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 두 거장의 신작을 만나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누벨바그'

짐 자무시와 리처드 링클레이터. 1980년대부터 영화를 만들어 온 두 미국 독립영화계 베테랑 감독이 신작 영화로 새해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함께 개봉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누벨바그’가 그 주인공이다.
자무시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화제를 모은 영화다. 옴니버스 3부작 구성인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 남매 또는 자매가 아버지나 어머니를 만나러 가거나 사망한 부모를 추억하는 모습을 비추는, 조용하고 잔잔한 작품이다.
첫 에피소드 ‘아버지’의 주인공은 미국 북동부 시골에 사는 아버지를 만나러 눈길을 달리는 중년의 남매(애덤 드라이버, 마임 비알릭)다. 남매는 홀로 지내며 전기요금도 못 내고 있다는 아버지와 어색한 대화를 하고 용돈을 쥐여주고 나오는데, 정작 아이들과 헤어진 뒤 아버지는 말쑥한 옷차림으로 다시 등장해 나들이에 나선다. 두 번째 에피소드 ‘어머니’의 배경은 아일랜드 더블린. 유명 작가인 어머니(샬럿 랭플링)와 모범적인 큰딸(케이트 블란쳇), 자유분방한 둘째 딸(비키 크리프스)은 정기적 가족 모임을 위해 만난다. 마지막 ‘남매’ 에피소드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이란성 쌍둥이남매가 부모가 살던 파리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다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자무시의 영화 가운데서 가장 ‘심심하다’고 할 만하다. 사실상 사건이라 할 만한 건 전혀 없고, 인물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가 111분을 채운다. 극적인 사건이 아닌 대화 속에 숨은 가족 간의 긴장, 애정, 유대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곱씹어야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무시 감독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점점 축적돼 뭔가가 만들어지고, 세 번째 에피소드에 이르면 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떤 감정적인 순간에 도달하게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누벨바그’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제목처럼 1950~1960년대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 즉 누벨바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듬뿍 담았다. ‘비포 선라이즈’ 등 ‘비포’ 3부작과 12년간 촬영해 완성한 영화 ‘보이후드’ 등으로 시간의 마술을 보여준 감독은 영화를 타임머신 삼아 관객을 1959년 파리로 데려간다.
영화는 지난 2022년 타계한 프랑스 감독 장 뤼크 고다르가 첫 장편영화 ‘네 멋대로 해라’를 준비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료 영화평론가들이 하나둘 감독으로 데뷔하자 초조해진 고다르(기욤 마르베크)는 누벨바그 감독에 호의적인 제작자를 설득해 데뷔작 연출에 나선다. 권투선수 출신인 신예 장 폴 벨몽도(오브리 뒬랭)와 미국 배우 진 시버그(조이 도이치)를 캐스팅한 것까진 좋았으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2시간 만에 촬영을 중단하거나 배우들에게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즉흥적인 연기를 요구하는 등 고다르의 종잡을 수 없는 연출 방식은 제작자와 스태프, 배우를 당혹하게 만든다.

‘누벨바그’는 걸작의 탄생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누벨바그 영화처럼 당시를 그린 작품이다. 감독은 신기할 정도로 감쪽같이 영화를 1959년으로 돌려놓는다. 실존 인물과 닮은 배우 캐스팅부터 소품, 의상, 차량, 건물 그리고 누벨바그 영화의 촬영 방식과 흑백 필름 질감까지 누벨바그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아녜스 바르다, 에릭 로메르, 로베르 브레송,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 피에르 멜빌 등 당대 최고의 영화감독들이 실제와 닮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링클레이터는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으며 두려움 없이 규칙을 전복시키는 고다르의 에너지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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