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묵 전시에 원자폭탄 배경… 경기도박물관 부적절한 연출 비판
“독립운동가 철학 왜곡·훼손 소지”

원자 폭탄 투하 사진이 안중근 의사 유묵 전시 배경으로 사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하고 평화를 강조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민간인들이 숨진 원폭 장면이 전시 연출에 활용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경기문화재단 소속 경기도박물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시작된 안중근 의사 유묵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 전시에서 핵심 작품인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유묵 뒤 배경으로 버섯 구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사용됐다.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이다. 전시는 이 문구를 일본 제국주의의 종말과 연결해 원폭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폭 투하는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를 독립운동가의 유묵 배경으로 사용한 것은 역사적 맥락을 단순화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시를 본 한 관람객은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원폭 이미지를 안중근 의사의 유묵 전시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의 철학을 왜곡하거나 훼손할 소지가 있다”며 “원폭 이미지는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제시한 안중근 의사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이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중에는 당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와 동포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맥락의 민원을 제기한 시민들도 있었다.
김경아 백남준문화재단 이사는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멸망을 고대했던 분이었어도 원폭 같은 참혹한, 폭력적인 방식의 멸망을 원하진 않으셨을 것이다. 버섯구름을 유묵과 함께 배치한 것은 전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오해하도록 한다”며 “안중근 의사가 바란 것은 동양의 평화인데, 이런 정신을 폭력적인 이미지와 대비시키는 방식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박물관 측은 전시 연출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본수 경기도박물관장 직무대행은 “전시 관람객 중 다수가 문제를 제기해 즉각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장탄일성 뒤 배경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원폭 이미지 대신 회색 배경을 사용하거나 버섯 구름을 가리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안중근 의사의 두 유묵 귀환을 위해 지난해 8월 2회 추경안에 ‘광복 80주년 기념 유물 구입’ 예산 37억원을 편성했으며, 이중 24억원은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유혜연·이시은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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