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배송 기사들 수면 중 혈압 높아 위험”
허용 노동시간 1.5배 초과해 과로 누적…“작업시간·물량 규제를”
고용노동부 의뢰로 진행 중인 연구에서 심야배송뿐만 아니라 주간배송을 포함한 택배노동 전반의 과로 위험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수면 중 혈압 이상 등 건강 지표를 근거로, 특정 배송 형태가 아닌 택배노동 전체에 대한 노동시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제5차 회의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김형렬 교수 연구팀이 노동부 의뢰로 수행 중인 ‘택배노동자 야간노동의 건강위험성 연구’ 중간보고서가 공개됐다.
연구진은 심야배송 택배기사의 혈압 데이터(3일치)를 측정했는데, 이 중 절반의 수면 중 혈압 하강폭은 정상 기준인 10%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수면 중 혈압 하강률이 5% 안팎에 그치거나, 수면 중 혈압이 오히려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 증가와 직결되는 지표로 평가된다.
택배기사들의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야배송의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평균 5.8시간이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8.7시간으로 1.5배를 넘었다. 주간배송 역시 최대 허용 노동시간 6.2시간에 비해 실제 노동시간이 12.1시간으로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은 주간노동자 4명(쿠팡)과 야간노동자 10명(쿠팡 8명, 마켓컬리 2명)으로 노조와 회사 추천을 고르게 받아 선정했다. 실제 노동시간을 최대 허용 노동시간으로 나눈 신체부하지수는 심야배송 1.51, 주간배송 2.04로 집계됐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 지수가 1.5를 넘을 경우 뇌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배송 환경은 노동자의 신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야간배송뿐만 아니라 주간배송 역시 과로 위험이 구조적으로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동시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주야간을 포함한 주당 노동시간은 40~46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간노동은 월 12회를 넘지 않도록 하고, 연속 야간노동은 최대 4일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0월 택배노조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쿠팡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1시간, 주 6일 기준 66.6시간에 달한다.
아울러 연구진은 노동시간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배송 마감을 ‘예상 배송시간’ 기준으로 전환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물량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택배기사들이 하는 소분류 작업과 프레시백 수거·세척 과정을 개선한다면 최대 허용 노동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분류 작업을 물류센터 단계에서 완료하고, 프레시백 회수도 배송 연결 가구에 한정하는 식으로 별도 가구 방문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이러한 중간보고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심야배송 규제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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