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시베르스크 철수···종전협상에도 ‘타격’되나

김희진 기자 2025. 12. 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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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러시아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한 아파트 건물에서 응급 요원이 주민을 돕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공세에 격전지 중 한 곳인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 종전 협상에서 ‘영토 양보는 없다’고 못 박아온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의 주요 요새를 잃어 협상력이 한층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상대로도 대대적 공습에 나서면서 ‘크리스마스 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병사들 생명과 부대 전투력을 보존하기 위해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며 “러시아 점령군이 병력과 장비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도시는 우리 군 사격 통제 아래 있다”며 “도시에 남아있는 점령군을 격퇴하고 그들의 물류망을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시베르스크에서 최근 몇 주째 격렬한 전투를 이어왔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 시베르스크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철군 소식을 밝힌 데 비춰보면 이 지역은 러시아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고지대에 있는 시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통제권을 유지 중인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안스크에서 약 30㎞ 떨어진 곳으로, 두 도시를 방어하는 거점 요새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포기하라는 러시아 요구에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시베르스크 함락으로 도네츠크에 남은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들이 러시아군 공격에 더 위태로워졌다. 그동안 “러시아가 많은 땅을 차지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재차 영토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시베르스크 철수 소식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격전지뿐 아니라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새벽 러시아군이 무인기(드론) 365대와 미사일 30개 등으로 우크라이나 지역 최소 13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4세 아동을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서부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어 각지에선 정전이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전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이 지난 19일부터 미 마이애미에서 연쇄 회동하며 종전 협상을 이어가는 중에 이뤄진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란 것을 재차 보여준다. 러시아는 앞서 크리스마스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숨 돌릴 틈을 줄 뿐이라며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안전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벌인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살상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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