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레벨2 자동차를 '완전 자동화'로 오해하는 사람들 [분석+]

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2025. 12. 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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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美 레벨2 주행차 판매 본격화
한국서 GM과 테슬라 경쟁
실제 운전 보조 기능에 불과
한국 법체계 준비됐는지 의문

어느 운전자가 움직이는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다. 운전석 핸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운전자는 잠을 잔다. 유튜브에서 자율주행을 검색하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GM과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자율주행차'를 본격 판매한다. 문제는 이들의 기술을 믿고 운전자가 운전대를 차에 맡겨도 되느냐는 거다.

GM이 레벨2 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에스컬레이드 IQ를 출시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 11월 19일, 서울 강남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GM의 신차 발표 행사가 열렸다. 이날 GM은 캐딜락의 고급형 SUV인 에스컬레이드를 전기차로 만든 '에스컬레이드 IQ'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건 이 차에 '슈퍼크루즈'라는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ㆍ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슈퍼크루즈는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 차간거리 제어 등을 운전자의 조작이 없이 자동차가 알아서 수행하는 '레벨2' 수준의 운전자 보조시스템이다. GM으로선 '에스컬레이드 IQ'를 통해 한국에서 자신들의 최신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 셈이다. GM의 슈퍼크루즈 적용차 출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다.[※참고: 현재 자율주행 시스템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6단계 레벨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상세 내용은 뒤에서 설명했다.]

# 그로부터 4일 후인 11월 23일, 이번엔 테슬라코리아가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 방식으로 배포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테슬라의 '감독형 FSD(Full Self-Driving)' 기능이 포함됐다. 감독형 FSD는 '레벨2' 단계의 운전자 보조시스템으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황에서 일부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 도로에서 감독형 FSD를 활용해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감독형 FSD 배포는 미국, 캐나다, 중국,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일곱번째다.

두 사례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는 거다. 그만큼 한국 자동차 시장의 위상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의 탑재 유무가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현재 자율주행 레벨이 매우 낮은 단계라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정한 6단계의 레벨로 나뉜다. '레벨0'은 운전자가 모든 것을 조작하고 제어하는 단계다. '레벨1'은 조향操向(달리는 방향)과 속도 중 하나만 자동화된 수준을 뜻한다.

'레벨2'는 조향과 속도가 자동화돼 있지만 운전자가 상시 개입해야 하는 수준이며, '레벨3'은 시스템이 운전을 조작ㆍ제어하되 시스템이 요청할 시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단계다. '레벨4'는 시스템이 주행ㆍ모니터링ㆍ비상 시 대처까지 담당하며, '레벨5'는 모든 도로 조건과 운전 환경에서 항상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단계다.

현재 레벨2 수준의 기술은 엄밀히 말하면 자율주행 기술이라기보단 '운전 보조 기능'에 가깝다. 일부 국가에서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건 그래서다. 독일이나 영국, 미국의 일부 주州(캘리포니아주)에선 이미 법원이 '완전자율주행'처럼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중국도 올해부터 용어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처럼 용어를 제한하는 이유는 운전자들이 낮은 레벨의 자율주행 기술을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이라 여겨 운전대에서 손을 놨다가 사고를 당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은 레벨4로 볼 수 있는데, 시장에선 4~5년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슈퍼크루즈와 테슬라의 감독형 FSD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GM과 테슬라가 홍보한 '레벨2' 수준의 기술을 믿고 운전대를 자동차에 맡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엔 이미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국도에서도 운전자들이 '자동운전'을 즐기는 모습을 찍은 영상들이 넘쳐난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절대 레벨2의 기능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언급한 것처럼 현재 '자율주행'이라고 언급되는 기술들은 운전을 보조하는 기술에 가깝다. 고속도로 주행 중 잠깐 기지개를 펴거나 음식을 집어먹을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사진|뉴시스]

아직은 운전자 자신을 믿고, 전방을 주시해야 할 때다. 제조사의 과장 광고에 현혹돼선 안 된다. 더구나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을 이용했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몫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니니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보험 적용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제도와 정책이지만, '규제 일변도'로 인해 융통성이 떨어진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나라처럼 자율주행 용어를 제한하거나 전용 보험을 개발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쉽지 않다. 레벨2 자동차 판매가 이제 본격화한 만큼 더 늦으면 대형 사건ㆍ사고가 잇따를지 모른다. 지금이 제도와 정책을 정비할 '골든 타임'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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