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2025 l 충무로의 이유있는 흉년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12. 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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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톱5 중 한편만 韓 영화...무려 4편이나 외화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년 흥행 1위에 등극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5년은 아마도 역대 충무로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연간 박스오피스를 보면 톱5 중 4편이 외화다. '좀비딸'이 홀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톱10으로 확장해도 한국 영화는 3편 뿐이다. 올해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는 또한 애니메이션이 특히 강세였다. 1위인 '주토피아2'(25일 기준)가 703만 명을 기록했다. 2025년 개봉된 영화를 통틀어 유일하게 700만 고지를 밟았다. 정상을 외화에게 내줬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주토피아2'가 없었던 2025년 누적 관객 1억 명 달성마저 위태로울 뻔했다. 2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성편'(568만 명), 5위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342만 명)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시리즈의 팬덤과 더불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두 작품의 앞선 이야기를 접한 이들이 영화관을 찾으며 팬덤이 확장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체 2위, 외화 2위에 오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스틸. 사진제공=CJ ENM

4, 6위는 "노장은 살아있다"고 외치는 작품이다. 각각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F1 더 무비'(521만 명)와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339만 명)이 차지했다. 두 영화를 본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외친다.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이제는 관객들이 '극장용 영화'와 'OTT 영화'를 가르는 모양새다. 관객몰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제작비를 줄이며 '더 싸게, 더 작게'를 추구하는 한국 영화들의 향후 설 자리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은 올해 한국 영화가 아닌 외화에 힘을 보탰다. 그가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17'이 국내 개봉돼 301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의 이름값을 고려할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흥행 톱10에는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 연말은 '아바타:불과 재'가 진한 마침표를 찍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3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세라면 2025년이 끝나기 전, 어렵지 않게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을 끌어내리며 톱5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앞서 1, 2편이 모두 1000만 고지를 밟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는 3편은 1000만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주토피아2'를 넘어 2025년 개봉된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거둘지 여부는 여전히 관심사다.

2025년 한국영화 흥행 1위 '좀비딸'의 스틸. 사진제공=NEW

이제는 한국 영화를 돌아보자. 배우 조정석이 지난해 영화 '파일럿'에 이어 올해도 '좀비딸'로 2년 연속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두 가지로 읽힌다. 여전히 한국 영화가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국 영화의 도약기에 인기를 끌던 코미디 영화로의 회귀라는 아쉬운 분석도 나온다. 또한 탄탄한 각본과 연출에 기댔다기 보다는 '조정석의 차력쇼'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평가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배우 강하늘,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야당'은 337만 관객을 모으며 7위에 랭크됐다. '내부자들', '부당거래' 등 다양한 누아르를 섞어놓은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야당'만한 만듦새를 보여준 한국 영화도 딱히 없었다는 것이 현주소다. 게다가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였다. 이런 핸디캡을 고려할 때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다. 294만 관객을 동원하며 톱10의 뒷문을 지켰다. 박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와 이를 절묘하게 연기한 배우 이병헌, 이성민, 손예진이 돋보였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배합한 '어쩔수가없다'의 선전은 박 감독이 선사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 할 만하다.

올해 극장가는 25일까지 누적 관객 1억 300만 명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거세던 2020, 2021년 1억 선이 무너졌지만 2022년부터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 2025년 최저 관객 동원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2026년이다. 코로나19 이후 제작 편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신작 흉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5년 연말에도 톱5 투자배급사의 신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흉년이 들었다고 이제는 씨앗조차 뿌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 내년에 풍년은 아예 불가능하다. 충무로의 참담한 현실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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