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분권개헌]재정·자치 쟁점 산적…분권 개헌 요구 확산할까

이동욱 기자 2026. 1. 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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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지방분권 요구 내용과 제안
국비 의존 속 지방정부 재정 부담 지속
자주재정권·자치입법권 헌법 보장 필요
지방분권국가·지방정부 주체성 명시도
지방선거 앞두고 국회 논의 나설지 주목
지난해 5월 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 참석한 단체장들은 지방분권형 개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촉구했다. /경남도

"경남도 14조 원 예산 가운데 자율적으로 쓰는 것이 5%도 안 되는데 이럴 거면 경남도 예산을 전부 가져가서 국가가 하면 되지 않느냐. 지방자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9월 도청 실국본부장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을 두고 낮은 국비 지원율(40%)을 비판했다.

박 지사는 12월 실국본부장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로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정부도 지방정부를 동등한 협력 주체로 존중하면서 시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면 시행되면 경남도가 20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재정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일방적 재정 부담 전가를 방지하고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지방재정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마련해 시도지사협의회에 건의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정부가 재정 자율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장면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쟁점 많은 분권 개헌

박 지사가 참석한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는 2024년 7월 지방교부세율 5%포인트 인상을 요구했다. 지방교부세 재원은 내국세 19.24% 금액과 종합부동산세 총액,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액 45% 등이다. 지역과 수도권 격차가 커졌음에도 지방교부세율은 2006년 이후 변화가 없다.

정부가 손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7개 시도가 참석한 2025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재정분권 추진' 안건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8 대 2 또는 7.5 대 2.5 수준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바꾸고자 지방소비세율 상향과 지방교부세율 법정률 단계적 인상 등을 논의했다. 국고 보조사업을 지방 주도로 추진하고자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지역자율계정 규모와 이관 대상사업을 확대할 방침도 밝혔다. 한편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특별법에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5 대 5까지 조정하는 특례조항도 포함돼 논의되고 있다.

김수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공법학연구>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본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주요 쟁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지방분권국가로 헌법 전문이나 총강에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해 지방의 법적 실체성과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무 배분과 관련해서는 보충성의 원칙을 헌법적 원리로 도입하고, 지방의 자치입법권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충성의 원칙은 국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 배분의 기본 원칙으로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고 국가가 보충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이다.

또 △자치단체 자율적인 운영을 위한 자주재정권 보장 △지역 간 재정 격차 해소와 연대를 촉진하기 위한 재정조정 제도 근거 마련 △지방의 국정 참여 확대를 위해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 △중앙-지방 간 협의기구(중앙지방협력회의) 헌법상 기구로 규정 △주민투표·주민소환 등 주민직접참여 제도 명시 △공권력 행사에 따른 자치권 침해에 쟁송 수단 보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헌법 1조에 '지방분권화된 조직을 갖는다', 스페인은 헌법 2조에 '국민 및 모든 지방의 자치권과 이들 간의 연대를 확인하고 보장한다'라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지역대표형 상원제는 국회를 양원제로 개편해 상원에 지방정부 대표성을 부여하고 지역 이해와 관련한 의안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제헌절(7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헌'을 언급하며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국민 기본권 강화, 자치 분권 확대, 권력기관 개혁까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은 개헌 과제가 국회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사리 다뤄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에 맞춰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헌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에 맞춰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헌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장비서실

전국서 분권 개헌 요구 쏟아져야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정해권(국민의힘) 의장이 대표 발의한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 이양 및 지방분권 개헌 촉구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지방분권 개헌 인천시민 운동본부가 9월에 건의한 내용에 화답한 것이다.

운동본부는 전국적으로 연대해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 이양, 개헌 국민소통기구 구성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설치, 이재명 대통령 '지방분권 개헌' 공약 이행 촉구 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와 협력해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세종·제주·강원·전북 등 4개 특별자치단체는 특별자치시도 지원을 담은 특별법 개정과 국회에서 심사 중인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 등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전국 곳곳에서 분권 개헌과 관련한 요구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불이 붙지는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역사회 시민사회·학계 등이 참여하는 분권운동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광역자치단체별로 분권운동본부가 만들어져 경남에서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재규 인제대 법학과 교수(지방분권경남연대 상임대표)는 "대한민국 모순 원인은 첫째 남북분단, 둘째 수도권 일극 집중에 있다"면서 "일극 집중이 워낙 심각해 사실 풀기는 어렵지만 이미 김영삼 대통령이 헌법상 긴급재정경제명령권으로 금융실명제를 시행한 사례도 있다. 그런 것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분권운동 단체들이 이야기했던 지방분권 개헌 핵심은 헌법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를 넣는 것"이라며 "지방분권이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 원리처럼 헌법 기본 이념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국회 법률 제정, 행정과 법 집행, 사법에서도 헌법 기본 원리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향 합천군사 집필위원회에 참여했었는데, 1960년대 합천 인구가 19만 6000명에 국회의원 2명을 뽑았다. 지금은 3만 9264명에 4개 군을 합쳐 1명을 뽑는데 시골과 농촌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며 "지역대표 상원제도 의원 수를 경남 2명, 서울 2명, 부산 2명 이런 식으로 해야 지역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에는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지속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 격언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분권형 개헌은 여전히 유효하고 계속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