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악마’ 디저트는 사실 ‘사랑의 언어’랍니다

박미향 기자 2025. 12. 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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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파티시에 막심 프레데릭
루이비통과 협업해 서울에도 개점
한국의 좋은 재료 가치 있게 활용
디저트, 축하·기념의 순간 담아
페이스트리, 사랑하는 순간 공유
막심 프레데릭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보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과일 타르트와 초콜릿, 견과류 등을 활용해 만든 케이크로 구조가 독특하다. 맨 위엔 별 대신 말 모양의 장식품이 올라가 있다. 막심 프레데릭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서양식 코스 요리 마지막에 등장하는 먹거리 디저트는 수세기에 걸쳐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며 독자적인 미식 세계를 구축해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손에 넣으려는 인간 심리가 기저에 깔린 세계다. 생존의 필수 요소가 아닌데도 기어코 찾게 되는 디저트. 인간은 화려할수록 비싼 디저트로 ‘길티 플레저’(죄책감을 느끼지만 엄청난 쾌락도 얻는 즐거움)의 늪에 빠지곤 했다.

‘달콤한 악마’란 별칭을 마다하지 않는 디저트가 날개를 펴는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산타나 루돌프 모양의 과자가 장식된 케이크는 성탄절 밤 가족 사랑을 확인해주는 데 충분하다. 케이크를 비롯해 상상을 초월하는 디저트 세계를 펼치며 지금 ‘세계 최고’라 칭송받는 파티시에(과자, 케이크 등 디저트를 만드는 제과사) 막심 프레데릭(36)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권위 있는 미식 시상식인 ‘라 리스트 2025’에서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파티시에’ 부문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2025’에선 ‘월드 베스트 페이스트리 셰프’ 부문을 수상했다.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개점에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달 28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이 공간의 한 축인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비통’을 총괄한다.

지금 ‘세계 최고’란 칭송을 들으며 국제적인 미식 상을 휩쓸고 있는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 막심 프레데릭. ‘르 슈발 블랑 파리’ 누리집 갈무리

―루이비통과 협업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파리 호텔 ‘르 슈발 블랑 파리’ 안 레스토랑의 디저트 총괄, 자신의 가게 ‘플랭쾨르’와 ‘아틀리에 누아제트 앤 쇼콜라’도 운영하는데?

“3년 전에 시작됐다. 루이비통은 서울, 런던, 상하이, 밀라노 등의 도시에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원재료의 중요성, 그것을 다루는 기술, 수작업의 아름다움을 현지 재료와 잇는 게 이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한국 페이스트리 셰프 등과) 레시피를 공유하고 교류하며 그들의 멘토 구실을 하는 것, 같은 목표 아래 모인 이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 등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플랭쾨르’에 대해 얘기해달라. 디저트만 파는 데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공간’이라고 알고 있다.

“파리지앵의 일상,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연 곳이다. 아내와 함께 운영한다. 지난 일요일(11월23일)이 1주년 된 날이다. 본래 나는 ‘불랑제’(식빵, 바게트 등 이스트 발효를 거치는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제빵사)로 출발해, ‘파티시에’(케이크, 타르트, 구운 과자 등 베이킹파우더 같은 팽창제를 쓰는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로 넘어간 사람이다. 노르망디 지역과 프랑스 남부 보르도와 툴루즈 사이에 있는 아쟁이란 곳 각각에 농장이 있다. 여기서 생산하는 달걀, 견과류 등을 재료로 쓴다. 조부모가 운영한 이 농장에서 자랐다. 농업과 단순한 생태계가 중심인 시골이다. 이 경험은 ‘플랭쾨르’ 운영 등 지금의 나를 이끄는 힘이다.”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안에 있는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비통’에서 막심 프레데릭이 초콜릿 등을 살피고 있다. 루이비통 제공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영상을 보여줬다. “이 농장은 6살 많은 큰누나가 운영한다”며 목가적인 풍경을 내밀었다. 한국의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소탈한 광경이 펼쳐졌다. 방목한 닭이 뛰어놀고, 그 닭이 낳은 알이 바구니에 수북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 곁에서 어깨너머로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그. 자연스럽게 “농업과 제과제빵의 교차점”을 찾는 데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이어 실시간 영상 통화가 계속됐다. 그의 4살배기 딸 오르탕스가 등장했다. 흙을 옷에 묻힌 채 뛰어노는 딸과 한동안 통화한 그는 영락없는 촌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디저트 셰프로 보이질 않았다. 기실 세련미는 소탈한 일상이 주는 안정감에서 나온다.

―한국 매장에 중점을 두는 점은? 한국인의 입맛을 연구했나?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를 만났나?

“제 가게에서 9년간 인턴으로 일한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있었다. 한국의 이 매장 운영을 위해 한국인 셰프 교육도 했다. 그들이 한국의 딸기, 복숭아 등 재료를 파리로 가져와 3주간 함께 테스트도 했다. 원재료 중에 제철 과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어린 시절 농가에서 배운 교육이 이를 알려줬다. 좋은 재료로 요리하고 농장의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도 익혔다. 매우 중요한 가치다. 제 목표는 한국의 훌륭한 재료를 최대한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과 프랑스 제과제빵 기술, 예술을 전수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농업으로 생산된 원재료를 사용하려 한다.”

―내년 서울에선 프랑스 디저트 각축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거장 피에르 에르메(64)의 매장이 이미 문을 열었고, 유명 셰프 알랭 뒤카스(69)의 초콜릿 매장도 곧 문을 연다. 그들 모두 예순이 넘은 원로이지만 명성이 높다. 그들과 경쟁하게 되었는데?

“피에르 에르메는 거장이다. 아직도 그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내 매장은 루이비통의 정체성과 독창성이 내 노하우와 연결된 곳이다. 차이점이 있을 거다.”

‘가장 창의적인 파티시에’란 평가를 받는 막심 프레데릭이 진두지휘해 만든 ‘르 슈발 블랑 파리’ 안 레스토랑의 디저트. ‘르 슈발 블랑 파리’ 누리집 갈무리

그는 파리 유명 요리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15살 때부터 제과제빵 기술 연마를 시작한 그는 21살 때까지 고향 노르망디에 있는 제과제빵 학교를 다녔다. 이후 파리로 넘어온 그는 이른바 ‘현장’에서 실력을 닦았다. “학교에서 기본기를 다졌고,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으며, 정말 많이 일했고 지금도 많이 일한다”고 했다. 실력자 세드리크 그롤레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의 오른팔로 6년간 일했다. 세드리크 그롤레는 과일 모양 디저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파티시에다.

―원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파티시에가 아니라 셰프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식사 마지막에 디저트가 나오면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념한다. 생일, 결혼식 등 중요한 날은 디저트가 중심이다. 결혼식에는 여러 층으로 올린 케이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생일에는 케이크에 촛불을 켠다. 페이스트리는 언제나 ‘축하의 순간’을 담는다. 그런 순간이 좋다.”

막심 프레데릭이 만든 디저트는 ‘맛과 시각적 효과를 모두 잡은 예술적 디저트’란 평가를 받는다. 막심 프레데릭 인스타그램 갈무리
막심 프레데릭이 만든 디저트는 ‘맛과 시각적 효과를 모두 잡은 예술적 디저트’란 평가를 받는다. 막심 프레데릭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는 자신이 만드는 디저트 중에 ‘할머니와 어머니의 리오레’(riz au lait, 밀크라이스 푸딩)를 최고로 꼽았다.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깊은 감정을 담은 특별한 디저트”라고 했다. 점토 항아리 안에 쌀과 오레오, 시나몬 등을 넣어 익히는 노르망디 전통 디저트다. 자신이 받은 국제적인 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산 인생의 반, 21년 경력이 보상받은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경험”이라고 했다. “페이스트리는 단순한 제과가 아니라 손과 마음으로 하는 작업이자 ‘사랑하는 순간’을 공유하는 작업”이라고도 했다. 지금도 그는 할머니의 말을 새긴다. “할머니는 ‘싸우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게 전쟁보다 더 어렵다고 했지요. 지금 같은 시대엔 더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페이스트리는 그런 ‘사랑의 말’입니다.”

소꿉장난처럼 작은 케이크를 만드는 딸 오르탕스에게 그는 묻는다. “케이크에 뭘 넣었어?” 딸이 대답한다. “아빠, 사랑이요.” 크리스마스의 사랑과 온기, 나눔이 스민 디저트 한입이면 성탄절이 완성된다.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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