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정수처리해도 먹어선 안 될 물, 우리 식탁 오른다

권용휘 기자 2026. 1. 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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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식수 잔혹사 끝내자 <1> 수질 얼마나 나쁜가

- 부산·경남 이용 물금·매리취수장
- 화학적산소요구량 연중 과반이
- 3~5등급 머물러 식수로 부적합

- 총유기탄소량도 6~7월 4·5등급
- 대장균 5~10월 급증해 ‘등급외’

- 당장 취수 중단해야할 수치지만
- 다른 계절 평균값으로 공급 지속

지난 여름 기록적인 녹조가 발생했던 낙동강 물금·매리 취수장의 수질이 식수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름철 총유기탄소량(TOC)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정수를 해도 생활용수로 쓸 수 없는 ‘약간 나쁨’과 ‘나쁨’을 오르내리는가 하면, 연평균 총대장균군 검출량이 ‘등급 외’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식수원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산·경남 취수원인 낙동강은 생활하수 유입이 많아 각종 유해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고, 공장에서 화학물 유입도 잦기 때문이다.

▮고도정수처리로도 버거운 수준

4일 물환경정보시스템을 보면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에서 해당 기간 TOC, COD, 대장균군 등 항목에서 3(보통)~5(나쁨) 등급의 수질이 측정됐다. 물금·매리 취수장은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부산과 경남 김해·양산 주민들이 식수 수돗물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수장으로 보내는 곳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명시된 하천 생활환경 기준에 따르면 ‘보통’인 3등급은 일반적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수준이고, 고도의 정수처리를 거쳐야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하다. 4등급 ‘약간 나쁨’ 5등급 ‘나쁨’은 고도·특수 정수처리를 거쳐도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없다.

COD는 1·2등급(좋음)을 유지한 경우가 40회 중 14회에 불과해, 1년 중 절반 이상이 하위 등급에 머물렀다. 2등급을 기록한 때는 지난해 1월 21일~2월 25일, 3월 25~31일, 4월 17일~5월 7일, 5월 22~26일, 6월 2~9일, 8월 12~17일 등 40번 조사 중 14번에 그쳤다. 여름철에 급격히 악화해 8월 26일~9월 29일에는 4등급을 기록했다.

TO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6월 24일~7월 8일 4·5등급을 기록했다. 7월 1일에는 ‘나쁨’인 ℓ당 6.1㎎까지 올라갔으며, 9월 9일에는 이에 근접하는 ℓ당 5.9㎎이 검출됐다. 부산 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한 연간 평균치도 물금과 매리 지점이 ℓ당 3.9㎎, 3.8㎎으로 2등급을 기록하기는 했다. ℓ당 4㎎ 이하인 해당 기준을 겨우 채운 수준이다. TOC 수치는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 2008년 연간 ℓ당 3.5㎎이었던 이 수치가 지난해 3.7㎎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는 2등급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미생물 오염도는 더욱 심각하다. 총대장균군 수치는 5~10월 대부분 하천 생활환경 기준상 ‘등급외’ 수치를 찍으며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하천 생활환경 기준상 1~3등급을 유지하려면 100㎖당 5000 이하여야 하지만, 5월부터 2만7000으로 치솟기 시작해 9월 15일에는 무려 15만을 기록했다. 사실상 수영 등 직접적인 접촉조차 제한돼야 하는 수준이다. 상류에서 배출된 오수나 하수 또는 농업용 퇴비, 동물 등의 분변 등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착시 효과’ 주는 1·2등급 함정

이처럼 유기물과 세균 오염이 심각하지만, 취수 중단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다른 지표들과의 ‘평균치’ 때문이다. 같은 기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부유물질(SS), 용존산소(DO)는 대부분 1·2등급의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부산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원관리규칙에 따라 측정한 값을 평균낸 연간 수치를 기준으로 수질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기록한 3·4등급 수치는 비교적 수치가 양호하게 나오는 봄·가을·겨울 수치에 희석된다.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하천 표류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수 검사 결과가 전체적으로는 1·2등급에 해당해 취수 중단 사례는 없었다”며 “총대장균군은 높게 측정된다. 미생물 특성상 하절기에는 하천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다만 정수공정에서는 처리하기 매우 쉬운 오염물질로 염소, 오존 소독 등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관리가 쉬운 BOD·SS·DO 때문에 낙동강 중상류 산단에서 배출되는 유해 화학 물질의 위험이 과소평가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BOD는 낮고 TOC·COD는 높다는 것은 자연 분해가 어려운 난분해성 유기물이나 독성 물질이 많다는 의미”라며 “특정 지표의 심각한 오염을 전체 평균으로 희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수질 등급 산정 방식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백경훈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산 수돗물은 고도의 정수 처리를 거쳐야 먹을 수 있다”며 “산업이 발달하면서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배출된 물질이 사실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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