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처 받지 않는 거리, 나무의 배려 [일요일 새벽詩]
이승하의 ‘내가 읽은 이 시를’
이서연의 ‘사람이 나무 되어’
인간사와 다른 나무의 삶
서로 다치지 않는 거리

사람이 나무 되어
숨 쉬는 간격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가슴이 가슴으로 꽃 되고 푸름 되어
하늘향 나눠 주는 나무가 사람이면 좋겠어요
말 없는 거리만큼 침묵의 여백에서
마음이 마음으로 향기론 바람 되어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이 나무라면 좋겠어요
눈 맞춤 허물어진 흔들린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푸르른 벗이 되어
세상사 풀어가는 우리가 나무 되면 좋겠어요
「시조가 그린 풍경」, 국제PEN한국본부, 2023년.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걷는 동안 운동이 되고 누구랑 함께 간다면 인간적인 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에는 나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서연 시인은 나무의 덕목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우리가 나무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첫째 수에서 시인은 나무가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꽃을 보여주고 푸른색을 보여주고 하늘향을 나눠준다고 칭송한다. 나무는 밀집하면 영양소 섭취도 어렵고 서로가 그림자가 되기 때문에 생존에 어려움이 있어서 알아서 거리를 둔다. 논과 밭에 잡초가 있으면 생장에 지장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수에서도 "말 없는 거리만큼 침묵의 여백"을 강조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어떤 때는 불가근불가원이 좋을 때가 있다. 이심전심이 좋지 과다한 관심과 선물 공세, 폭풍 문자가 부담이 돼 멀어지기도 한다. 은근슬쩍 관심을 표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8/thescoop1/20251228073550657vauz.jpg)
연인 간의 사랑이야 열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라면, "눈 맞춤 허물어진 흔들린 일상에서/서로가 서로에게 푸르른 벗이 되어/세상사 풀어가는 우리가 나무"가 되려면, 책을 선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연세 높은 분들 앞에서 특강을 할 때면 조카나 손자ㆍ손녀의 생일이나 입학식 날 맛있는 것 사주지 말고 윤동주의 시집을 선물하라고 말하곤 한다. 나무는 다른 나무에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도움을 준다. 이런 관계라면 상처를 줄 리도 없다.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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