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최고상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잔잔하게 웃긴, 현실적 가족에 대한 이야기

낄낄대다. 블랙 유머를 접할 때의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동사인 것 같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옴니버스 세 편 중 적어도 한 편에서는 분명 낄낄대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평소 타이밍이 만들어내는 부조화적 유머 코드를 즐겼다면 두 편 이상에서 웃고 있을 수도 있다.
3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지난 여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제목부터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잔잔한 영화라는 것도 금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 스펙타클하지도, 배우들의 연기가 감정의 심연으로 내려가 울부짖지도 않는데 왜 최고상 수상작일까, 잠시 궁금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배우들이 늘상 말하는 ‘현실연기가 제일 어렵다’는 고백에 비춰보면 천연덕스럽게 진짜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울러 미국 북동부 시골,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로 대륙을 옮겨다니고, 연결고리라곤 전혀 없는 세 가족의 단편적인 하루를 보여줄 뿐인데 결국은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는 걸 보면 이것이 과연 영화가 만들어내는 ‘장관’(스펙타클)이구나 싶어진다.
전체 제목을 ‘파더(아빠)/ 마더(엄마)/ 시스터브라더(남매)’ 로 세 등분 하면 그대로 옴니버스 에피소드의 각 제목이 된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미국 북동부 시골에 사는 홀아버지(톰 웨이츠) 를 뵈러 중년의 자식들이 오랜만에 귀향한다. 누나 에밀리(마임 바이말릭)와 남동생 제프(애덤 드라이버)도 서로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눈다. 차 안에서 남매는 ‘요즘 아버지가 부쩍 쪼들리시는지 금전적 부탁을 자주 해온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에밀리는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고 고백하는 반면, 누나보단 아버지와 감정적으로 좀 더 동화된 아들 제프(최근 이혼)는 ‘망가진 집 수리하시라고 돈을 조금 보내드린적이 있다’고 밝힌다.

전화상으로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아버지가 사는 집은 ‘식품 사막’(Food desert) 동네에 있어 신선한 식재료도 구하기 힘들고, 수도는 고장 나 물도 제대로 안나오며, 외벽 한쪽이 무너져 집 전체가 무너질 판이고, 전화는 요금을 못 내서 끊긴 상태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보니, 멀쩡하다. 허름한 담요가 깔린 소파는 한겹 걷어내면 꽤나 근사한 가죽이 숨어있다. 아버지는 대접할 게 수돗물밖에 없다고 물을 내왔지만 딸이 찬장을 뒤져보니 찻잎통도 숨어있다.
동양의 부모 자식간 도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아버지가 자식에게 불쌍한 척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뜯어’ 내려고 한다는 설정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제프와 에밀리가 아버지를 의뭉스럽게 생각하지만 정확한 물증을 잡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과 어리바리한 말투에서 슬슬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결국 아들보다도 더 좋은 세단을 모는 아버지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어떤 반응을 내놓을 지 스스로를 한번 관찰해보자.
자식이란, 품 안에서 벗어나면 일 년에 하루 이틀 겨우 볼까 말까 하는 존재가 된다. 어려서 세상의 전부였던 부모는 같이 늙어가는 나이가 되면, 짐처럼 느껴지고 같이 살기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형제자매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나면 경쟁관계처럼 서로의 삶의 수준을 비교하는 껄끄러운 상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부모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자식들은 하나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은 자식들끼리 더욱 끈끈해지며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자무쉬 감독은 지루할 틈 없이 끌고간 영화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에선 또하나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다. 첫 에피소드에 나오는 궁상맞은 아버지가 입고 있는 후드티(안감이 진홍색)를 비롯해,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어머니(샬럿 템플링)의 가운, 어머니의 기대에 맞춰 사는 모범적인 딸 릴리스(케이트 블란쳇) 등이 입고 있는 스웨터까지, 주인공들의 의상이 진홍색을 테마로 변주된다. 진홍색 테마에 대한 아이디어는 자무쉬 감독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이 옷들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생 로랑이 제작했다고 하니, 무언가 다를지 한번 살펴보자.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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