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말의 기운으로 힘차게 뛰자

김문기 기자 2026. 1. 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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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랜 반려동물...12지 중 7번째

제주서 매년 고마로 말 문화 축제, 의귀리 말 축제 등 열려
제주마 방목지에서 뛰어노는 제주마.(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예로부터 말은 멀리 달릴 수 있는 힘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인간의 공간적 한계를 넓히는 데 함께했던 말은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말에 담긴 꿈과 기운을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오랜 친구로서의 말

말(馬)은 개(犬)와 더불어 인류의 오랜 반려동물이다. 현생인류 역시 지구 생태계의 다른 생물과 함께 해야 할 친구였다. 사람들은 빠르고 강한 야생말의 습성을 연구해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선조들은 말을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고 신(神)의 뜻을 전달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상상력을 확장했다. 말은 12지(支) 중 7번째이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정남(正南) 방위를 상징하는 동물로 자리잡았다.

말은 19세기 말 이후 기차와 승용차 등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지만 생활 문화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신성한 말

선조들은 말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로 나아가 성스러운 동물로 인식했다. 충성, 생명력, 공간 이동의 신비를 상징하는 말은 신들의 전달자에서 나아가 신 그 자체로 여겨졌다.

성스러운 말은 십이지신이나 청룡도를 쥔 채 말을 타고 달리는 백마신장과 무신도의 신으로 등장한다. 시왕도에 등장하는 말과 저승사자가 타는 말은 저승에서 망자를 심판하고 인도하는 신성한 영혼의 여정에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이는 말이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저세상과 생명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롭고 신성한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제주마(馬)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듯이 '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말의 고향' 제주다.

제주는 고려 말기 원나라(몽골) 간섭기 이후 국가 차원의 군마 생산·공급 기지로 주목받으며 오랜 세월 우리나라 최고의 말 산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제주시 해안동의 '어승생(御乘生)' 오름은 임금이 타는 말이 태어난 곳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곳에서 태어난 명마가 임금에게 진상돼 사랑을 받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갑마장길'은 조선시대 최고 등급의 말인 '갑마(甲馬)'를 길러내던 국영목장이 있던 곳이라는데서 유래했다.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고마로(古馬路)' 역시 말을 방목하던 '고마장(古馬場)'에서 나라에 진상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었다.

▲헌마공신 김만일

우리나라에서 말과 관련된 인물로 '헌마공신' 김만일(1550~1632)을 빼놓을 수 없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태어난 김만일 공은 의귀리에서 수망리에 이르는 광대한 규모의 말 목장을 운영했고 전쟁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1000여 필의 말을 진상한 공로를 인정받아 1628년(인조 6년)에 종1품 숭정대부(崇政大夫)를 제수받았다.

후손들은 대대로 산마감목관으로 임명됐는데 그의 가계에서 무려 218년 동안 83명의 산마감독관이 배출됐다고 한다.

의귀리 '옷귀테마타운' 인근에는 김만일 공을 기리기 위한 '헌마공신김만일기념관'이 조성됐다. 기념관에는 스크린 승마를 비롯해 다양한 말 체험 프로그램과 말에 대한 기록, 김만일 공의 업적 등을 전시해 놓았다.

▲말(馬) 축제

제주에서는 매년 가을 '헌마공신 김만일'을 기리고 제주 전통마와 지역 목축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의귀말 축제'가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열린다.

일생동안 수천여 마리의 말을 나라에 바치며, 제주 목축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헌마공신 김만일을 기리기 위한 이 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열린다.

제주시 일도2동 고마로 일원에서도 매년 '고마로 마(馬)문화 축제'가 열린다.

고마장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자는 취지에서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말을 돌보는 사람을 뜻하는 '말테우리' 또한 제주 말 문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