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정체와 구조적 편중…한계 부딪힌 울산 문화예술 생태계
2025 문예연감 분석
울산의 문화예술활동은 '양적 정체'와 '구조적 편중'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드러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5 문예연감」에 따르면 2024년 울산의 문화예술활동은 총 685건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증가세를 멈췄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5.6% 증가해, 울산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문 셈이다.

2024년 울산의 문화예술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구 10만 명당 문화예술활동 건수는 62.6건으로, 전국 평균 93.0건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서울(180.8건), 제주(158.0건)는 물론이고, 광주(107.6건), 대전(108.2건), 전북(106.1건) 등 문화도시로 분류되는 지역과도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 산업도시 성격이 강한 울산이 문화 접근성과 생활문화 기반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공연 중심' 구조…전시는 전국 최하위권
울산 문화예술활동의 67.4%는 공연예술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전국 평균 공연 비중(약 63%)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시각예술 비중은 32.6%로, 2022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전시 건수(20.4건)는 전국 평균(33.6건)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경기(13.4건)를 제외하면 전국 하위권에 속하는 수치로, 울산의 전시 인프라와 기획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보여준다. 공연예술이 42.2건이었으며, 구체적으로 양악 20.0건, 연극 14.2건, 혼합 4.7건, 국악 및 무용 각각 1.6건으로 나타났다.

공연예술 내부를 들여다보면 장르 편중은 더욱 뚜렷하다.
울산 공연의 54.8%가 양악(클래식·대중음악)과 연극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무용 18건(2.6%), 국악 17건(2.5%)인 것으로 조사돼 국악과 무용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국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북·전남, 무용 비중이 높은 서울·광주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울산은 안정적인 공연 수요는 있으나, 실험적이거나 전통·지역성을 담은 장르가 성장할 여지가 적다"라며 "공공기관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이 장르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 공공시설 의존도 높은 구조
울산 공연의 약 76%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시설에서 열렸다. 민간 문화시설 비중은 24.0%로, 서울(55.7%)이나 세종(33.1%)에 비해 낮다. 이는 공연 접근성은 확보됐지만, 민간 기획·창작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주문화예술회관, 중구문화의전당, 북구문화예술회관, 서울주문화센터 등 상위 5개 공공시설에서 전체 활동의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보인 문화시설은 중구문화의전당(93건)이다. 이어 울산문화예술회관(77건), 울주문화예술회관(52건), 울산북구문화예술회관(42건), 서울주문화센터와 HD아트센터(각각 37건)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 활동의 '공간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지역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울산에서 발간된 문학 단행본은 25권으로 전국의 0.2%에 불과했다. 이는 부산(346권), 대구(256권)는 물론, 세종(38권)보다도 적은 수치다. 지역 출판 기반과 문학 생태계가 거의 형성되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 "이제는 '건수'보다 '구조'"
울산의 문화예술은 더 이상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공연 중심, 공공시설 의존, 낮은 장르 다양성이라는 구조적 특징은 단기간에 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울산은 문화예술 활동이 없는 도시는 아니지만, 지역 예술인이 성장하고 머무를 생태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라며 "민간 기획 지원, 소규모 전시·공연 공간 활성화, 문학·시각예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5 문예연감'의 전체 내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www.ark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