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28곳이 꼽은 ‘2025 올해의 책’ [2025 행복한 책꽂이]

정리·장일호 기자 2026. 1. 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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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동네책방 서점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사랑했을까. 잘 팔린 책보다 잘 팔고 싶었던 책을 모았다. 전국 28개 동네책방에서 애써 고민해 ‘고르고 고른’ 목록을 서점원들의 추천평과 함께 전한다(책방 이름 가나다순).
강원도 춘천시 책방바라타리아의 서가. 서점원의 관점과 지향을 담은 큐레이션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 ⓒ시사IN 조남진

가문비나무아래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34길 3-20 솔플라자 301호, 302호

〈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책사람집 펴냄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이던 책방 주인이 저평가되었다고 언급했던 작가의 그 책 〈나무〉가 출간되었을 때 몹시 반가웠다. 첫 번째 에세이 제목은 ‘가문비나무의 갱신’.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책의 근원인 한 생명 곁에 머무른 시간과 사유의 기록에 매료되었다.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까지〉 이유정 외 지음, 롤링다이스 펴냄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 초까지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숱한 20, 30대 여성들에게 핫팩부터 떡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 그녀들의 다정과 환대가 그 어둠을 살랐을 것이다. 국회로, 여의도로, 남태령으로, 한강진으로, 광화문으로 달려간 2030 여성들이 기어이 빛을 만들고 봄을 몰아온 기록.

〈파트타임 여행자〉 반수연 지음, 문학동네 펴냄 하반기에 우리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그 이유는 책방지기에게 책을 골라달라는 손님께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 수록된 일곱 작품 모두 수작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경계를 넘는 인간’이 맞닥뜨리는 상실과 고통과 회복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면 인생이라는 순례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골목책방 서성이다
전남 순천시 금곡길 15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북파머스 펴냄 노년의 삶을 서늘하면서도 다정하게 비추는 소설. 죽음을 ‘극적 사건’이 아닌 자연의 흐름으로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후회 없이 떠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스스로 묻게 된다. 오늘의 내가 내 몸을 스스로 일으켜 씻을 수 있는 하루라는 사실을, 그리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

〈납작한 말들〉 오찬호 지음, 어크로스 펴냄 우리는 흔히 말을 가벼운 공기처럼 주고받지만, 책은 그 말들이 사회구조와 권력의 결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여자도 군대 가라” 같은 문장이 왜 그렇게 단단한 벽처럼 느껴지는지, “농담이었어”라는 말이 왜 누군가에게는 가시가 되는지, 책은 우리의 일상언어 아래 깔린 깊은 지층을 드러낸다.

〈작약과 공터〉 허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세상의 변두리에서 조용히 피어난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고요 속에서도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책임의식을 노래하는 시집. 버려진 공간과 이름 없는 꽃,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요에 책임지려는’ 화자의 내밀한 몸부림이 이 시집의 정수를 이룬다.


나락서점
부산시 남구 전포대로92번나길 50 1층

〈보조개 살인사건〉 연정 지음, 발코니출판사 펴냄 친구에게 선물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시집. 시인에게 우정 그리고 사랑은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것이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서, 없는 것은 빌려서, 빚을 내서라도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무렴 엉엉 울던 밤을 지나 시를 만나게 해준 것은 매일 내 얼굴에 달라붙던 친구들의 얼굴이니까. 시인은 내 앞의 이 사람이 계속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무를 썰고, 그를 괴롭히는 사람을 향해 귀엽고 하찮은 저주를 퍼붓는다. 그렇게 긴 밤 함께한 시간의 힘으로 다음 계절을 펼칠 수 있다.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25년 제일 좋았던 소설. 주인공 지수는 작고 마른 몸으로 태어나 존재감 없이 살다가 몸이 비대해지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다. 지수는 몸무게라는 숫자를 신경 쓰는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밖에서는 잘 먹는 체하고 집에선 조금만 먹는다. 그러다 생긴 원인 모를 통증을 치유하기 위해 고향 안진으로 향한다. 십 대에 있었던 사건으로 집요하게 깊숙이 파고든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다. 원가족, 태어난 고향, 모태 신앙인 종교, 그리고 몸.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저히 자유로워질 수 없는 타인의 시선,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른한책방
대구시 북구 대천로18길 4-24 1층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 김성민 지음, 최진영 그림, 문학동네 펴냄 책방에서 이 동시집의 북토크를 열었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참석한 북토크였다. 처음으로 동시의 힘, 매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한 책이었다.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가족이 돌아가시면 수의는 뭘로 할지, 관의 나무는 무슨 나무로 하고 화장을 할지, 장례식장은 어디에, 음식은 어떻게···. 아무 지식 없이 그런 것들을 빨리 결정하는 일이 들이닥치게 된다. 부모님 장례뿐 아니라 나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사흘 만에 애도를 끝내도록 하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도 작가가 만난,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전국불효자랑〉 김계피 외 지음, 발코니출판사 펴냄 나른한책방에서 제일 많이 팔린 책. 책방지기도 저자로 참여해서 한 꼭지를 썼다. 한국은 특히 효를 강요한다. 그 속에서 불효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런데 또 써놓고 보니 우리가 한 게 불효 맞아? 싶기도. 과연 효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너의작업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80번길 63-36 1층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품집〉 최은미·강화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 책을 펼치면 ‘한국 문학을 모국어로 읽는 기쁨’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작가 여섯 명이 그려낸 세계는 소설가가 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품고 우리에게 깊은 여운으로 남아 말을 걸어온다. 문학의 효용을 독자들 일상에 스미게 하는 서점으로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싶은 우리 공간에 오래 두고 싶은 책이다.

〈우는 나와 우는 우는〉 하은빈 지음, 동녘 펴냄 사랑은 대체로 지극하지만, 이 책 속 사랑은 조금 더 용기 있고 아프다. 작가는 장애를 가진 연인을 향한 깊은 사랑 속에서 세상의 편견과 부당함을 마주하고 부딪히며 조각난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역시 조금은 달라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올해 우리 서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이 머무르며 서로에게 권하던 책이다.

〈나 너희 옆집 살아〉 성동혁 지음, 다안 그림, 봄볕 펴냄 살다 보면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말한다. “나는 여전히 (마음으로) 너희 옆집에 살아, 언제든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달려갈게”라고. 아픈 몸으로도 세상과 연결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시인의 마음은 읽는 이를 조용히 위로한다. 쉽게 멀어지고 단절되는 시대에, ‘곁에 머무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책.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멀어졌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다즐링북스
경기도 안성시 비룡6길 13-8 보보스 1층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펴냄 보통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한 식물학자가 나눠주는 들판과 숲에서 배운 가르침을 읽으며 똑같은 고민을 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세상을 빨리 소유해야 하는 상품이 아니라 나눌수록 커지는 선물이라고 보는 눈 밝은 이가, 우리에게도 그 세상으로 오라고 보내는 초대장 같은 책이다. 더 많이 갖는 사람보다 ‘더 기뻐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장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열을 보게 해주는 책이다. 죽음과 장례까지 고민하기에는 사는 게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외면하게 되는데, 그 끝은 죽음으로부터의 소외로 이어지고 만다. 그런데 죽음으로부터의 소외는 삶으로부터의 소외와 같은 말 아닌가?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죽음이 인간의 손을 거치는 것임을, 세상을 생생하게 반영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축 생일〉 김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집는 버릇을 고치고 싶어서 머리맡에 시집을 두고 자기 시작했다. 첫날, 처음 읽은 시가 이 시집의 첫 시인 ‘폴짝인입니까?’였다. 마음이 폴짝폴짝 뛰었다. 무서운 집 밖으로 나가도 폴짝폴짝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필요한 다른 이야기가 어디에서 올지 항상 궁금했는데, 새로운 이야기는 시에서 올 것 같다.


달팽이책방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32

〈다시 만날 세계에서〉 강유정 외 지음, 안온북스 펴냄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비상계엄이 일어난 지 1년이 흘렀다. 동시에 12월의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보았던 놀라운 연대의 공동체를 목격한 지 1년이 흘렀다. 무엇보다 후자를 기억하기 위해 상비약처럼 책장에 꽂아두는 책.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요하나 헤드바 지음, 양효실 외 옮김, 마티 펴냄 한 해 동안 독서 모임과 북토크에서, 또 친구들과 손님을 붙잡고 가장 많이 영업했던 책. 정상성이라는 편협한 테두리에 자꾸만 베이는 연약한 존재들을 돌보면서도 각성시키는 횃불 같은 책.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 이자벨 스탱게르스 지음, 김연화 외 옮김, 에디토리얼 펴냄 최첨단 과학기술은 그것이 ‘과학’이고, ‘최첨단’이라는 이유로 좀처럼 그 권위를 의심받지 않는다. 번영을 약속하고 진리를 선언하는 과학에 대해 우리가 던져야 할 더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이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누구여야 하는지에 관해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책. 어렵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리브레리아Q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2로65번길 16-5 안쪽 102호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김지승 지음, 마티 펴냄 올해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책 딱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책이다. 여백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해준 책, 여백에 거주해도 된다는 믿음을 준 책. 어쩌면 늘 여백에만 머물렀던 우리가 만나는 공간이 바로 그곳이었음을 알게 해준 책. 그러니 여전히 책을 읽고 모이는 한 줌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책방이라는 공간에 꼭 있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여름철 대삼각형〉 이주혜 지음, 민음사 펴냄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는 언제나 신이 난다. 질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책을 매개로 이어진 여자들이라니, 책방에서 이 이야기를 함께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어두운 하늘에 선명한 빛으로 남는 별자리처럼, 함께 읽는 우리는 자국을 남기며 서로를 알아볼 테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펴냄 한 시간만 내어준다면 오랜 역사 끝에 도착한 2025년의 현실이 명분 없는 집단학살이라는 것을 선명히 알게 해주는 책. 이 작고 얇은 책이 더 많은 사람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관심을 주지 않으려던 사람들, 여전히 알기가 두려웠던 사람들에게 도착하기를 바란다.


마을상점생활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동공원로 35 1층

〈지극히 나라는 통증〉 하재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가장 최근 북클럽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서문부터 장난 아니야”라며 멤버들은 북클럽 후 서점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알아서 소개를 한다. 누군가에게 소개하고픈 책, 그리고 읽으면 꼭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일단 서문만이라도 읽어보기를.

〈마음의 문제〉 한수희 지음, 터틀넥프레스 펴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삶이 충만해진다고 믿습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인생’을 ‘생활’로 바꾸어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그려보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려보는 것 정도만으로도 상당수 마음의 문제를 지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글로 적지 않은 마음의 문제를 내려놓았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지음, 북스톤 펴냄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패담보다는 성공담에 눈이 간다. 그래서 실패담은 언제나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대단한 성공담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랬어야 했는데’라며 되짚는 그의 기록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용기를 준다. 내가 왜 이 공간(서점)을 만들었을까 천천히 되돌아보며 실패를 통과하는 중이다.


반달서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중앙로 225-6 쥬네브스타월드 가동 1층 156호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이타가키 지카코 지음, 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펴냄 반달서림 클래식 예술서적 읽기 모임 ‘반달금요클래식클럽’ 2025년 7월의 책. 여러 연주자들이 한 피아니스트에 대한 기억을 나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라두 루푸’라는 이름만으로 그의 연주와 삶이 생생히 떠오른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조용한 사람, 그러나 그가 남긴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울린다.


보배책방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납읍로2길 15-1 단독건물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사계절 펴냄 읽을 때마다 울게 되지만, 꼭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 조력사망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최근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는 내내 이 책이 떠올랐다.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살아갈 희망이 되는 거예요.” 누군가에겐 그럴 수 있음을 사람들이 생각해봐주길.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어크로스 펴냄 나는 평소 책방 이야기로 책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다. 이 책을 읽고는, 만약 쓴다면 이 책처럼 쓰고 싶다고 말을 바꿨다. ‘이용 규칙을 도서관에 써 붙여두지 않는다’ 등 공간과 사람에 대한 저자의 시선에서 ‘겸손’을 떠올렸다.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책의 절반을 넘어서까지도 아프리카랑 한국은 다르지 않나’라며 약간 비뚤어진 마음으로 읽었다. 최종장을 읽으며 반성했다. 합리적이고 주고받는 상호성이 가진 매끈함보다, ‘겸사겸사’ 친절을 주고받고 타자의 ‘알 수 없는 참모습’을 받아들이며 선뜻 연결되려는 방식이 더 멋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북끝서점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교암길 78-1

〈세상 끝 책방 이야기〉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그림나무 펴냄 용기가 불끈 이는 책이다. 나보다 먼저 수풀을 헤치고 앞서 걸어간 한 여자의 인생 (그런데 책방 영업일지를 곁들인) 이야기. 고생스럽지만 내내 유쾌하다. 대차게 젊음을 살아본 여자만이 명랑한 노년을 산다.

〈오직 영국에서 일어나는 일〉 이진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내게 영국은 어쩐지 ‘괴짜 천재 교수들의 나라’ 같은 느낌이다. 고집스러운 영국인들의 생활에 대한 각별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책. 보통 영국인들은 뒤뜰에 비밀 정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말 친한 사람만 방문할 수 있는. 대문자 I들이여 떠납시다, 영국으로!(일단 책으로!)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북파머스 펴냄 “아, 엄마 그러면 안 돼요!”라는 말을 달고 사는 책방지기, 이 책을 읽고 반성했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노년의 인생을 한번 쭉 살아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해하게 된다. 내 의지대로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만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것을.


사적인서점
경기도 파주시 돌곶이길 180-38 지층

〈뜻밖의 우정〉 김달님 지음, 수오서재 펴냄 노년을 상상하는 일은 늘 두려웠다. ‘늙고 병들면 수많은 제약과 한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연히 불안해하던 나에게 이 책은 두려움을 기대감으로, 불안함을 겸손함으로 바꿔주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는 부제처럼, 언젠가 노인이 될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사적인서점에서 힘주어 추천해온 책들을 한데 모아보니, ‘삶의 모순과 허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보였다. 이 책도 그렇다. 단편집을 읽을 땐 유난히 좋았던 작품 앞에 별표를 달곤 하는데, 이 책에는 목차의 모든 제목 앞에 별이 떴다. 해설과 작가의 말까지도.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읽는 내내 여러 번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느껴온 서운함과 억울함이, 실은 ‘준 만큼, 한 만큼 돌려받지 못했다’는 자본주의적 교환의 논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 기분 좋은 충격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살롱드마고
전북 남원시 시청북로 17 2층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의 합본으로, 강렬한 붉은색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 달 전 살롱드마고 온라인 낭독 모임에서 읽었는데, 모두 처음엔 작품 앞에 말을 잃었다가 정신없이 각자의 말을 찾았다. 서로의 감상문을 들으며 같이 울었다.

〈폭주하는 남성성〉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동녘 펴냄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딥페이크 성착취물, 남성 청소년과 청년의 극우화와 안티페미니즘 현상, 윤석열 구속에 항의하는 극우 청년들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등 우리 사회의 폭력, 차별, 혐오의 폭주에 어떻게 젠더가 작동하는지 파헤치며 남성성 논의의 장을 제시한다. 2025 살롱드마고 베스트셀러.


서호책방
강원도 동해시 청운로 84 1동 103호

〈내가 사랑한 서점〉 서점을 잇는 사람들 지음, 니라이카나이 펴냄 한때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서점에 대해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15명이 함께 쓴 책. 서호책방 지기도 한 꼭지를 썼다. 동해시 1호 책방이었던 ‘동쪽바다 책방’이라는 공간과 책방에 머물던 ‘나’를 기억하는 글을 썼다. 동쪽바다 책방이 없었더라면 서호책방도 없었을 테니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책인 셈이다. 서점 운영자들이 기억하는 사라진 서점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서점을 떠올려보기를.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반비 펴냄 서호책방 106번째 이 주의 책. 모성, 글쓰기, 자아, 예술, 싱글맘, 관계를 깊이 통찰하며 감히 아름다움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좋은 엄마, 완전한 엄마의 부담감은 내려놓고, ‘나’로서 존재하길 원하는 양육자들이 많이 구입한 책.


완벽한 날들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동쪽의 밥상〉 엄경선 지음, 온다프레스 펴냄 동해 앞바다에서 오징어,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오징어와 명태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와 반찬을 해서 먹고살았다. 지금은 이 지역에서 오징어, 명태를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그 음식을 먹던 문화는 그대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음식과 지역, 문화와 역사는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다. 동쪽의 음식과 그 지역민들의 이야기, 사료가 풍성해진 이번 개정판은 단연 완벽한 날들의 올해의 책이다.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 속 인물을 따라가며 직업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깊이 빠져들어 되새기고 곱씹게 되는 책.

〈보이저〉 노나 페르난데스 지음, 조영실 옮김, 가망서사 펴냄 지나간 시간, 멀리 떨어진 곳의 삶과 이야기가 별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떤바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74

〈다시 만난 민주주의〉 시사IN 편집국 지음, 아를 펴냄 일상을 살아가던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2·3 비상계엄을 마주한 우리가 목도한 장면들과 사진 뒤편에 존재하던 이야기들을 〈시사IN〉 기자들이 글로 기록했다. 역사의 증인인 우리가 잊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록물.

〈화성에도 짠 물이 흐른다〉 김화용 지음,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펴냄 소금으로 비롯된 꼬리물기 사유와 리서치의 기록. 소금으로 시작해 산업화, 동물권, 환경, 노동, 한국의 근현대사, 세계, 우주, 인간, 그리고 다시 소금이 전하는 의미로 이어진다. 넘실거리며 흐르는 물처럼 소금에서 화성까지 이어지는 사유는 자연스럽고 때로 격정적이다. 물길을 따라 탐험하듯 읽다 보면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면을 촘촘히 살펴보도록 돕는다.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우리는 모두 태어났기에 이 땅에 존재하고, 또 태어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죽은 다음’, 산 자들이 맞이하는 죽음의 마무리 과정을 다룬다. 장례의 순간순간을 함께하는 장례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또 다른 각도에서의 죽음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오늘은책방
경북 경주시 소금강로8번길 11-2 1층

〈이타주의자 선언〉 최태현 지음, 디플롯 펴냄 너무나 다른 생각들과, 복잡한 문제들과, 피곤함과 혐오를 무릅쓰고 나는, 우리는 이타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멀리서 홀로 빛나는 ‘이타주의’라는 말을 지상으로 가져온 느낌이었다. 곁에 있고, 해볼 만한 일로 여겨졌다. 별처럼 밝지 않아도, 저마다 품고 있을 촛불들을 상상해보게 한다. 나를 위한 일이 상대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나아가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의 출발점을 잘 헤아려보고 경계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는 나와 우는 우는〉 하은빈 지음, 동녘 펴냄 근육병 진단을 받은 ‘우’와 그의 연인인 저자 ‘은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 이들의 사랑이 현재진행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5년의 연애 후 우를 떠난 은빈의 이야기는 금기를 말하는 것 같다. 우를 존중하는 은빈의 글쓰기는 나아가 자신의 과거 또한 존중하는 글쓰기로 이어진다. 은빈이 과거를 실패와 후회로만 채우지 않아서 좋았고, 이 점이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느껴지게 했다. 삶의 중요한 문제들 앞에서 딴청을 부리고 있었던 것은 나였음을, 이들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된다.

〈시와 물질〉 나희덕 지음, 문학동네 펴냄 “글이 안 써질 때 시집을 읽으세요.” 버스를 타며 들었던 정세랑 작가의 말을 믿고 싶었다. 시는 물질인가. 흘러가는 삶을 일으키는 실체가 될 수 있을까. ‘존엄한 퇴거’를 읽었다. 홀로 삶을 정리하며 나를 발견할 누군가를 향해 개의치 말아달라 한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기르고 마음 쓰며 살고 싶다. 글이 안 써지는 시간이 좋다.


이것은서점이아니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22번길 8-12 1층

〈팔레스타인 시선집〉 리파트 알아리르 외 지음, 김한나 외 옮김, 접촉면 펴냄 〈팔레스타인 시선집〉은 소책자 〈팔레스타인의 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Poems from and for Palestine)〉를 한국어로 옮긴 책이며,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멈추는 행동 촉구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의 사람들은 학살 속에서 살아가고, 죽어가고, 글을 쓰고, 글에 남겨진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팔레스타인의 참혹함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통에 연결되길 바란다.

〈그냥 우리〉 클로디아 랭킨 지음, 양미래 옮김, 플레이타임 펴냄 미국의 흑인 여성 시인인 저자가 주변의 백인들과 ‘백인 특권’을 주제로 끈질긴 대화를 이어가는 여정을 담은 책. 공기 같은 차별의 속성을 간파한 저자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질문하는 방식과, 말 뒤에 삼킨 역사를 조명하는 형식이 나란히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올해의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창작자의 번아웃/ 한 연극인의 긴 퇴장 인사〉 김진아 지음, 지금아카이브 펴냄 창작의 순애와 곤욕을 짚고 나눈 이 책은 연극 연출가 김진아의 일기와 인터뷰, 설문과 후기 등이 엮여 있는 기록물이다. 쉼 없이 무언가 짓고 있는, 혹은 짓다가 멈춘 모든 창작자에게 건네는 공연이자 인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안부 인사와 함께 선물해보면 어떨까. 물론 스스로에게도 좋다.


이후북스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4길 24, 2층

〈죽은 다음〉 희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나의 죽음은 누구의 손으로 또 어떻게 처리될까? 죽음을 다루는 산 자들의 노동과 죽음의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본다.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이 책은 30년 전의 기록인데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팔레스타인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공···. 한 권의 책에 편집자가 들이는 몫은 일부겠지만 그 일부가 없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책. 오직 그녀의 것에 담긴 과정과 시간은 그렇게 책이 된다.


쩜오책방
경기 파주시 꽃아마길 35

〈엄마소리〉 이순옥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톡톡’ ‘탁탁’ 돌보고 돌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정하고도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한 그림책.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책.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창비 펴냄 마을 사람 여럿이 필자로 참여한 책. 우리가 지금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묻는다.


책가도
서울 도봉구 해등로 109 창동주공1단지 상가 2층 211호

〈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 김연덕 지음, 현대문학 펴냄 책 한 권으로 낭독회를 두 번 연 것은 처음이었기에, 앞으로도 책가도에 의미 있는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첫 북토크는 책방에서, 두 번째 북토크는 김연덕 시인이 태어나 자란 부암동에서 진행했다.

〈A Summer Night : 여름밤〉 가현 외 지음, 웜그레이앤블루 펴냄 책방 단골 A와 함께 유성우를 보러 간 이야기가 실린 앤솔로지. 단행본에 글로 참여한 첫 책이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면서, 책방에서 만나 어느덧 친구가 된 A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책가도에도 특별한 책.

〈예술가로 살아가기〉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지음, 조서현 옮김, 아트북프레스 펴냄 올해 나온 예술 분야의 책 중에 인상 깊었던 책. 150편이나 되는 많은 글이 실려 있지만 짧은 메모와 긴 에세이가 적절히 섞여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작가가 “예술 전문 용어를 극도로 싫어”하는 덕분에, 예술 관련 도서를 어렵게 느꼈던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책방누크
경기도 광주시 태성3로 13 더샵오포센트럴포레 후문상가 125호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위고 펴냄 시커먼 표지에 흰 점만, 제목도 없다? 책을 읽고 나면 흰 점이 눈처럼 쏟아져 하나의 문장을 이룰 듯 말 듯한 표지를 애틋하게 쓰다듬게 된다. 완벽한 번역이란 있을 수 없다. 그 불가능성에서 무한대의 가능성을 찾는 책.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은 엄마에게 죽음을 상속받았다고 했다. 김혜순 시인의 죽음을 다룬 시로만 3부작이라니. 읽어내는 데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읽고 나면 결코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집.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권한다.

〈미들섹스〉(전 2권)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민음사 펴냄 첫 장부터 홀린 듯 빠져드는 현대의 고전. 처음엔 여자아이로, 다시 한번 남자아이로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 작가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글을 썼을까? 독자들의 감탄을 넘어 호기심을 일으킨 소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펴냄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할까? 현대에 끊임없이 호명되는 고전에는 이유가 있다. ‘고전은 잘 안 읽어서…’ 망설이는 독자에게 권하는 첫 번째 고전소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프랑켄슈타인〉(넷플릭스)과 함께 읽으면 나만의 프랑켄슈타인 해석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책방 바라타리아
강원도 춘천시 당간지주길74번길 5

〈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펴냄 올해 독서 모임 참석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 용기를 내어 뛰어내렸을 때 날아오를지 추락할지는 시도해 보기 전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라면, 그래도 행동하는 쪽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번엔 깨지고 아플지라도 다음 시도 땐 바람을 타고 비상할 수도 있으니.

〈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녹색광선 펴냄 믿기지 않는 현실에 기대 함께 낭독한 희곡. ‘단 한 사람만 공포를 극복하고 반항해도 기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일어나서도 안 됐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 생각한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진 지난해 겨울, 우리는 이 희곡을 함께 낭독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의적절하게 출간된 단행본.

〈40세 정신과 영수증〉 정신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한 사람의 인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이 팔고 싶었던 책. 친구와 동료와 함께하던 밝고 개성 넘치는 20대에 〈정신과 영수증〉을 선보였던 그녀가 세월과 더불어 깊이가 더해져 40대가 되어 돌아왔다. 배우자, 2세와 함께!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두를 위한 에세이.


책방 토닥토닥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남부시장청년몰 2층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김지승 지음, 마티 펴냄 모든 소외된 사람들과 시간, 장소, 마음, 우리들을 응원하고 연결하게 만드는 책. 김지승 작가가 책 속에 언급한 책들을 따라 함께 읽다 보면 나만의 마지네일리아를 발견하게 된다.

〈우울증 가이드북〉 오지은·반유화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그 누구보다 전주를 사랑하고 전주 시민이 된 뮤지션 오지은.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안내서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따뜻한 조언도 담긴 이 책은 올해 책방 토닥토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전주〉 권진희 지음, 푸른향기 펴냄 여행 에세이 특유의 감성이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이 책이 있다. 전주에서 사는 작가가 좋아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공간을 담은 책, 전주의 일상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없이 골라도 좋다.


책봄
경북 구미시 금오산로22길 24-1 1층

〈빵과 시〉 안미옥 지음, 아침달 펴냄 지난해 동네책방과 동네빵집 협업으로 안미옥 시인과 빵집에서 북토크를 했다. 그때의 소중한 시간이 책에 정성스럽게 담겨 있다. 책방이 책에 소개되는 경험 덕분에 이 책이 의미 있기도 하지만 책에 담긴 시인의 따뜻한 글에 위로를 많이 받아서 더욱 특별하다. 맛있는 빵집을 만났을 때의 기쁨 같은 책이다.

〈지극히 나라는 통증〉 하재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보듬게 되는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서도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그 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책.

〈뭐 어때〉 오은 지음, 난다 펴냄 시인의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을 따라 글을 읽다 보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숨지 않는 용기를 배운다. 이리저리 모난 마음을 다듬어 뭉툭하지만 단단한 돌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5년 한 해 책봄에서 가장 사랑받은 책.


책의기분
서울시 성북구 돌곶이로9길 5-19 1층

〈반대편에서 만나〉 송정원 지음, 창비 펴냄 서로 닿아 울퉁불퉁하게 깎이는 만남의 장면들. 이 시집을 읽는 건 통과 중인 긴 기차와 흔들리는 버스에 동승하는 일.

〈여름철 대삼각형〉 이주혜 지음, 민음사 펴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삶을 향해 닻을 내리려는 시도.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이자 빛이 된다.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 제인 앨리슨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펴냄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삶. 이야기를 거울 삼아, 나만의 서사로 삶의 무늬를 발견하는 즐거움.


한쪽가게
대전시 서구 신갈마로181번길 24-23

〈음악으로 가득한〉 다카기 마사카쓰 지음, 오하나 옮김, 열매하나 펴냄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이의 고요한 집중과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한 사람이 마주하는 삶과 자연, 관계와 감정이 소리와 이미지로 이어지는 풍경을 차분히 보여준다. ‘일’이 곧 ‘삶’이 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명랑한 유언〉 구민정·오효정 지음, 스위밍꿀 펴냄 병을 겪으며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두 사람의 기록은 아프지만 명랑하고, 담담하지만 뜨겁다. 아픈 몸과 돌보는 몸이 서로를 비추며, 유한한 삶을 끝까지 끌어안는 용기를 보여준다.

〈대전 건축 여행〉 김예슬 지음, 파이퍼프레스 펴냄 낡은 건물과 오래된 거리에서 도시의 시간을 읽어내는 시간이 인상적이다. 익숙한 공간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읽는 내내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간의 흔적이 남은 벽돌과 창문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다.

정리·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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