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식수 35년 잔혹사, 올해는 끝내자
- “정부 강력한 조정능력 절실”
부산은 산과 바다를 낀 천혜의 관광도시지만 시민의 생명줄인 ‘식수’ 문제만큼은 전국 최악인 환경에 놓여 있다. 정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매년 여름 반복되는 녹조와 해마다 악화하는 오염도는 부산 시민에게 ‘낙동강 물’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하는 물환경정보시스템을 보면 2025년 수질 측정 데이터는 부산 식수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7월 1일 경남 양산 물금 지점의 총유기탄소량(TOC)은 ℓ당 6.1㎎까지 치솟아 5등급인 ‘나쁨’을 기록했다. 9월 1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ℓ당 8.9㎎을 나타냈다. ℓ당 9㎎ 이하인 4등급 ‘약간 나쁨’ 기준을 턱걸이로 통과했다. 모두 특수 정수처리를 거쳐도 공업용수로만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생물 오염 지표인 총대장균군수 역시 9월 15일 100㎖ 당 15만으로 치솟았다. 생활용수 기준 5000 이하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부유물질량(SS)·용존산소량(DO) 등 비교적 관리가 쉬운 지표가 양호하다는 이유로 수질이 1·2등급으로 포장되는 ‘지표의 착시’ 속에 부산 시민은 위험한 원수를 정수한 물을 마신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류 표류수에 90%를 의존하는 현재의 공급 체계로는 미래 수질 사고를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깨끗한 물을 정수해 쓰는 방법이다. 경남 창녕·의령 강변여과수나 합천 황강 복류수 등 강바닥 모래층을 거쳐 자연 여과된 원수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물길은 30년 넘게 가로막혔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부산시는 30년 넘게 취수원 다변화를 시도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경남이다. 취수원 다변화가 완성되면 창원 등 경남 주요 도시에도 부산보다 많은 양의 깨끗한 원수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다.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추진 특별법’이 제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향 지역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안과 지역 개발 사업권 부여 등 구체적인 상생 모델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도 올해를 본격적인 사업 착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취수원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사활’의 문제다. 오랜 기간 부산 맑은 물 공급을 주장해온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물 문제는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적 생존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강력한 조정 능력과 국가지도자의 결단이 30년 식수 잔혹사를 끝낼 열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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