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만5000건 취객 수발…치안공백 부르는 ‘주취 지옥’
도내 관련 응급의료센터 단 1곳
지자체 공동대응 등 개선 시급

연초부터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경찰이 취객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뚜렷한 대책 없이 매년 1만 5000건에 달하는 취객 신고를 떠안고 있어 현장 경찰들의 부담과 피로가 쌓여가고 있다.
4일 오전 4시쯤. 춘천 동내면에서 “길 위에 여성이 누워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이날 춘천은 영하 5~10도의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경찰이 30대 여성 A씨를 일으키며 신원을 물었으나 A씨는 만취해 “이 새끼야”라고 중얼거리기만 할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휴대폰에 등록된 가족에게 연락해 A씨를 어머니에게 인계했다.
이날 현장에 나간 경찰관은 “취객이 범죄자도 아닌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무 때문에 이런 업무를 떠맡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취객을 집 앞까지 데려다줘도 사고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모든 책임이 경찰관에게 돌아와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강원도내 취객 관련 112 신고 건수는 매년 1만 5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만 5132건, 2022년 1만 8003건, 2023년 1만 6710건, 2024년 1만 5118건, 2025년 1만 5475건이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경찰이 취객 신고를 떠맡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3일 오전 1시 57분쯤 춘천 애막골에서 술에 취한 채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20대 B씨에게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다. B씨는 면허 취소 수준의 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와 경찰이 이를 통보했으나, 이 과정에서 B씨가 경찰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어깨를 밀쳐 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 체포됐다.
취객 대응에 인력이 투입되면 정작 중요한 사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경찰력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취객이 범죄 표적이 되거나 안전 사고를 당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2023년 원주 지역에 강원도내 첫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됐지만 연간 1만 5000건에 달하는 취객 관련 신고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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