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부터 가을장마까지, 새 정부 출범부터 한·미 관세협상까지 2025년 을사년은 그야말로 농민에게 종으로 횡으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태풍·천둥·벼락이 대추를 붉게 익히고 무서리·땡볕·초승달이 둥글게 하는 것처럼 새해 우리 농업·농촌도 한층 귀해지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농민신문’이 선정한 ‘2025년 농업·농촌 10대 뉴스’로 올 한해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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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덮친 화마…‘산불특별법’ 통과
올 3월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한 산불은 경북 안동·의성·영덕·청송·영양, 울산 울주군 등을 덮쳤다. 27명이 사망하고 산림 10만4000㏊가 소실됐으며 농작물 1952㏊, 가축 2만2000마리, 농기계 1만7158대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9월25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산불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피해주민의 목소리가 좀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농정 대전환’ 다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올해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짓자마자 임기를 시작했다. 이로써 6월4일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농정 대전환’과 ‘국가 책임 농정 구현’이라는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 국정과제에도 반영되며 정부의 새 농정 기조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통령은 첫 조각 당시 전 정권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는 파격 선택으로 농업계 안팎에 놀라움을 안겼다.
닻오른 ‘농심천심 운동’…농업 가치 알려
범국민 농업·농촌 운동,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이 닻을 올렸다. 농협이 선포한 이 운동은 ‘농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를 바탕으로 농업의 변화를 이끌고 가치를 알리는 활동이다. 올 하반기부터 우리농산물 소비촉진 캠페인, 신(新) 농촌 여행 프로그램, 보급형 스마트팜 설치 등이 활성화되며 운동에 속도가 붙고 있다. 농협은 올해 1000억원을 투입한 ‘우리쌀 소비촉진 운동’도 전개하며 쌀값 지지에 일조했다.
여름 이어 또…속수무책 ‘가을장마’
9∼10월 가을장마가 닥치면서 농민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막바지 수확작업을 앞둔 벼농가는 깨씨무늬병과 수발아·쓰러짐(도복) 피해에, 과수농가는 탄저병 확산에 발을 굴렀다. 보리·마늘·양파 등 파종작업, 콩·조사료 등 수확작업이 줄줄이 지연됐다. 정부는 벼 깨씨무늬병에 대한 재난지원금 436억원을 12월 지급했다. 단감·콩·팥 등 농가들은 농작물재해보험 보장 대상에 탄저병을 포함하고 피해 산정 규정을 현실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곡법’ 등 ‘농업 4법’ 개정
윤석열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농안법’과 ‘농업재해대책법’ ‘농업재해보험법’을 포함한 이른바 농업 4법이 개정돼 8월 공포됐다. ‘양곡법’은 타작물 재배 등을 전제로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농안법’에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하락할 때 차액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료·사료 등 영농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농자재 지원법’과 한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우법’도 제정됐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시장 추가개방 막아
한국과 미국 정부는 11월14일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협상 결과 미국은 당초 25%로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했고, 한국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산 원예작물에 대한 검역문제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심사과정 개선 등 비관세장벽 분야에서의 협력은 과제로 남았다.
농업예산 ‘20조원’ 시대 확정
정기국회 기간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여야는 2026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을 20조1362억원으로 확정지었다. 이로써 농업예산이 20조원 시대를 맞게 됐다. 내년 예산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2341억원,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전략작물직불제’에 4196억원이 배정됐다. 국회 심사에서 ▲공공형 계절근로 운영 농협 지원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예산도 추가로 반영됐다.
‘농어촌기본소득’ 내년부터 2년간 시행
농어촌기본소득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선정 지역주민에게 2년간 매달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10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7곳이 선정됐고 이달 3일 충북 옥천, 전북 장수, 전남 곡성이 추가됐다. 도별로 해당 사업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한때 도비 분담률 30%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지만 최종적으로 모든 대상지가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샤인머스캣의 몰락…포도산업 위기
샤인머스캣 시세가 5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포도산업 위기론이 확산했다. 10년 전 국내 첫 도입 당시 샤인머스캣은 고당도와 아삭한 식감으로 높은 시세에 거래됐다. 하지만 재배면적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소비부진에 따른 시세 하락이 심화했다. 정부·농가는 ‘글로리스타’ ‘퀸니나’ ‘코코볼’ 등 대체품종 육성·보급에 나섰다. 가공용 소비를 늘리고 대량 수요처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외면받는 국산콩…수요처 확보 우선
정부의 콩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으면서 콩농가의 불안감이 커졌다. 올해 콩 재배면적(8만3133㏊)은 전년 대비 12.3% 늘어났다. 특히 논콩(3만2920㏊)은 정부의 벼 재배면적 조정제 도입에 힘입어 46.7% 급증했다. 국산콩 생산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일부 업계는 가격차를 이유로 국산콩 사용을 외면했다. 한쪽에선 외국산 콩 원료난을, 다른 한쪽에선 국산콩 판로난을 호소했다. 국산콩 소비 활성화와 대체 작물 발굴이 현안으로 대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