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주기]기약없는 진실규명…절박한 외침에도 ‘침묵’만

조태훈 기자 2025. 12. 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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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 희생자 유가족들 절규 가득
아픔 떠안은 무안공항 아직 ‘올스톱’
여행업계 고사 직전·지역경제 휘청
진상규명 제자리·책임자 처벌 ‘0명’
"한 점 의혹 없이 원인 규명 최우선"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현장에는 추모객들이 매단 추모 리본이 걸려 있고, 시민들은 이를 바라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꼬박 1년 전인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우리나라 항공 안전 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명확한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역시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시간은 참사 당일에 멈춰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진실이 멈춰 선 사이 유가족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참사 이후 일부 유가족들은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한 채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이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답답함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증거 자료 공개와 책임자 처벌,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늘길이 막힌 무안공항의 시간도 멈춰 있다. 최근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6자 협의체를 통해 10년 넘게 표류해 온 민·군공항 통합 이전에 전격 합의하고, 무안에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지원 사업을 제시하는 등 공항 활성화의 청사진을 그렸지만 역부족이다. 참사 진상 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무안공항 재개항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의 먹구름도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안공항을 통해 해외 관광객을 모객하던 여행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항 인근 상권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가 공항 활성화를 위해 투입했던 항공사 손실보전금과 관광 홍보 예산 수백억 원도 사실상 매몰비용이 됐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현장 로컬라이저까지 만장행진을 통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 협의회 제공

1년째 이어지는 절박한 외침에도 돌아온 건 '침묵' 뿐이다.

참사 직후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항공 안전 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구조물과 충돌하며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위, 공항 시설과 관리 체계의 적정성, 감독 책임의 범위 등 핵심 쟁점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 사고의 윤곽을 넘어 책임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식 판단은 아직 없다.

사고 조사를 맡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항 정책과 항공 안전 관리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가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것을 두고,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줄곧 공정성과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조사 과정에서 핵심 자료 공개가 제한되면서 유가족 측에서는 이를 '깜깜이 조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조위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조사 체계가 바뀌고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남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철거 공사 현장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참사와 관련해 전·현직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항공사, 공항 운영 주체 관계자 등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권익위가 4개월 만에 내놓은 조사결과를 지금까지 사조위와 경찰은 뭘 했는지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개선 역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공항시설 관련 법·제도 정비와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기존 제도의 반복·보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9명의 희생은 단일한 실수의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시스템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가족들의 바람은 명확하다.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김유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 사고는 조류 충돌 가능성부터 기체 결함, 공항 공사와 시설 관리, 감독 책임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한 참사"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 점의 의혹 없이 원인이 규명돼야만 재발 방지를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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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