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 세상에서 피어나는 소년의 꿈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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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바이칼.
2500만년 전부터 존재해 온 이 웅대한 자연 곁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동그란 뺨을 가진 여자아이와 바이칼의 겨울을 살아낼 것이다.
아이들에겐 낯선 세상과 낯선 삶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로, 어른들에겐 소요에서 벗어나 바이칼의 서정을 꿈꾸게 할 소품으로 다가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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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바이칼. 2500만년 전부터 존재해 온 이 웅대한 자연 곁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이 불던 밤, 가재들이 춤을 추고 하늘은 노래를 부르던 밤에 태어난 소년 유리도 그중 하나다.
“유리가 사는 곳에는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없어요. 거기서 태어나 쭉 살거나, 아니면 떠나가죠.” 이토록 쓸쓸한 소개로 첫머리를 여는 동화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떠난 유리의 마을은 적막하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은 약동하고, 아이들은 자라난다. 바이칼의 두터운 얼음장 아래에선 유리처럼 투명한 기름치가 헤엄치고, 자그마한 가재 무리가 군무를 추고, 지구상의 유일한 민물 물범 네르파가 숨을 쉰다. 수백년의 시간을 견딘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 호숫가에선 담비와 북극여우, 눈 산양, 큰사슴과 불곰이 어울려 살아간다.
소년 유리의 삶에 대한 설명은 많지 않다. 이렇다 할 사건도 이 책엔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처럼 압축적인 문장들을 통해 독자는 유리의 삶을 성에 낀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을 받게 된다. 유리가 태어난 날 호수의 정령이 된 엄마를 생각할 때 유리의 얼굴에 떠오를 그리움, 신성한 물고기 ‘오물’을 잡았을 때 아빠와 마을 사람들이 지었을 함박웃음, 겨울 동안 식수로 사용할 얼음을 ‘사냥’할 때 매서운 추위 때문에 아빠의 뺨에 맺히곤 하던 진주 같은 눈물, 유리가 좋아하는 부랴트족 소녀의 붉고 동그란 뺨….

소년의 미래 역시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유리는 ‘떠나간 사람’이 아니라 ‘남아서 바이칼을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빠처럼 겨울이면 가족을 위해 얼음을 베어내는 ‘얼음 사냥꾼’이 될 것이다. 동그란 뺨을 가진 여자아이와 바이칼의 겨울을 살아낼 것이다. 지구의 담수 20%를 품은, 거대한 호수 곁에서 삶의 기쁨과 슬픔, 자연의 경이를 배워갈 것이다.
책은 이처럼 고요한 유리의 겨울 세상을 ‘롱테이크’ 방식으로 따라간다. 바이칼의 생태와 바이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아크릴로 그려낸 바이칼의 푸른 빛 감도는 자연은 작품의 서정을 극대화한다. 아이들에겐 낯선 세상과 낯선 삶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로, 어른들에겐 소요에서 벗어나 바이칼의 서정을 꿈꾸게 할 소품으로 다가올 책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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