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핀 개나리 꽃은 어리석지 않다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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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요즘 전국 어디에서나 꽃이 핀 개나리를 볼 수 있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시기에 맞춰 꽃을 피운 개나리와 진달래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따뜻한 겨울에 꽃이 핀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고 섭리를 거스른 철없는 반응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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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요즘 베란다에 둔 둥근잎꿩의비름 화분에서 꽃이 피고 있다. 원래 여름에 피는 꽃이다. 몇 년에 한 번 분갈이를 해주고 가끔 물을 주는 것 말고는 특별히 돌보지 않았는데, 볕이 적당했는지 잘 자라 꽃을 피웠다. 꽃이 필 때마다 신기함과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제철에 피지 않는다고 타박한 적이 없다.
며칠 새 기온이 내려가 겨울다웠지만,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12월~2월)'에 따르면 이번 겨울도 예년보다 따뜻할 가능성이 높다. 스칸디나비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티베트고원의 적은 적설량이 원인이라고 한다. 사람은 이런 예측에 근거해 미래를 대비하고, 동물은 더 유리한 곳으로 이동해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식물은 불리한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가는 걸까.
요즘 전국 어디에서나 꽃이 핀 개나리를 볼 수 있다. 꽃이 핀 영산홍이나 진달래, 인동덩굴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대부분 봄에 피는 꽃들이라 '철모르게 피어 안타깝다'는 사람도 많다. 현상만 보면 그럴듯한 생각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식물이라는 것을 안다면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시기에 맞춰 꽃을 피운 개나리와 진달래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불리한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아 번성하는 것은 자연선택의 원리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종자를 맺고 생활사를 완성할 수 있다면, 휴면을 고집한 다른 나무들보다 더 많이 번성할 가능성도 있다.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투쟁의 목적은 결국 종족 번식으로 귀결된다. 개나리와 진달래처럼 개화에 유리한 환경이 되면 언제든 꽃을 피워 종자를 맺는 방식을 택한 종이 있는가 하면, 불리한 환경에 적응해 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더 많은 종자를 남기는 종도 있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제비꽃은 초여름에 종자를 맺지만, 초가을에 또 한 번 종자를 만든다. 한여름 고온에서는 수정이 어렵고, 다른 풀들이 자라 작은 제비꽃을 가려 곤충 접근도 쉽지 않은 때 제비꽃은 꽃잎을 열지 않는 폐쇄화(닫힌 꽃)를 만들어 수정 과정 없이 종자를 맺는다.
이처럼 식물이 다양한 시기와 형태로 꽃을 피우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결과다. 따뜻한 겨울에 꽃이 핀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고 섭리를 거스른 철없는 반응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자연에 순응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려는 식물들의 눈물겨운 투쟁으로 바라보는 게 맞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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