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촌 만사교통] 지척 약국도 버스로 반나절…아파도 참는 농촌 일상
대중교통 배차간격 1시간 이상
버스 일찍 떠날까 미리 대기해야
폭염·한파엔 야외 정류장 ‘고역’
지역사랑상품권 사용도 ‘남일’


7분, 1시간30분, 3시간10분.
차로 고작 7분 거리인 면소재지 약국과 마트에 가는 버스를 타려니 1시간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상비약과 간단한 식재료를 사고 집에 돌아오는 데 총 3시간10분이 걸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농촌주민에겐 이것이 일상이다. 충남 부여군 내산면 지티리에 사는 윤선희씨(78)의 하루를 동행하며 농촌의 열악한 교통 현실을 들여다봤다.
윤씨는 외출할 때마다 시계를 수시로 확인한다. 버스를 한번 놓치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곳에선 무용지물이다. 윤씨가 의존하는 것은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하게 낡아버린 종이 시간표.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30분 간격으로 배차되어 있는데 중간에 삭제된 시간이 보인다. 이용자가 줄자 3년 전에 없어진 버스다.

“시간 맞춰 나가도 버스가 일찍 오면 그냥 떠나버려요. 항상 미리 정류장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해.”
이날도 낮 12시30분경 지티리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버스는 예정보다 한참 이른 12시8분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씨는 “벌써 왔네, 왔어!”라고 외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리 나와 있지 않았더라면 족히 1시간을 더 길 위에 버려야 했을 터였다. 날이 좋을 때는 그나마 낫다. 살을 에듯 추운 겨울이나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의 정류장에서 기약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고역이다.

긴 시간 기다림이 머쓱하게도 버스는 7분 만에 외산면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병원과 약국·하나로마트가 모여 있다. 서둘러 진통제와 식재료를 산 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 표지판 앞에서 윤씨는 또 긴장해야 했다. 낡은 표지판 위에 매직펜으로 목적지와 시간이 여러차례 덧씌워 수정돼 있어 도무지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맨날 다니는 길인데도 이렇게 해놓으니 항상 헷갈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또다시 45분. 그나마 이곳은 종점이라 따뜻한 실내 대합실이 있어 다행이었다.
3시간 넘는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윤씨가 이마를 ‘탁!’ 하고 치며 탄식했다.
“어묵 사는 걸 깜박했네. 하이고, 또 언제 마트에 가나 갑갑하네.”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곳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충남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는 금강 줄기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린다. 금산, 전북 무주, 충북 영동이 만나는 마을에 36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사는데 버스는 들어오지 않는다.
설재영씨(86)는 병원 한번 가려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겪어야 한다. 방우리에서 가장 가까운 무주군 무주읍의 병원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진료비는 1만5000원이면 충분하지만 왕복 택시비는 2만4000원이다. 군에서 1인당 연간 22장의 택시 쿠폰을 지원해주지만 왕복으로 2장씩 사용하면 한달에 한번꼴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혜택도 남의 일이다. 금산군 번화가는 차로도 40분은 걸려서 가까운 무주군이 실질적 생활권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상품권은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설씨는 말했다.
“아파도 웬만하면 참고 혜택이 아쉬워도 체념하는 게 일상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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