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6가 15만원 ‘가격 논란’…치솟는 게임값에 ‘위기의 게이머’

이가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2ver@mk.co.kr) 2026. 1. 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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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범용화에 메모리 가격 오르고 확보 어려워
기기·게임 값도 줄줄이 뛰어…AI 도입 목소리
[챗GPT]
인공지능(AI) 열풍에 게임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장치와 디램(DRAM)·낸드플래시(NAND) 등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개인용컴퓨터(PC)·콘솔 게임 출시가 지연되거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모습이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내년에 공개할 예정이었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6’와 ‘X박스’의 출시 연기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최근 램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소니와 MS는 램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밸브도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초소형 PC 겸 콘솔 기기인 ‘스팀 머신’의 성능표를 보면 GPU에 GDDR6 8기가바이트(GB)를 탑재했다. 이는 고사양 GPU에 들어가는 GDDR7보다 아래 단계 모델이다. 게임시장과 게이머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단가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앞서 출시된 게임기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닌텐도가 지난해 6월 선보인 ‘닌텐도스위치 2’는 전작과 비교해 비싼 값에도 지난해 1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기당 판매이익은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닌텐도가 스위치의 핵심부품인 12GB 램을 확보하기 위해 출시 당시와 비교해 41%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전작의 가격을 조정하며 연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격을 한 차례 올렸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를 111만원이라는 충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MS의 ‘시리즈 X’의 가격은 두 차례나 뛰었고, 닌텐도는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폭탄을 이유로 지난해 ‘닌텐도 스위치 1’ 가격을 10% 이상 상향했다.

[다나와 갈무리]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6GB DDR5는 이날 기준 3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 최저가(6만9000원대)와 비교해 5배가량 치솟았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990 EVO NVMe 1TB 가격은 지난 9월 11만원 수준에서 26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조성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글로벌 디램 공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AI가 전 세계 디램 생산 능력의 20%를 흡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가에서도 장기간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서 디램과 낸드의 평균 판매가가 각각 35%와 18% 이상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자 우위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는 주요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유의미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점에서 범용 제품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라고 말했다.

게임도 가격표를 갈아치우고 있다. 오는 11월 출시를 앞둔 록스타게임즈의 기대작 ‘GTA6’의 가격이 100달러(약 14만40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작의 출시 가격이 59.99달러(약 8만5000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에 가까운 상승폭이다. MS의 게임구독서비스 ‘게임 패스’도 지난해 요금제 개편을 진행했다. 최상위 요금제인 얼티밋이 월 19.99달러(약 2만8000원)에서 월 29.99달러(약 4만3000원)로 두 배 가까이 인상됐다.

해외기업뿐만이 아니다. 네오위즈의 히트작 ‘P의 거짓’의 출시가는 6만4800원이고 추가다운로드콘텐츠(DLC) ‘서곡’은 2만9800원으로, 총 1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넥슨의 ‘아크레이더스’는 디럭스 에디션이 8만8400원에 달한다. 게이머들은 신작 출시 지연과 가격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서곡’. 이 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네오위즈]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배척하는 대신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이 막대한 개발 비용인 만큼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게임 품질은 유지하되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게임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작품의 순수성과 창작성을 보호해야 한다며 AI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일례로 글로벌 인디게임시상식 인디게임어워드(IGA)는 최근 샌드폴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에게 수여한 올해의게임상(GOTY)을 박탈했다. 오브젝트 제작에 AI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IGA는 AI를 활용해 개발한 게임의 후보 등록을 거부해 왔다. 샌드폴인터랙티브 역시 후보 등록 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전환(AX)의 시대가 열리면서 AI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생존 도구가 됐다. 지난해 구글클라우드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참고하면 한국, 미국,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5개국 개발자 615명 중 87%가 AI를 게임 개발 과정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복 작업을 해소해 다른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개발자의 94%가 AI로 전체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복수의 게임사 관계자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려면 개발비 확보가 필수적이라 가격 인상 논의를 이전부터 해 왔다”라며 “기기나 게임 가격이 오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리지 않으려 구독제나 패스권으로 이익을 얻거나 AI를 투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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