 '감동'을 느끼는 동안, 여행의 본질적 가치인 '이야기'와 '설렘'은 소멸하고 만다. 이거 안 된다. AI가 당신의 '힐링 통제권'마저 넘보는 시대, AI를 이길 수 있는 여행법 그 핵심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 패턴을 벗어난 의외성이다. 인간계 최고의 바둑 고수였던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신의 한 수' 78수는 패턴 천재인 AI의 약점, 버그 유발(의외성)을 노린 꼼수였다지 않은가.
2026년 새해다. 올해 당신의 여행에서만큼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78수(신의 한 수), '설렘의 버그'를 꼭 찾으시길. 건투를 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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