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기술로 정면돌파 … K기업 DNA 깨워라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6. 1. 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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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저성장·인구절벽…
한국, 전례없는 복합위기 직면
비용 줄이는 '수건 짜기' 대신
첨단 산업에 '통큰 투자' 단행
시장 이끌 글로벌 톱티어 도약
울산 현대차 수출부두의 야경은 끝없이 늘어선 차량들과 불 밝힌 선적선이 어우러져, 다시 달아오를 자동차 수출을 예고하는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부두에는 막 생산을 마친 차량들이 촘촘히 주차돼 거대한 흰 물결을 이루고, 부두 끝에서는 거대한 자동차 운반선이 선적을 기다리며 불을 밝힌다. 고가도로와 항만을 따라 이어지는 차량의 테일램프와 가로등 불빛이 붉고 흰 실선처럼 겹쳐지며, 세계 각지로 향하는 '수출 행렬'의 활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수출 증가 기대감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년 생산과 수출이 모두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며, 특히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로 글로벌 판매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울산항 역시 자동차와 철강 화물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부두를 가득 메운 신차 행렬이 머지않아 실제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재훈 기자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흔들림 없이 도전하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은 대한민국 재계의 화두는 '위기 속 정면 돌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불러온 '관세 장벽'과 저성장의 늪, 인구 절벽이라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Poly-crisis)가 몰려오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과 '공격적 투자'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위기를 오히려 시장 재편의 기회로 삼아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재계와 주요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2026년 경영 환경은 대내외 변수로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태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올해 수출 전선에 '트럼프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와 지정학적 분쟁 장기화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재계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마른 수건 짜기'가 아니라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은 2026년을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신사업 육성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전자는 당장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부터 '판을 엎는' 행보를 이어간다. 기존 전시 관행을 깨고 4628㎡(약 1400평)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해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라는 비전을 선포한다.

제품 중심 전시에서 벗어나 TV, 가전, 모바일이 하나로 연결되는 'AI 리빙 플랫폼'을 구현해 고객이 삼성만의 AI 생태계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할 계획이다. 100형 마이크로 RGB TV와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비스포크 AI 냉장고' 등 혁신 제품도 대거 공개한다.

SK그룹은 AI를 산업 현장의 '안전 지킴이'로 활용하는 혁신을 시도한다. SK AX가 개발한 'CEO 안심 패키지'는 AI 기술로 사업장의 잠재 위험을 실시간 감지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 SK텔레콤은 정재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연말연시 통신 현장을 챙기며 '단단한 AI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5년간 국내에만 125조2000억원을 쏟아붓는 '통 큰 투자'를 단행한다. 올해 1분기 울산 EV 신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동화 수출을 176만대로 늘려 한국을 글로벌 미래차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회장의 '품질 경영' 철학에 맞춰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분야에만 90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차별적 고객 가치'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 간 거래(B2B)와 솔루션 사업에 집중한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 전장 등 B2B 사업과 웹OS 기반 솔루션 사업을 집중 육성해 수익 구조를 고도화한다. LG이노텍은 FC-BGA 등 고부가 기판 시장을,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

롯데는 사업별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 사업 육성 등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석유화학 사업은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바이오·수소 등 신사업을 육성하며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장인화 회장 체제의 포스코그룹은 '2Core(철강·2차전지)+New Engine' 전략에 속도를 낸다. 인도 JSW그룹과 일관제철소를 합작하고, 미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협력해 철강 보호무역 장벽을 넘는다.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리튬 자원 확보에 1조1000억원을 베팅하며 '소재보국'의 기틀을 다진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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