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다 골병 드는 ‘황혼 육아’...관절 지킬 뾰족수 없나?

김영섭 2025. 12.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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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버드대 “주당 20시간 넘으면 노쇠 가속화”... 60대 여성, 손목 엄지손가락 통증 심각/5분 스트레칭 매우 중요
튼실한 아이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 주로 맞벌이 자녀를 위해 손주를 돌보는 나이든 사람의 관절은 항상 '비상 사태'다. 육아 틈틈이 5분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자녀와 협의해 육아 시간 자체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 자녀를 돕기 위한 조부모의 헌신이 저출생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숭고한 희생 이면에는 나이든 사람들의 관절통이 숨어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발표한 '다세대 가구의 돌봄 실태 보고서'(2024년 1월)를 보면 손주를 돌보는 부모의 약 75%가 육아에 신체적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정기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나이든 사람의 약 64%가 요통과 무릎 통증을 일상적으로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역학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2023년 6월)에 따르면 주 20시간 이상의 과도한 돌봄 노동은 시니어의 신체 기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한계(임계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혼 육아는 물론 사랑이다. 하지만 그 신체적 소모의 대가는 너무 크다. 국제 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실린 스위스 바젤대 연구 결과(2017년 3월)를 보면 적절한 수준의 돌봄은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지만 주된 양육자로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고강도 육아(속칭 '독박 육아')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일으켜 조기 사망 위험의 원인이 된다.

이런 엄혹한 현실에 대한 의료 현장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은 "60대 이상 여성 환자들 사이에서 손목 건초염과 방아쇠 수지병 환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아쇠 수지병(방아쇠 수지 증후군)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 방아쇠에 딱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소리가 나는 병이다. 연구팀은 육아 과정의 반복적인 손과 손목의 관절(수부 관절) 사용이 이런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손목과 엄지손가락에 새겨진 통증은 헌신의 훈장이 아니다. 서둘러 관리해야 할 병적 신호다. 국제 학술지 《수부외과학 저널(Journal of Hand Surgery)》에 실린 논문(2014년 10월)에 따르면, 육아 보조 기구 없이 손목 힘만으로 아이의 머리를 받치는 습관은 시니어의 얇아진 힘줄에 영구적인 변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부외과학회는 2024년 11월 발표한 임상 가이드라인에서 "통증 초기부터 엄지손가락 보호대를 착용해 관절의 가동 범위를 제한하고, 수유 쿠션이나 힙시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하중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수술로 이어질 수 있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관절을 아끼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손주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육아 틈틈이 실천하는 5분 스트레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목을 보호하는 기도 자세 스트레칭으로, 양손바닥을 가슴 앞에서 마주 대고 아래로 천천히 내리며 인대를 10초간 늘려준다. 둘째, 허리 하중을 줄이는 무릎 당기기로, 바닥에 누워 한쪽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15초간 유지한다. 셋째, 의자에 앉아 다리를 일직선으로 펴고 10초간 버티는 동작으로,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늦춘다. 이런 동작을 좌우 번갈아 3~5회 되풀이하면 자연스럽게 5분이 된다.

황혼 육아는 조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에 기댈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시니어의 신체적 한계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가족 심리학 저널(Journal of Family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2016년 9월)에 의하면 조부모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자녀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육아 범위를 잘 협의한 가정일수록 세대 간 갈등이 적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복구하기 어렵다. 손주와의 소중한 시간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 조부모 스스로 자신의 몸이 내는 비명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당하게 자녀에게 휴식과 안전한 육아 환경을 요구하는 지혜가 특히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하버드대 연구에서 말하는 주당 20시간은 절대적인 기준인가요?

A1.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이 2023년 6월 《역학 및 공동체 건강 저널》에 발표한 데이터는 65세 전후 시니어의 신체 회복 탄력성을 근거로 합니다. 주당 20시간을 초과하는 돌봄은 정신적 유대감을 뛰어넘는 신체적 노쇠를 초래한다는 통계적 근거가 뚜렷합니다. 따라서 이 범위를 지키며 사회적 돌봄 서비스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2. 손목이 아파도 아이가 보채면 안아줄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인제대 일산백병원 수부외과 전문의들은 2024년 5월 가이드에서 보호대 착용과 지렛대 원리 활용을 조언합니다. 손목 힘만 쓰지 말고 팔 전체를 아이 몸 밑으로 넣어 가슴 쪽으로 밀착시켜야 합니다. 통증이 느껴질 때는 이미 힘줄이 부어오른 상태이므로, 즉시 보호대를 착용해 관절을 고정해야 합니다.

Q3.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육아 환경은 무엇인가요?

A3. 분당서울대병원, 경희대 의료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가장 먼저 실내 바닥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시니어의 허리 높이에 맞춘 전용대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를 씻겨야 합니다. 바닥에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자세는 시니어의 요추 디스크(추간판) 압력을 순간적으로 최대 4배까지 높이므로 위험하며, 이런 동작은 협착증을 일으키는 주범이 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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