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 “〈혼모노〉의 기틀은 두려움 없이 쓰는 용기” [2025 행복한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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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문학계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혼모노〉 아닐까? 각종 서점과 매체에서 꼽은 '올해의 책' 순위에도 이 제목이 빠지지 않는다. 〈시사IN〉의 '2025 행복한 책꽂이' 설문에 참여한 출판 편집자 다수가 성해나 작가를 '올해의 작가'로 추천했다.
2025년,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혼모노〉를 통해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은 독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단순히 스스로를 위해 읽는다기보다 작가를 위하고, 작품을 사랑해서 따라 읽어주는 분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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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문학계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혼모노〉 아닐까? 각종 서점과 매체에서 꼽은 ‘올해의 책’ 순위에도 이 제목이 빠지지 않는다. ‘올해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사IN〉의 ‘2025 행복한 책꽂이’ 설문에 참여한 출판 편집자 다수가 성해나 작가를 ‘올해의 작가'로 추천했다. 간만에 보는 압도적 결과였다. 그들에게 성해나 작가는 “한국 소설 읽는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저자” “한국 문학의 감수성과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저자”다. “존재는 알아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동시대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되 “불화를 억지로 봉합하지 않지만 적어도 정확히 응시하게 하는” 작가이기도 했다. 요약하면 ‘한국 문학의 최전선’이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성 작가는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 등을 출간했다. 2025년,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혼모노〉를 통해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은 독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성해나 작가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는데.
감사하다는 말로는 늘 부족하지만, 그 말만큼 마음을 드러내는 적확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좋게 읽어주시고, 올해의 저자로 꼽아주셔서 감사하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시류에 운 좋게 합류하게 된 것 같다. 소설집이 사랑받고 화제가 되는 게 이채롭고, 반가운 현상이다. 단편은 시대의 한 단면, 한 인간의 순간을 담기 때문에 독해할 때 더 깊은 사유와 오랜 숨 고르기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편보다 독해하기 더 어려운 게 단편일 텐데 많은 분이 그 흐름을 잘 쫓아주신 듯하다. 작가가 만든 여백을 독자가 채우는 이 연대가 좋다. 이 연대에 기꺼이 동참하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크다.
〈혼모노〉에 실린 소설을 보며 첨예한 소재를 전면적으로 다룬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설의 소재를 어디서 얻고 구체화하나.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를 예로 들자면, 기차 탈 일이 많은데 용산에 자주 오다 보니 남영역을 지나칠 때도 많았다.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남영동 건물도 늘 눈에 밟혔다. 소설을 쓰기 전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탈바꿈한 원래의 대공분실 자리에 들른 적이 있다. 한창 공사 중이라 개축 중인 터만 구경한 뒤 용산을 산책했다. 그 터에서 조금만 가면 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전쟁기념관이다. 그 이어짐이 기괴하더라. 교통의 요지로 인식되어 그저 지나치는 이곳에 참혹한 역사가 녹아 있다는 게 새삼 인지되었다. 군부독재 시절의 고문 희생자나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 대한 서사는 줄곧 다루어졌지만, 고문이 행해진 공간과 그 공간을 지은 건축가에 대해선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이 왜 이런 건물을 설계한 건지, 이 공간이 어떤 문제를 지닌 공간임을 인지하고 지은 건지, 거기에서 비롯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은 있었는지 질문하며 구상을 시작했다.
윤리적으로 논란을 빚은 영화감독의 팬, 태극기 집회에 얼결에 참석해 따뜻함을 느끼는 한국계 이민자 3세, 남영동 대공분실이 연상되는 공간을 건축한 건축가, 어린 무당에게 신을 빼앗긴 30년 차 무당 등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내 소설에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들을 이해해보려 답사도 하고 취재도 하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공감이다. ‘나는 너를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네 입장에서는 이렇지 않을까’라는 속단 없는 마음으로 인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다른 몸이 되는 건 늘 이채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타자의 아픔과 기쁨을 여실히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은 기쁨의 편이라기보다는 슬픔이나 욕망, 결핍에 더 가까이 접해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애쓰는 것 같다. 그들의 생과 사를 단순히 ‘악’이나 ‘폐단’으로 방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2025년 〈혼모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가에게 이 소설집은 어떤 의미인가.
두려움을 견디게 한 하나의 발판이 된 것 같다. 쓰면서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왜 쓰는가’이고, 그건 전작에서나 〈혼모노〉에서나 변치 않았다. 다른 자문이 있다면 ‘무엇이 두려운가?’였다. 이전에는 소설 쓰면서 겁을 정말 많이 먹었다. 쓸 때 질문도 많이 하지만, 자기 성찰이나 검열도 자주 했다. ‘잘 쓰고 있나’ ‘인물이 윤리적인가’ ‘고증이 확실한가’. 하지만 이번 작품을 쓸 때는 그보다는 ‘이런 인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불편한 것을 애써 감추는 건 기만이고, 시대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런 지점을 오래 논했던 것 같다. ‘길티 클럽’이나 ‘잉태기’ 같은 작품을 쓸 때는 윤리와 비윤리의 지점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이전보다 겁 없이 쓰고자 했다.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거나 벽을 세우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두려움 없이 써보고자 했다. 그런 용기가 이 소설집의 기틀이 된 것 같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도 유명하다.
‘올해의 추천사’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그 한 줄이 강렬히 각인되니 전문이 가진 힘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중 ‘이 소설집은 (···) 한 사람의 마음으로 한 세상을 품는 글들이다’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내 소설을 나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짚은 평이 아닐까 싶다.

등단 직후 몇 년간은 작가의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나.
한때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되물은 적이 많았다. 무명기가 길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올 초부터 갑작스레 작품이 화제가 되고, 독자가 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 작품집이 좋은 얘기만 들은 건 아니었다. 악플도 받고, 작품에 대한 비난도 들었다. 처음 겪는 일이니 마음도 많이 써서 몸까지 축나더라. 속상하기도 했다. ‘나는 왜 힘든가’라는 질문도 자주 했다. 처음에는 문학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있지만 독자에 대한 믿음이나 애정이 커서 그런 것 같다는 답이 모였다. 나는 독자들이 내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읽어준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스스로를 위해 읽는다기보다 작가를 위하고, 작품을 사랑해서 따라 읽어주는 분들이 참 많다. 독자로서 나도 그랬다. ‘주다’는 피동이 아니라 능동이고, 진심이 오고 가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값지다고 여긴다. 그런 지점에서 고민은 늘 쉽게 해소되는 것 같다.
작가에 대해 ‘시대의 몸살을 함께 앓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에 관한 글을 쓰려 한다. 우리 사회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 통증을 기록하고 비틀며 재해석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시대의 상흔을 망각하거나 지우지 않고 작가의 시각으로 기록하는 게 ‘시대의 몸살’을 함께 앓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서문에 하이쿠가 한 편 실려 있다. “부자들을 위해/ 새눈에 대해 너절한 글을 쓰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여기서 부한 자는 ‘권력’을 의미할 텐데 권력에 복무하기보다는 항거하며 시대를 바꾸어나갈 수 있는 작은 지점을 찾아가는 게 문학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기억’이고, 그것을 오답 삼아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위해 1000만원을 기부했다.
글 쓰는 일 외에 사회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게 무언지 고심하다 기부를 결심했다. 전태일 열사의 55주기인 (2025년) 11월13일을 만기일로 정해두고 2024년부터 적금을 들었다. 전태일 열사를 늘 존경해왔고, 그분의 자취나 신념을 아로새기고 싶다. 전태일의료센터는 2028년에 건립된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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