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안돼! 보디 체크 금지!...지구촌 곳곳 사로잡은 신종 스포츠

배우기 쉽다. 여럿이 한다. 다칠 일이 적다.
요즘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끄는 신생 생활체육 종목들은 대부분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기존 엘리트 스포츠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개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생활체육 종목이 사회적인 유대 활동을 위해 단체로 즐기는 포맷을 기본으로 한다. 또 선수끼리 접촉을 최소화하고 무리한 동작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경기 방식을 설계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룰은 가능한 한 쉽게 만들어 진입 장벽을 될 수 있는 대로 낮춘다.

테니스와 스쿼시를 개량한 빠델(padel)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테니스·탁구·배드민턴을 변형한 피클볼이 유행한다면, 유럽과 중남미, 중동에선 빠델이 생활체육으로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빠델은 1969년 멕시코 사업가 엔리케 코르케라가 자기 집에서 발명했다. 뒷마당에 테니스 코트를 만들기 어려워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코트를 설치해 자체 룰로 운동하던 게 시작이었다. 이후 친구인 스페인 왕자 알폰소 데 호엔로에를 통해 유럽에도 전파됐고 세계 각지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현재 90개 이상 나라에서 빠델을 즐기고 있으며, 세계 참여 인구는 35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르케라는 2022년 멕시코 의회에서 빠델의 창시자로 인정받았다.
빠델은 기본적으로 복식 경기로 치러진다. 최소 참여 인원이 4명이다. 코트 크기는 테니스 코트의 약 4분의 3 정도로 작고, 유리 벽이 설치돼 있어 전력 질주할 일이 테니스보다 적다. 공이 테니스공보다 덜 튀어 누구나 쉽게 움직임을 쫓을 수 있다. 서브는 언더핸드로만 한다. 허리, 어깨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요소다. 초보자들도 계속해서 랠리를 이어갈 수 있어 칼로리 소모 효과가 뛰어난 운동으로 꼽힌다.

미식축구를 안전하게 변형한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도 2028 LA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빠르게 인기가 오르는 생활 스포츠다. 1940~50년대 미군 부대에서 부상을 방지하면서 미식축구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단 미식축구의 필수 동작인 ‘태클’이 플래그 풋볼에선 금지된다. 옷 주머니나 벨트에 매단 깃발(flag)을 빼앗는 동작으로 태클을 대신한 데서 종목 이름이 탄생했다. 태클이 없기 때문에 미식축구처럼 헬멧이나 숄더 패드 같은 보호 장구가 필요하지 않고, 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유행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5대5 경기가 기본이며, 모든 신체 접촉이 반칙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연령대나 성별을 섞어서 경기하는 게 가능하다. 엔드존 앞 5야드 지점에 ‘노 런 존(no run zone)’이 설정돼 있어 이 구역에선 반드시 패스를 받아야만 득점이 가능하다. 역시 거친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군인들이 즐기던 플래그 풋볼은 1970년대를 전후로 학교 체육으로 도입되며 어린이와 여성들의 스포츠로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 들어 NFL(미 프로풋볼) 측이 전략적으로 플래그 풋볼을 보급했고, 2000년대부터는 여성 동호회 리그, 직장 리그가 급증해 미국을 대표하는 생활체육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참여 인구는 전 세계 25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플로어볼(floor ball)도 신종 생활체육 스포츠로 주목받는다. 1960년대 스웨덴에서 ‘얼음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스하키’라는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연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틱과 구멍 뚫린 공을 사용해 상대 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다.
스케이트나 보호구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아이스하키에 비해 진입 장벽이 크게 낮다. 또 격렬한 보디 체크 등이 금지돼 있어 어린이들도 부상 위험 없이 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세부 룰도 모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 만들어졌다. 일단 스틱 풀 스윙이 불가능하다. 공을 치는 순간 스틱 헤드가 무릎보다 높이 올라가면 반칙이다. 스틱을 상대방 다리 사이로 넣어서 공을 빼는 것도 안 된다. 팔이나 어깨를 써서 하는 몸싸움도 금지이고,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뜨는 점프 동작으로 공을 치거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골리 보호구역이 특별히 있어 상대 공격수가 들어가기만 해도 반칙이다.

플로어볼은 북유럽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 세계에서 300만명 정도가 즐기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일부 국가에선 축구만큼이나 생활체육으로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밖에도 탁구대 같은 보드 위에서 축구공을 넘기는 테크볼, 바닥의 작은 원형 네트에 공을 손으로 튕기는 라운드넷, 뛰는 행위를 금지하는 워킹 풋볼 등이 세계인들이 주로 즐기는 신종 생활체육 종목으로 꼽힌다.
국내에 피클볼을 들여온 생활체육 전문가 허진무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요즘 각광받는 이런 종목들은 모두 진입 장벽이 크게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방식이 쉬워 처음 접한 사람도 금방 시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여학생이나 어르신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렇게 다양한 생활체육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고 세대 간 교류를 돕는 수단도 되는 만큼, 더 많은 종목이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가 돼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文정부 블랙리스트’ 조명균 前 통일부 장관 집행유예 확정
- “휴가철 항공권 숨통 트이나”… 국제선 유류할증료 석 달 연속 인하
- 여름 생선의 제왕, 잡자 마자 반건조한 ‘여수 민어’ 한 마리 6200원 초특가
- 26년 맛집이 함흥냉면 1인분에 1500원만 받는 이유
- KB금융, 1000억원 규모 ‘AX디지털자산 펀드’ 설립
- 실외기 없는 이동형 에어컨, 16도까지 온도 확 낮추는데 36만원대 특가
- [속보] ‘통일교 1억원 수수’ 권성동, 징역 2년 확정...의원직 상실
- 헤그세스 美국방 “30세 넘은 군인, 남성호르몬 결핍 검사”... ‘테토남 전사’ 만들기 착수
- 野 “민주, 혈세 펑펑 특검 연장” “정치보복 상설기구인가”
- 안철수 “李대통령, 오세훈이 병풍이냐… 국무회의 연극 중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