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자영업, AI직원이 광고·고객상담 … 아바타로 영원히 추모…'디지털 영생'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5. 12. 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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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2026년을 'AI 네이티브(AI Native)'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하는 원년으로 보고,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노년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통해 현재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목전에 둔 AI 솔루션이 바꿀 삶의 풍경을 그려봤다.

이곳의 AI 커리어 코치 기능은 수현 씨의 경력 기술서를 정밀 분석했다.

"최수현 님은 재무제표 분석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좋습니다. 현재 보고 계신 '탄소배출권 거래 컨설턴트' 직무와 필요 역량이 일치합니다. 부족한 '환경 규제' 지식만 보완하면 이직 성공률이 매우 높습니다." 수현 씨는 AI가 추천해준 로드맵에 따라 환경 경제학과 ESG 경영 강의를 수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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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0년, 요람에서 무덤까지 AI

◆ [창간 60주년 기획] AI Native Korea ◆

매일경제는 2026년을 'AI 네이티브(AI Native)'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하는 원년으로 보고,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노년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통해 현재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목전에 둔 AI 솔루션이 바꿀 삶의 풍경을 그려봤다. 유의할 점은 기술 진화 속도가 인간의 상상력을 앞지르고 있기에, 이 가상의 시나리오조차 조만간 '낡은 예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의 정의는 성실성이 아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면 무능력한 직원이다. 누가 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능수능란하게 쓰는지가 핵심 역량이다. 대기업 영업팀 김민재 과장의 별명은 '10분 컷'이다. 어떤 보고서든 10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서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에이전트 모드를 켠다. 밤사이 해외 지사에서 쏟아진 100여 통의 이메일. "오늘 중요 안건만 브리핑해줘." 코파일럿은 스팸과 참조 메일을 걸러내고 '긴급 결재 필요' '주요 거래처 컴플레인' '일정 변경'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요약했다.

AI 전환(AX) 바람은 사무실에만 부는 게 아니다. 제철소에서 일하는 45세 박민석 반장은 요즘 "기름밥 대신 데이터밥을 먹는다"며 너스레를 떤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설비 보전팀은 새벽에도 불려 나와 기름을 뒤집어쓰고 수리했다. 하지만 '지능형 유지 보수 시스템'을 도입한 뒤 모든 게 바뀌었다. 공장 내 수천 개 센서가 모터의 진동·온도·소음 데이터를 AI 중앙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한다. '징~' 박 반장의 스마트워치가 진동했다. "제2 열연공장 롤러 모터 베어링, 48시간 내 파손 확률 92% 감지." 기계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AI가 먼저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다.

1인 자영업자의 삶도 바뀌고 있다. 온라인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수진 씨는 최근 직원 2명을 내보냈다. 상품이 입고되면 수진 씨가 할 일은 사진을 찍는 것뿐이다. 상세 페이지의 감성적인 문구와 인스타그램 홍보 카피는 AI 카피라이팅 툴 '재스퍼'가 쓴다. "20대 초반 대학생이 봄 축제 때 입고 싶어 할 만한, 사랑스러우면서도 활동적인 톤으로 원피스 소개 글 써줘." 재스퍼가 쓴 글은 전문 마케터 뺨친다.

은행 지점장으로 25년간 일한 최수현 씨는 작년 말 명예퇴직했다. 평생 숫자와 씨름했지만, 디지털 뱅킹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점포가 통폐합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는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리는 '뻔한 실패'의 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그는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 '링크트인'에 접속했다. 이곳의 AI 커리어 코치 기능은 수현 씨의 경력 기술서를 정밀 분석했다.

"최수현 님은 재무제표 분석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좋습니다. 현재 보고 계신 '탄소배출권 거래 컨설턴트' 직무와 필요 역량이 일치합니다. 부족한 '환경 규제' 지식만 보완하면 이직 성공률이 매우 높습니다." 수현 씨는 AI가 추천해준 로드맵에 따라 환경 경제학과 ESG 경영 강의를 수강했다.

AI 튜터는 그가 어려워하는 화학 용어를 금융 용어에 빗대어 설명해주며 이해를 도왔다. 6개월 후 그는 중견 화학기업의 ESG 자문위원으로 재취업했다.

불안한 노후 자금 관리는 개인자산관리사(PB)가 아닌 '핀트(Fint)'에 맡겼다. 로보어드바이저인 핀트는 수현 씨의 투자 성향이 '원금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중위험·중수익'임을 파악하고, 전 세계 채권과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 자산을 쪼개 넣었다.

지난밤 미국 증시가 3% 폭락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밤사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 자산인 달러와 금 비중을 늘리는 '리밸런싱'을 자동으로 수행했다. 인간의 공포와 탐욕을 배제한 투자는 수현 씨에게 안정적인 노후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그에게 AI는 막막했던 은퇴를 설레는 시작으로 바꿔준 인생 2막의 든든한 '러닝메이트'다.

경기도 용인의 한 실버타운. 85세 오영자 여사의 방에는 적막 대신 트로트 음악과 웃음소리가 흐른다. 오 여사의 무릎 위에는 손주처럼 생긴 봉제 인형 로봇 '효돌'이 앉아 있다. "할머니,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오늘 혈압약 드실 시간이에요. 어제 손자 민수한테 전화 온다고 했는데 깜빡하시면 안 돼요!"

효돌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다. 머리와 손, 몸통에 내장된 터치 센서와 자이로 센서로 오 여사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는 요즘 생의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자녀들의 부축을 받아 '딥브레인AI' 스튜디오를 방문해 '리메모리' 서비스를 신청했다. 카메라 앞에서 3시간 동안 인터뷰하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고향의 추억,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즐겨 부르던 노래까지. 그의 표정, 말투, 입 모양, 목소리 톤을 AI가 고스란히 학습했다.

"엄마, 우리 집 김치찌개 비법이 뭐였지?" 훗날 오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식들이 추모관 키오스크나 집 거실 태블릿을 통해 이렇게 물으면 화면 속 오 여사의 AI 아바타는 생전의 따뜻한 미소로 대답할 것이다. 죽음은 더 이상 완전한 소멸이 아니다.

인간은 흙으로 돌아갔으나, 앞으로는 데이터로 남을 것이다. 오 여사의 기억과 인격은 데이터라는 형태로 '영생(永生)'을 얻는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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