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19년 일본 통일교 “아베 총리, 선거 지원에 대단히 기뻐해”
일본 정계와 맺은 ‘기브 앤 테이크’ 모델을 한국에도 이식하려 한 정황

“(아베 총리가) 그(선거 지원)에 대해 대단히 아주 기뻐하고 안심하는 것 같았다.”
2019년 7월2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본부 총재실에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면담한 도쿠노 에이지 당시 신일본가정연합(일본 통일교) 회장은 통일교 수뇌부에 이렇게 보고했다. 한학자 총재에 보고된 ‘티엠(TM·True Mother) 특별보고’ 문건에는 일본 정계와 통일교가 긴밀하게 유착된 정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아베 전 총리 등 일본 보수 정치권과 대를 이은 ‘인연’이 있던 통일교는 자민당 후보에게 조직표를 몰아주고 실제로 당선자 배출에 기여했다. 통일교가 일본 정계와 맺은 ‘기브 앤 테이크’ 모델을 한국 정치권에도 이식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일본 통일교 “응원한 의원, 자민당만 290명”
일본 통일교의 ‘선거 응원 모델’은 한국에서도 배워가려고 할 만큼 체계적이고 치밀했다. 2018년 2월 도쿠노 전 회장은 한국 통일교의 영남권역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통일교와 정치권이 주고받는 ‘기브 앤 테이크’의 작동 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교구 현장의 장년 교인들을 중심으로 정치인들과 ‘콘택트(연락)’해 후원회를 결성하고, 후원회를 통해 정치인들을 ‘교육(통일교 사상 전파)’하고, 이들이 통일교의 행사에 참여해 축사를 하게 하는 방식이다. 도쿠노 전 회장은 “그러한 ‘기브 앤 테이크’ 관계성이 아직 한국에서는 그 부분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고,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자극적이었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당시 면담에 참여했던 영남권역 박아무개 5지구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영남권 정치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한일 해저터널’ 관련 사업의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아베 총리 면담 목적은 ‘선거 응원’
당시 티엠 보고를 보면, 도쿠노 전 회장은 “아베 수상이 추천하는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을 우리 단체가 어디까지 응원하는지 결의를 듣고 싶었다는 것은 명백했다”며 아베 총리의 면담 목적이 ‘선거 응원’이었다고 보고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는 10만표였는데, 이번에는 30만표로 하고, 최저 20만표를 사수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아베 총리가) 그(선거 지원)에 대해 대단히 아주 기뻐하고 안심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도쿠노 전 회장은 아베 총리와 동석한 하기우다 고이치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행에게 에르메스 넥타이도 선물했다. 도쿠노 전 회장은 “아베 수상은 대단히 기뻐했다”며 “단지 하나의 넥타이였지만 효과적이었다. 참어머님(한학자 총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선물을 통해 느꼈다고 본다”고 보고했다.
그 뒤 통일교의 조직표를 기반으로 당선에 성공한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은 도쿄 시부야의 통일교 거점인 ‘쇼토 본부’를 직접 방문해 ‘보은’에 나선다. 7월24일 보고를 보면, 도쿠노 전 회장은 “득표수는 약 18만표로 목표한 20만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난번 선거보다 약 4만표 늘어나 자민당 본부에서도 대단히 높게 평가되었다고 한다”며 “(기타무라 의원이) 우리 통일운동 덕분에 당선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므로, 금후에도 저희들과 운명을 같이 가겠다고 하는 결의를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만나면 꼭 이야기해달라”
2018년 10월11일 보고에는 일본 중견 정치인을 통해 한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치려 한 정황도 드러난다. 도쿠노 전 회장은 통일교와 가까운 사이였던 중진 중의원이 한일 국회의원연맹 총회 참석 차 방한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한일해저 터널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했다”고 보고했다.

아베 피격 직후 통일교의 범인 기록 삭제 정황
그러던 와중 2022년 7월8일 피격 사건으로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고, 범인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통일교 신자의 아들로 확인되면서 일본 통일교는 크게 당황했다. 일본 통일교 나라교구장인 김아무개씨는 피격 직후인 2022년 7월10일 보고에서 “범인인 야마가미 데쓰야를 알고 있는 식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일교도인) ㄱ씨의 아들인 점을 알게 됐다”며 “야마가미 데쓰야가 (일본 통일교의) 야마토고리야마 교회의 소속으로 돼 있어서 본부 회장님의 지시로 회원기록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인 야마가미 데쓰야의 어머니가 수억원의 헌금을 해 집안의 분쟁이 심해졌다며 “그런 가정환경인지라 범인도 교회에 원한을 가진 것 같다”고도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는 “에이(A) 수상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피해 : 참의원 선거 이후에 화살을 돌릴 수 있음-종교법인 말살-헌금 관련-브이아이피(VIP) 섭외기반 붕괴”, “한국 : 언론대응 이미 시작, 한국은 오히려 반아베 정서, 기독교가 적극 활용할 수도” 등 당시 상황에 대한 긴박한 자체 분석도 담겼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이름도 32차례 등장
‘기브 앤 테이크’로 일본 정치권에 ‘은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일본 통일교는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 뒤 정치적 스캔들과 함께 고액 헌금 문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해산 위기에 놓였다.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지난 3월 “(교인)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생활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빚어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양상이 악질적이고, 결과도 심각하다”며 해산을 명령했다. 통일교는 즉시 항소해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쪽은 30일 입장문을 내 "보고서의 유무나 내용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사의 (자민당과의 밀착 정황) 주장은 사실에 어긋난다"며 "야마가미 데쓰야는 당 법인의 회원이 된 사실이 없고, 상기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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