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청교육대 퇴소 뒤 스스로 목숨 끊은 노동자…대법 “국가, 유족에 배상해야”

삼청교육대 퇴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삼청교육대 피해가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국가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유족 등 2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유족이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통신케이블공으로 일하던 ㄱ씨는 1980년 부산에서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순화교육을 받고 강제노역을 했다. ㄱ씨는 그해 퇴소했으나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1986년 정신요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ㄱ씨 형은 “퇴소 당시 양팔과 손목 등이 철사줄에 묶여 고문받은 흔적이 있고, 온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전했다. ㄱ씨 유족들은 삼청교육대 피해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숨졌으므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3억9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하지만 원심은 “ㄱ씨가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등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이 발병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서도 “ㄱ씨가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등으로 생긴 정신분열증으로 ㄱ씨가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심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정신질환이 생긴 점만 인정해 ‘국가는 유족들에게 33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정신질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정신질환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ㄱ씨가 삼청교육대 퇴소일로부터 약 5년 6개월이 지난 후 자살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ㄱ씨는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등으로 정신분열증이 발병했고 그러한 정신분열증으로 심신상실 상태 등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발병한 정신질환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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