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물 찾고 소변 잦아”…2세 아이 ‘이 병’ 놓쳐 하루만에 사망, 무슨 일?

정은지 2026. 1.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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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형 당뇨병 진단 놓쳐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사망한 2살 아이... 부모는 ‘라일라의 법’ 요구
목이 붓고 소변량이 늘어 금세 기저귀가 흠뻑 젖던 두 살 아이가 병원에서 '편도선염' 진단을 받았지만 하루 만에 숨진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당뇨병 연구 및 웰니스 재단

자꾸 물을 찾고 소변량이 늘어 금세 기저귀가 흠뻑 젖던 두 살 아이가 병원에서 '편도선염' 진단을 받았지만 하루 만에 숨진 사연이 전해졌다. 이후 아이가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모는 최근, 소아 당뇨병 의심 증상 시 검사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라일라의 법'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헐에 거주하는 두 살배기 라일라 스토리는 지난해 5월, GP(일반의)로부터 급성 편도선염 진단을 받은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숨졌다. 아이는 병원을 찾기 전부터 몸 상태가 평소와 달랐지만 진료 당시에 의사는 편도선염만 진단했을 뿐 제1형 당뇨병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라일라는 병원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이었다.

라일라의 가족은 아이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이미 제1형 당뇨병을 시사하는 신호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부모에 따르면 라일라는 평소보다 기운이 없고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목 통증이 있었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찾았으며, 갈증을 쉽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변량도 눈에 띄게 늘어 기저귀가 유난히 자주 흠뻑 젖는 상태가 이어졌고 특히 밤에는 소변량이 많아 부모가 이상을 느낄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라일라의 부모는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 감염이 아닌 제1형 당뇨병의 초기 경고 신호였을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진료 당시 혈당이나 소변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질환이 조기에 포착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은 자신의 딸 이름을 딴 '라일라의 법(Lyla's Law)' 도입을 요구하며, 영아·유아·소아가 제1형 당뇨병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간단한 검사라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12만 명 이상이 서명해 향후 영국 의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열렸다.

라일라의 아버지 존 스토리는 "딸의 죽음이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의 검사만 이뤄졌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변 검사나 손끝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만으로도 케톤 상승이나 고혈당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 2025년 9월 진행된 검시 결과에서 검시관은 해당 GP가 당시 상황에서 '급성 편도선염'이라는 합리적인 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석 검시관 폴 마크스 교수는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임상적 경계가 더 강화돼야 한다며, 왕립 일반의협회와 왕립 소아청소년의학회에 질환 인식과 교육 확대를 촉구하는 우려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1형 당뇨병이 "임상의의 판단 과정에서 항상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영국보건당국은 라일라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정부 역시 소아 당뇨병 진료 체계는 갖추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의무적 선별검사 도입에 대한 충분한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증상 발생 이전 단계에서 항체 검사를 통해 제1형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안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슐린 생성이 중단되는 질환, 진단 지연 시 합병증 위험

라일라의 사례는 제1형 당뇨병이 소아에서 얼마나 빠르고 치명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성 세포인 베타세포를 공격·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거의 또는 완전히 중단되며, 혈당 조절 기능이 상실된다.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결핍 시 혈당은 급격히 상승한다.

주로 소아와 청소년기에 발병하지만 성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약 40만 명이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유럽, 북미 등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제1형 당뇨병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약 3~4명 수준으로, 서구권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에서 제1형 당뇨병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3.75명이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위험은 '진단 지연'이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신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케톤체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케톤체가 혈액에 축적되면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으로 이어지며, 심한 탈수와 산혈증, 전해질 이상을 동반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혼수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소아에서는 대표적인 내과적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초기 증상은 비교적 전형적이다. 잦은 배뇨, 심한 갈증, 피로감, 체중 감소가 대표적이며, 영유아에서는 기저귀가 유난히 무거워지거나 이전에 없던 야뇨가 나타날 수 있다. Diabetes UK는 이를 4T 즉 '화장실(Toilet), 갈증(Thirsty), 피로(Tired), 체중 감소(Thinner)'로 정리해 조기 인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증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이를 감염이나 일시적 컨디션 저하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단 방법은 간단하다. 손끝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과 소변 또는 혈액 검사에서의 케톤 확인만으로도 응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에서 제1형 당뇨병이 의심될 경우 즉시 전문 의료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치료는 평생 지속되는 인슐린 투여가 기본이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등 관리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조기 진단 이후에 가능한 관리 수단이다. 제1형 당뇨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지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증상에 대한 인식과 신속한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분비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체내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질환이다. 비만,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성인에게서 흔하다. 초기에는 식이·운동 조절과 경구 혈당강하제로 관리가 가능하고, 질환이 진행된 이후에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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