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국 맥주는 사실 맛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은 한국 맥주가 수입 맥주보다 훨씬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맥주는 소맥을 만들어 먹기에만 좋은 그저 그런 맥주라고 말이다. 필자도 한동안 홉(Hop) 함량이 적은 한국 맥주가 당연히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을 자주 가면서 일본의 생맥주도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고 느꼈다. 오히려 한국 생맥주가 훨씬 맛있게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다.
한국 맥주 마케팅팀이 약 6년간 2만2300명에게 세계 각국 맥주 5잔을 두고 어떤 맥주인지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2만2300명 중 단 8명만 한국 맥주를 찾아냈다고 한다. 한국 맥주가 그렇게 맛이 없다면 가장 맛없는 맥주를 골라내기만 하면 될 텐데 왜 못 찾았을까?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건 의외로 편견일 수 있다.
서울대 문정훈 교수팀이 소비자 22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결과는 비슷했다. 국산 라거 맥주 3종과 수입 라거 맥주 2종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벌였는데 참가자의 70.8%가 국산 맥주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상표를 부착한 뒤 벌인 테스트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맥주의 맛은 크게 △맥아 △홉 △효모 △물 등 네 가지가 결정한다. 한국 맥주는 맥아와 함께 쌀과 전분을 사용한다. 당의 분해 효율이 높아져서 맥주의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낳았다. 맥주도 음식과의 ‘짝(페어링)’이 중요한데, 한국 음식은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서 과일향이나 쓴맛 등이 과하게 강조되면 오히려 음식과의 조화가 어려워진다. 사실 한국 맥주는 낮은 잔당감과 부드럽고 청량한 맥주로 한국 음식에 맞춘 맛있는 맥주인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류 트렌드’ 등 여러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은 맥주였다. 소주보다 선호할 때가 많았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 이제 눈을 감고 맛있는 한국 맥주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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