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AI와 노동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5. 12. 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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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기술들이 이제는 우리 업무의 핵심부로 침투하고 있다. AI는 제조, 금융, 의료, 연구개발, 사무 등 다양한 업종에 활용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풍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노동 현장에서는 ‘나의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우리는 AI와 노동이 공존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변곡점에 서 있다.

AI 도입이 가장 먼저 촉발하는 변화는 직무의 재편이다. 과거의 자동화가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은 전문직과 사무직의 영역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학력·고소득 직종일수록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이는 AI가 이제 단순한 업무를 넘어 데이터 분석, 기획, 창작과 같은 ‘인지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30년까지 약 9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억7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누구도 일자리 증감 정도를 확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경직된 근무제도나 조직 문화를 보다 유연하게 개편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기술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근로시간의 유연화, 직무 전환 용이성, 경직적 규제 완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동법제 및 관행의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며,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교육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과거의 교육이 표준화된 정답을 찾는 인재를 길러냈다면, 이제는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은 물론, 인간 고유의 영역인 ‘공감 능력’ 및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기술 변화의 속도가 교육 시스템의 속도를 앞지르는 지금,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재교육(Reskilling)’과 ‘숙련 향상(Upskilling)’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AI 도입 과정에서 기술의 혜택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 소위 디지털 격차가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기술 소외 계층이 노동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고용 보험 체계를 유연하게 재설계하고, 전직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AI를 활용한 채용, 배치, 평가, 보상, 해고 등에 있어서 그 결정의 투명성, 공정성, 편향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근로자에게 알고리즘에 접근할 권한을 인정할 것인지,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과 충돌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논의가 쟁점화될 것이다.

AI 시대 노동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꿈꾸는 상상력이 노동의 핵심이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술 혁신의 속도에 맞춰 사회적 혁신의 시계를 함께 돌려야 할 때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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