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컬러’를 느끼고 있나요[신재우의 피팅룸]

신재우 기자 2026. 1. 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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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니트를 하나 샀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며 샀다. 다행히 올겨울은 빨간색을 입어도 ‘안전’하다. 한국도, 미국도 대선이 없다. 2년 전에는 빨간색 카디건을 입고 출근했다가 ‘트럼프 지지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그보다 큰 ‘빨간 옷 논란’들이 많았다. 대선을 앞두고 가수 카리나부터 방송인 홍진경, 래퍼 빈지노까지 빨간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과문까지 올렸다.

정치와 패션이 엮이면 이상하리만치 논란이 된다. 옷이 그만큼 중요해서가 아니라, 해석이 과잉되기 때문이다. 정치의 언어로 패션을 읽는 순간, 색은 취향이 아니라 의도가 되고, 스타일은 표현이 아니라 증거가 된다. 유시민의 ‘백바지 사건’으로 시작해 류호정 전 의원의 원피스, 이준석 의원의 ‘명품 구두’ 논란까지, 정치인의 패션은 늘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그 결과 한국 정치인의 패션은 재미를 잃었다. 하나같이 비슷한 정장 복장에 차이점이라곤 넥타이 색 정도다.

해외는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신은 아디다스 ‘스탠스미스’는 캐주얼한 리더십의 상징이 됐고, 멧(Met)갈라에서 ‘부자에게 세금을’(Tax the Rich)이 적힌 드레스를 입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패션으로 정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옷과 가방, 신발까지 화제가 되며 그의 패션을 따라 하는 젊은 여성을 이르는 ‘사나카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겨울은 본래 색의 계절이었다. 겨울만큼 색감을 활용하기 좋은 계절도 없다. 여름은 홑겹으로 입는 만큼 색 하나하나가 눈에 띈다면, 겨울은 겹겹이 옷을 쌓아 나가 스웨트셔츠 아래 입는 원색 티셔츠 하나도 포인트가 된다. 하물며 장갑이나 모자 하나라도 쨍한 컬러로 맞추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더한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가을/겨울(f/w)시즌이 되면 과감한 ‘색깔 실험’에 나선다. 지난가을 패션위크에선 로에베가 연노란색 니트 아래 빨간 셔츠를, 베르사체가 올 블랙 셋업에 다홍빛 셔츠를 포인트로 내세웠다.

지난해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난 애나 윈터는 ‘컬러 신봉자’로 유명하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겨울엔 무채색이 끌린다는 이브 생로랑의 당시 수석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테파노, 당신은 ‘컬러’를 못 느끼나요?” 컬러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색에는 죄가 없다.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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