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부모에게도 ‘멘토’가 필요하니까

“어머니, 이제 뒤집으셔야 해요. 채소는 더 얇게 썰어주시고요.”
강사의 지시에 따라 엄마들이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옆 거실에는 이제 막 손을 짚고 걷기 시작했거나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들도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곳은 경북 예천군 도청신도시 아파트 1층에 설치된 공동육아나눔터 ‘0세 특화반’이다. 지난 23일 함께 만든 이유식은 ‘연두부 달걀국’과 ‘채소 팬케이크’였다. 이유식 요리 전문 강사가 조리 중간중간 아기의 성장 단계(초기·중기·후기)에 맞춘 이유식 조리법과 영양 정보를 설명했다. 엄마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첩에 받아 적었다.
전지현씨(38)는 “아이를 맡기고 요리 수업을 들으러 가면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큰데 전문 돌봄교사가 한 공간에서 아이를 봐주는 동안 이유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또래 육아 동지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공공 ‘영아 육아교실’
전문 돌봄교사가 아기 보살피고
부모들엔 요리·마사지 가르쳐
“예약 접수도 1~2분 만에 마감”
전혜미씨(41)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외로울 때가 많다”며 “이곳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엄마들을 만나 육아 정보를 나누다 보니 공동육아나눔터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
‘0세 특화반’은 경북형 돌봄 모델인 ‘K보듬 6000’ 가운데 생후 60일부터 만 1세 아기와 부모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이다. 전문 돌봄교사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엄마들은 베이킹·요리 강좌를 비롯해 산모 회복을 돕는 요가 수업, 아기 오감 발달 프로그램과 베이비 마사지 등 문화센터 수준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돌봄 프로그램은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도했다. 현재 도청신도시와 구미, 안동에 각각 1곳씩 시범 운영 중이다. 아파트 1층 매입 비용은 도와 시군이 절반씩 부담했으며, 이용료는 전액 무료다. 수유·수면·발달 등 영아 건강 전반을 다루는 전담 간호사도 이곳에 상주한다. 소아과에서 10년간 근무한 권경민 간호사(47)는 “아기 수면 시간 조절 방법이나 음식 알레르기 반응 확인법 등을 많이 물어본다”며 “산후조리원 근무 경험을 살려 산모 건강 관리 상담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0세 특화반’ 예천센터는 운영 한 달 만에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월 1일 같은 달 이용분 예약이 열리는데 접수 시작과 동시에 1~2분 만에 마감된다.
권인경 0세 특화반 예천센터장은 “현재 주 1회, 한 달 최대 4회로 이용 횟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횟수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영천이나 의성 등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이용자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1층이나 마을회관 등 생활권 내 돌봄 시설을 활용해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일·주말·공휴일 구분 없이 무료 돌봄을 제공하는 ‘K보듬 6000’ 역시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 시작 첫해인 지난해 7~12월 이용자는 2만2700명에 그쳤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1~10월에는 12만9168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12개 시군 66곳에서 운영 중이며, 도는 전 시군(22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정은 경북도 아이돌봄과장은 “출산 직후부터 첫돌까지는 수유와 수면 부족, 생활환경 변화로 부모의 신체·정신적 피로가 집중되는 시기”라며 “부모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육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0세 특화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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