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역량 부족’, 정부 ‘관리 느슨’…갈길 먼 제도 개선 [계절근로자]③

조휴연 2025. 12.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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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 시행 10년. 계절근로자 수는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양적으로 확대됐습니다. 반면, 질적인 관리 시스템은 그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역량 부족에 허덕입니다. 정부의 관리도 느슨했습니다. 이 공백을 브로커들이 끼어들 고 있습니다. 제도 전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사업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 "맨땅에 헤딩하듯"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번역기 돌려가며 소통"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선발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입니다.

법무부가 주관하는 '업무협약'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해외 도시와 협약을 맺고, 인력을 유치하는 방식입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도 있습니다. 지역 농협이 주도해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방식은 '결혼 이민자 초청 방식' 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가 본국에 있는 4촌 이내 직계가족을 초청하는방식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업무협약' 방식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지자체가 외국 지자체로부터 근로자 유치를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만큼 지자체의 유치, 소통, 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 현장 곳곳에서는 역량 부족이 드러납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물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팀장급 공무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외국인 계절근로자 일을 했다"

그는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계절근로 담당자가 많아야 2~3명인데, 이들 가운데 필리핀이나 라오스, 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지침상으론 지자체 공무원이 해외 지자체와 직접 협약부터 인력 모집 관리까지해야 하는데, 사업 초반부터 '언어' 장벽에 가로막힌다는 겁니다.

농번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데, 당장 손은 급하다 보니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업을 했다는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니까 말이 안 되니까 제3자를 통해서만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번역기나 이런 것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했다" 고 털어놨습니다.

계절근로 사업을 운영했던 필리핀 공무원 역시 “숙련된 통역사가 동행했으면 한다”고 답변했다.


"대한민국 내에서 다른 지자체 공무원과 같이 일을 하는 것조차도 힘든데, 심지어 외국에 있는, 그것도 행정 체계가 우리보다 떨어지는 나라의 공무원과 일을 한다는 것 자체도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인력을 보내는 쪽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취재진이 찾았던 파에테시의 공무원 역시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공무원을 보낼 때는 숙련된 통역사가 동행했으면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자국민들을 보내고,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문제기 때문에 이런 협의에서는 언어 장벽이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계절근로자들이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근로 현장에서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 통역 인력 없는 지자체 '수두룩'… 1명이 800명 넘게 책임지기도

'소통'에서부터 문제를 겪는 지방자치단체들. 이런 형편에 놓인 곳이 얼마나 많은지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해 조사해 봤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계절근로자는 모두 9만 5,000여 명이었습니다.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여 곳이 '지자체간 협약' 방식으로 계절근로자를 받았습니다.

이 곳에 통역 인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30% 정도인 40여 곳이 선발해 둔 '통역 인력' 이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문 인력 없이 지역에 있는 결혼이민자에게 다문화가정 센터 등에 도움을 받아 그때 그때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기적인 관리는 커녕, 당장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40% 이상은 단 1명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임기제로 언어가 가능한 공무원을 채용해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통역 인력 수를 실제 계절근로자 수와 대비해 보니,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근로 현장의 통역 담당 인력은 입국하는 계절근로지의 규모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충청남도의 경우, 올해 계절근로자를 11,000여 명 받았습니다. 하지만 충남 지자체의 통역 담당 인력은 14명에 불과합니다. 이를 비율로 계산하면 통역 한 명이 800명 넘게 책임져야 하는 셈입니다.

14,000명이 배치된 전라남도 지자체의 통역 담당은 22명으로, 통역 대 근로자 비율이 1명 대 640여 명에 이릅니다.

강원도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통역 담당자는 대부분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하거나 일당을 주는 방식으로 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이민자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 자녀들이 어느정도 성장해 있고, 자차가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하다보니 이 부분도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소통부터 꽉 막힌 관리. 이 관리의 빈틈을 브로커가 비집고 들어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자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보니까 사실상 그 지자체 공무원들도 이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거를 그냥 되게 환영하신 거죠."

한국에서 피해를 입은 계절근로자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윤성민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현지 실정도 모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력을 유치해 오고, 관리하는 게 막막하기만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입장에선,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 동안은 그게 브로커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원래 그 '누군가'가 정부여야 할 겁니다. 제도의 특성이 국제 교류, 노동, 안전 등 포괄적인 사업인 만큼 정부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절근로자 사업을 담당하는 법무부의 인력은 5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 관리도, 법적 근거도 '느슨'

하지만 정부의 관리는 그동안 느슨했습니다. 무엇보다 10년 동안이나 계절근로자 관련 업무는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주무 부처는 법무부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계절근로자 담당 인력은 3명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에야 정부 차원의 통합 전담팀이 만들어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TF 팀을 꾸렸습니다. 그래도 인력은 5명이 전부입니다.

국제 협력, 다양한 사회 보험까지 체계적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하나의 조직이 갖춰져야 되는데 이 인력으로는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내부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두번째로, 법적 근거도 부실했습니다. 계절근로자 사업은 10년 가까이 법률이 아닌 법무부 내부 지침에 기대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브로커 개입이 드러나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었습니다.

고기복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자기(브로커)들이 인증받은 것처럼 소셜미디어에 굉장히 유포하고 있다"면서, "그걸 없애려면 가해자 브로커 행위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로커 개입 등 문제가 생겨도 제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침 상에 '근로자 배정 제한' 등 행정 조치를 할 수 있게 해놨지만, 이게 실제로 이뤄진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올해 7월 계절근로자들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한 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올해 관련법 개정…'종합 대책 마련'까지는 갈길 멀어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7월 계절근로자들의 법적 지위와 브로커 개입시 처벌 조항 등을 담은 관련 법들이 개정됐다는 점입니다.

'출입국관리법'에는 계절근로자 선발 과정에 3자가 개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여기엔 계절근로자 선발을 위해 법무부가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달아뒀습니다.

내년 2월이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브로커 개입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 확대 방안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당장 전문 기관의 경우 업무 범위가 불명확합니다. 인권단체에선 민간단체가 전문 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사실상 브로커를 양성화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 기관의 운영 예산이 8억 원을 좀 넘는 수준이라는 점도 문젭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내년 계절근로자는 10만 명이 넘는데, 이 예산으로 인력 관리를 총괄할 조직이 굴러가겠냐는 우려가 정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법무부는 광역지자체가 계절근로자 전문기관을 운영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역지자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인데 책임이 다시 지자체로 떠넘겨지는거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 처우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이 고령화로 위기를 겪는 우리 농업을 버티게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농어촌의 인력 부족 문제에서부터 농업 기반 지속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인권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단순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 이 아니라, 이들의 일할 권리와 안전할 권리까지 담는 대책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사 순서]
계절근로자① 농촌 일손 부족 메우는 계절근로자…무너진 코리안드림
계절근로자② 브로커 개입 '경고음'…"국제 분쟁 비화 가능성"
계절근로자③ 지지체 '역량 부족', 정부 '관리 느슨'…갈길 먼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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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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