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기쁨 삼킨 ‘제2의 등록금’ 대학가 월세 [왜냐면]

한겨레 2025. 12. 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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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인근 마을게시판에 붙은 월세 전단지 모습. 연합뉴스

오윤아 | 중앙대 프랑스어문학과 1학년

“엄마 아빠, 나 합격했어!”

1년 전 겨울, 재수 생활을 마치고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 1년간의 고생을 보답 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 설렘도 잠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집’이었다. 본가가 광주광역시인 나는 합격 직후 기숙사에 지원했지만 예비 번호조차 받지 못하고 떨어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일반대 기숙사 수용률은 2025년 기준 22.9%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학들이 예산 부족 문제나 인근 주민들의 임대 수익 보장을 위한 민원을 핑계로 기숙사 신축에 소극적인 탓이다. 이 낮은 수용률은 기숙사 탈락이 나 개인의 문제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기숙사에서 밀려난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장거리 통학, 지자체 학사, 셰어하우스, 자취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는 여러 부동산을 돌며 방을 찾다가 결국 학교 인근 셰어하우스(보증금 150만원, 월세 45만원)에 입주했다. 개인 공간이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화장실 하나를 다섯명이서 공유하며 겪는 불편함과 공용 공간의 위생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이 힘든 학생들은 결국 더 비싼 자취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가 원룸 월세는 이미 많은 학생의 감당 범위를 넘어섰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보증금 1천만원 기준)는 약 60만원으로, 1년 새 6.1%가 올랐다. 여기에 관리비와 생활비까지 더하면 사실상 매달 1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지방 학생에게 서울권 대학 진학은 등록금 외에 ‘제2의 등록금’을 요구한다. 자취는 더 이상 편의나 낭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 지출이 되었다.

정부가 여러 청년 주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월세 지원은 부모 소득 기준과 본인 소득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까다로운 조건 탓에 실제 수혜율은 30~40%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다. 전세 자금 대출 제도도 대학가 집주인들이 월세 수익을 위해 대출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역세권 청년주택과 행복주택 역시 공급 부족으로 경쟁률이 수십 대 일, 많게는 수백 대 일에 이른다. 청년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지원 기준 개선이 먼저다.

이러한 주거 사각지대에서 청년들에게 과연 ‘도약’과 ‘성장’은 어떤 의미일까. 편안하게 머물러야 할 공간에서, 불안정한 집은 청년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잠식한다. 미래를 고민하고 학문에 정진해야 할 에너지를, 월세 마련과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안이 갉아먹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해 학업·아르바이트·생활비의 짐을 동시에 짊어지는 청년들에게 이런 현실에서 “더 도전하고 더 성장하라”는 말은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청년의 미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토대가 주거라면, 이는 특권이 아니라 기본이어야 한다. 합격의 기쁨이 주거 빈곤의 절망으로 바뀌지 않기 위해 막 독립을 시작한 청년들에게 ‘화려한 캠퍼스’ 이전에 ‘안전한 집’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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