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쿠팡 대표 "이의 있어" "그만하자" "사실 아니다"
[쿠팡 연석청문회] 쿠팡, 3000개 유출 셀프 발표… 정부 "3300만건" 쐐기
'꼼수 보상' 지적에 발끈 "1조7000억원 규모의 전례 없는 보상안"
2020년 장덕준씨 사망 사고에 "모든 책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Enough! (그만합시다)”, “제 통역사를 사용하겠다. 제 통역사는 유능하다. UN에서도 통역했다.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 제기하고 싶다”, “사실 아니다!”. 지난 17일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는 “위원님의 질문에 감사하다”, “사과한다”라며 저자세를 보인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청문회에 출석해 시종일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와 함께 쿠팡 연석청문회를 개최했다. 증인으로 해롤드 로저스 현 쿠팡 한국법인 대표이사와 박대준 전 대표이사는 출석했으나, 김범석 의장과 김범석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이사는 불출석했다.
먼저 질의 시작 전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가 준비한 동시통역기를 사용하라”라고 요구했는데, 해롤드 로저스 대표이사는 “제 통역사를 사용하겠다. 제 통역사는 유능하다. UN에서도 통역했다.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 제기하고 싶다”라고 주장했다. 거듭된 지적에 결국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동시통역기를 착용했다.

지난 25일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자가 특정됐다며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만 저장했고, 이 역시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도 없다” 밝혔다. 그러자 당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일방적 발표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다음 날인 지난 26일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문과 영문 성명서 두 가지 버전을 냈다. 그러나 국문과 영문 성명이 미묘하게 달랐다. 국문 성명에서 '불필요한 불안감' 표현이 영어 성명에서는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국문 성명에서 '억울한 비판' 표현이 영어 성명에서는 '잘못된 비난(falsely accused)'으로 표현됐다.
과방위 소속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유출자가 3000개의 계정만 저장했고 나머지는 삭제했다고 쿠팡이 주장했다”라고 묻자, 청문회에 출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동의할 수 없다. 3300만 건 이상의 이름·이메일이 유출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청·민관합동조사단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위 소속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false insecurity. falsely accused. 한국 정부가 가짜로 쿠팡을 공격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거 아닙니까? 이 해명은 누가 만들었어요? (사과문에) flase 라는 표현을 로저스 대표님이 알았나? 한국 정부를 공격한 거다. 미국 투자자만을 의식하고. 한국 고객은 봉으로 보고 한국 정부를 완전 무시한 표현이다. 한국이 뭘 가짜로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저희는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허위정보가 있다. 하지만 저는 매일 정부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저희가 뭘 혼자서 자의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흥분해서 말한 뒤, 두 손을 들어 보이며 “Enough! (그만합시다)”라고 소리쳤다.
지난 29일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보상안으로 '5만 원 쿠폰'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꼼수 논란이 불거졌다. 5만 원의 쿠폰은 로켓배송·로켓직구 등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 원), 알럭스 상품(2만 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두고 다시 쿠팡을 가입해야만 쿠폰을 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특히 보상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쿠팡 명품샵인 알럭스와 쿠팡트래블은 생소한 서비스라 보상이 아닌 판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무위 소속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이보다 더 나은 보상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는지만 답을 하시라고요.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저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노동위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故(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묻자,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장씨의 어머니인 박미숙씨가 나와 “덕준이는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 일하다 과로로 사망했다.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 승인 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해 힘들게 본사를 찾아가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비참함을 느꼈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죽은 미련한 노동자로 둔갑시켜도,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참혹한 주장도, 언론에 공개해 쿠팡의 이미지에 타격이 많이 갔다는 주장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미숙씨는 최근 제기된 김범석 의장의 장덕준씨 사망 사건 축소·은폐 지시 의혹을 언급하며 “그동안 쿠팡의 이 비열한 행동들이 이해됐다. 김범석의 한마디로 시작된 모든 의혹, 사망 직후 보인 언론 보도, 국회 로비, 민사 소송에서 보인 추악한 행태들, 존재하지 않는다던 CCTV를 분석하며 만들려고 했던 숨기고 싶었던 노동 현실”이라며 “덕준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전국을 돌며 거리를 헤매던 모든 순간이 김범석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고 산재신청과 민사소송으로 4년을 버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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