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문 닫고 7년…‘숲’으로 변한 알프스 스키장
프랑스 남부 세위즈 스키장 폐쇄·해체로 논의 활발해져

인위적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으로 프랑스 스키장이 현재까지 180여곳 문을 닫았다. 문 닫고 방치되는 스키장이 많아, 이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토론도 벌어진다.
지난 27일 영국 가디언 ‘유령 리조트: 수백 개의 스키 슬로프가 버려진 가운데, 알프스는 자연으로 돌아갈까?’ 제목의 보도를 보면, 현재까지 프랑스 남부의 알프스에서만 모두 186개의 스키 리조트가 문을 닫았다. 이렇게 스키장들이 문을 닫은 이유는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이 내리고 쌓이는 지역이 더 높은 산지로 옮아 갔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문을 열지 못했던 프랑스 알프스의 세위즈 스키장은 최근 완전히 문을 닫고 해체 공사에 들어갔다. 세위즈 스키장은 문을 연 지 85년이나 된 프랑스의 대표적 스키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7년 동안 문을 열지 못하면서 ‘유령 스키장’이란 별명이 붙었다. 개장 중단 이전 이 지역 정부는 세위즈 스키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7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결국 문 닫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시설을 관리하는 미셸 리쿠-샤를 지역협의회장은 “스키 계절에 문을 여는 것이 닫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인공 눈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늦출 뿐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에는 113개, 총 길이 63㎞의 스키 리프트가 방치돼 있고, 이들 시설의 4분의 3은 자연보호구역에 있다. 스키장을 포함해 프랑스의 전국 산지엔 3천여개의 시설이 버려져 있다. 스키 리프트를 비롯해 전선, 철조망, 울타리, 낡은 기계들이다. 7년 동안 버려진 세위즈 스키장에서도 나무 오두막, 밧줄, 전신주, 창고들, 윤활유 등이 방치돼 있다. 이런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땅과 물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프랑스 법률에 따르면, 사용되지 않는 스키 리프트는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률은 2017년 이후 건설된 리프트에만 적용된다. 리프트의 해체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폐쇄된 뒤 방치되고 있다. 낡은 스키장을 철거하고 자연 공간을 회복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단체 ‘마운틴 윌더니스’의 니콜라 마송은 “사람이 영원한 것을 만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결국 다 쓸모 없어진다.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과연 무엇이 남을까?”라고 말했다. 물론 지역의 일부 시민들은 오랫동안 스키를 즐긴 이 공간을 없애지 말고 기념물처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도 7년 동안 문을 닫은 세위즈 스키장의 생태계는 점차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풀을 베지 않은 슬로프엔 들장미가 자랐고 열매도 맺었다. 이 열매는 희귀종인 붉은부리까마귀와 같은 새들의 겨울 먹이가 된다. 가시가 있는 줄기는 봄에 새들이 둥지를 짓는 재료가 된다. 여름엔 이 언덕에 난초와 노란 용담꽃이 가득 자란다. 이 주변의 언덕은 이미 멧돼지, 노루와 같은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됐다. 니콜라 마송은 “10년, 20년, 또는 5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미 이곳은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 리프트가 철거되지만, 이 리조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5년 10월 한 사업자가 리조트 안의 호텔을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 중이다. 또 어린이 휴양 시설이나 매표소 등도 다른 이들에게 매각되거나 임대됐다. 또 겨울 주말이면 수십 대의 차량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옛 슬로프에서 산책하거나 개별적으로 스키나 썰매를 타기도 한다. 버려진 스키장을 연구하는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의 지리학자 피에르-알렉상드르 메트랄은 “이번 세위즈 스키장 사례에 대해 기계 설비만 철거하는 것인지, 산을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것인지 논쟁이 있다. 이곳은 스키장이 폐쇄될 때 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실험실”이라고 평가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쿠팡 대표 “새벽배송 해보겠다”…주·야간 노동 차이 없다는 주장 파문
- “민경욱 귀하”…이 대통령 연하장 받고 “윤석열은 안 주던데”
- 해병대 1·2사단 작전권, 육군→해병대로…작전사 창설 검토
- 안성기 위중…심정지로 이송돼 중환자실 치료 중
- ‘제야의 종’ 가수 양희은·션, 시민영웅 11명과 함께 울립니다
- 연예대상 펑펑 울린 발달장애 부부…“사랑하고 일하며 100살까지!”
- 지귀연도 질린 ‘내란 변호인’ 호칭 트집…“윤석열이 뭡니까?”
- 박나래 ‘주사 이모’ 출국금지…의료법 위반 혐의
- [총정리] ‘두 자녀’ 가구 400만원 카드 공제…새해 달라지는 것들
- ‘간판 일타강사’ 현우진, 4억 주고 교사에게 문항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