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 기획 어젠다 1] 맘다니의 당선 배경은…공식 바꾼 정치혁명

정세영 기자 2026. 1.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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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대중교통 등 과감 정책
‘유권자 의견’ 공약 ‘탈바꿈’
흥미 콘텐츠 생산…공감대 ↑

선거 캠페인 자발적 참여로
경선 룰 ‘선호투표제’ 한몫
"공감·소통 앞세운 新실험"
조흐란 맘다니가 2025년 11월 4일(화요일) 뉴욕에서 열린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의 정치공식을 깬 혁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아파트 임대료 동결, 무료 대중교통 등 뉴욕 서민층이 바라는 생활 현안을 공약 전면에 내세운 게 주효했다.

그는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화했고 도시 구조 속 불평등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

선거캠페인 역시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뒀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고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맘다니 지지'를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어냈다.

1% 지지에 그치던 맘다니가 뉴욕시장 당선을 이룰 수 있었던 성공 방정식, 그리고 한국 정치, 특히 호남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뉴욕 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가 2025년 12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임금 인상과 노동 관행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 중인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피켓 시위에 참여해 한 지지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1% 대이변
뉴욕주 하원의원인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 도전장을 낸다고 했을 때 그의 당선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2024년 10월 그의 지지율은 1%에 불과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고 전 뉴욕주지사이자 정치 거물인 앤드루 쿠오모의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단 6개월 만에 '맘다니 매직'이 일어났다. 3월 초 여론조사에서 약 10% 지지율로 반등을 보이던 맘다니는 민주당 경선 한 달 전인 5월 에머슨칼리지 여론조사 결과 23%로 2배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쿠오모는 35%로 나왔다.

한 달 뒤, 맘다니의 대역전극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해 6월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56.4% 지지율을 기록하며 43.6%에 그친 쿠오모를 꺾고 민주당 공천장을 따내면서다.

맘다니의 승리는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11월 본 선거에서 맘다니는 5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오모를 다시 한번 제치며 새 역사를 써냈다.

34세의 인도계 무슬림 사회주의자가 최연소 뉴욕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도시" 파격 공약
맘다니가 만들어낸 대이변은 고물가 도시 뉴욕에 대한 현실적 고민에서 시작됐다. 뉴욕의 주거, 생활비 부담이 서민과 소수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의 공약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시'라는 하나의 슬로건으로 묶여 있다. 중위 임대료가 월 8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연간 100만 가구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렌트 프리즈'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버스요금 무료화, 무상보육, 최저임금 30달러 인상, 공립대 학비 전면 면제 등도 제시했다. 그가 내세운 급진적 진보 정책 패키지는 '조라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고물가 도시 뉴욕에서 삶의 현실을 직시한 채, 서민층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책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고통을 공약으로 꺼내놓은 것이다.

이 모든 재원은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과 기업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저 단순한 부자 과세나 현금 재분배를 넘어 주거와 교통 등 도시 구조 속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는 메시지였다.

맘다니의 당선은 곧 '고물가 도시 뉴욕에서 사는 걸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응답이었다.

다만 맘다니의 성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맘다니의 기적이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공약이 제대로 작동되고 실현되야 한다. 그가 내세운 정책이 공염불에 그친다면 뉴요커들은 그저 환상을 쫓은 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발적 시민 참여…선거캠페인이 MZ트렌드로
맘다니는 선거 캠페인에서도 참신한 전략을 구사했다. 정치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의 삶에 밀착한 소통방식으로 유권자들을 캠페인의 자발적 참여자로 만들었다.

그는 뉴욕시 전역의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 뉴욕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인터뷰를 받는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를 인터뷰하는 정치인으로 시민들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은 공약으로 탈바꿈했다.

정책 제안과 캠페인을 연계했다. 뉴욕의 고물가 문제 18달러 칵테일, 1달러 이하로 살 수 없는 피자 한 조각 등에 대해 시민들과 대화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랄 푸드트럭을 돌며 점주들과 이야기하며 허가증 비용 등 식료품 인플레이션의 현실을 시민들과 직접 공유했다. 맘다니는 그 과정을 기록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참신한 영상으로 자신의 공약을 적극 알렸다. 새해 첫날 얼어붙은 코니아일랜드의 바다에 양복을 입고 뛰어들며 임대료 동결 공약을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하철에서 지하철 카드를 마이크 삼아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맘다니의 '조라노믹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유권자들 사이 형성되자 자발적 풀뿌리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활용됐다.

자원봉사자들은 놀이처럼 선거캠페인을 기획하고 즐겼다. '맘다니 지지'를 젊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었고 SNS에서는 '핫걸즈 포 조란(#hotgirlsforzohran. 맘다니를 지지하는 핫 걸)'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 됐다.

자원봉사자 5만여 명이 직접 유권자의 집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거는 등 현장 스킨십이 160만회를 넘었다. 결국 정치를 브랜딩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바꾼 것이 그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선호투표제' 장점 활용…연대로 돌파
맘다니의 또다른 당선 배경으로는 탁월한 전략으로 민주당의 뉴욕시장 경선 방식을 잘 활용한 점이다. 바로 선호투표제(preferential voting)다. 순위투표제(RCV·ranked-choice voting)라고도 하는데, 한 명만 찍는 '1인 1표'가 아니라 순위·2순위·3순위 등으로 순서를 매기는 방식이다. 1순위 표를 집계해 과반을 얻으면 당선이다. 그게 아닐 경우 순위 내에 들지 못한 후보를 1순위로 찍은 표를 2순위로 찍은 후보에게 더해준다. 이런 식으로 한 후보가 과반일 때까지 반복한다. 유권자 입장에선 1순위 후보가 떨어져도 2, 3순위의 의사가 반영돼 사표(死票)를 줄일 수 있다.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서는 유권자가 최대 5명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후보 사퇴를 통한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후보 간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호투표제는 지난 2022년 뉴욕 시의회 선거부터 시행됐는데, 시장 선거에선 이번이 처음이었다.

맘다니는 이 선거 방식을 너무나도 잘 알고 접근했다.

그는 또다른 후보인 래드 랜더(56·뉴욕시 감사관 )와 연대했다. 두 후보는 '우리를 1·2순위로 선택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 앞에서, "맘다니와 랜더를 1순위, 2순위로 적어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그 결과 1순위 집계에선 맘다니 43.8%, 앤드루 쿠오모 36.1%, 브래드 랜더 11.3%였다. 낮은 득표 후보(랜더 등)를 차례로 탈락시키고 그 지지자들의 2·3순위 표를 재분배하고 나자, 맘다니가 56.4%가 됐다. 쿠오모(43.6%)를 누르고 후보로 확정됐다. 맘다니와 랜더가 '2순위' 연대 전략을 폈던 게 먹힌 결과였다.

◇호남정치, 소통·공감 의제로 응답해야
뉴욕의 정치 환경과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분명히 다르지만 뉴욕에서 불어 온 '맘다니 효과'는 한국 정치에 또다른 의제를 던져주는 건 분명하다. 반면 정당정치 중심으로 민주당에 묻지마 투표를 하는 호남의 정치 생태계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다만 정치 효능감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놔야 한다는 점, 소통으로 정치를 문화로 만들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야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가 구현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정치 평론가 역시 맘다니의 사례가 미국과 다른 한국 정치 구조 속에 무조건 대입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한국, 호남 정치에 던지는 유의미한 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정치학 박사)는 "자본주의와 자유방임 상징인 뉴욕이 사회주의자인 맘다니를 택한 건 곧 혁명이고, 고물가로 시름하는 뉴욕이 살아나기 위해 극단적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다만 시내버스를 무료화하고 생후 5주부터 무상교육, 연 100만가구 임대아파트 세 동결 등 파격적인 이 사회적 처방이 곧 뉴욕시의 빚을 늘려 보전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오 이사는 "뉴욕은 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한국과 달리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선거운동 방식 역시 미국은 'The Knocking(유권자 집 문을 두드리는 선거운동)' 등 투표를 독려하는 VOTE 운동이 보편화됐고 맘다니는 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반면 우리나라는 선거법상 불가능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뉴욕과 한국, 호남이 처한 현실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맘다니가 내놓은 정책을 호남에서 펼치기는 실상 어렵다"면서도 "다만 민생 의제를 추상적이지 않고 아주 구체적 수치를 동원해 간결하게 메시지화하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2030층 등에 최적화된 이슈를 제기해 그동안 잡히지 않은 새 유권자 층을 끌어냈다는 점은 호남 정치에서도 유의미하게 봐야 할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오 이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의 지역소멸이라는 구조적 환경에서 문제 해결 의제를 던지고 권리당원 방식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의견을 표출해 지지를 조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고 캠페인을 만들어 낸다면 의미있는 정치 환경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맘다니의 승리 배경은 선거 과정에서 여론을 탐지해 논의하고 공약을 반영해 서민들과 2030에게 피드백을 준 게 주효했다고 본다"며 "즉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 호감을 사려는 게 아니라 유권자와의 지속적 소통으로 변화의 기대를 준 신뢰의 정치가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또 호남 정치인들이 더 발본적 사고를 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대표도시 뉴욕에 가장 반대 성격인 사회주의적 처방을 한 맘다니 방식대로라면 수도권에 비해 경제 저발전, 지역소멸 위기 처해 있는 호남에는 실물경제 중심 의제와 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