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92% 언급할 때, ‘뻥’일 확률이 92%”
구체적인 수치 말해, 지지자들에게 신뢰감 주는 효과
실제로는 포커에서 무심코 속마음 드러내는 습관처럼, ‘과장한다’는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요점을 강조할 때 큰 숫자를 즐겨 사용한다. 긍정적인 경우에 자주 쓰는 “tremendous” “huge” “beautiful”, 부정적일 때 ‘끔찍하다’는 의미로 쓰는 ‘disastrous’ ‘terrible’ ‘worst’ 등과는 또다른 차원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청중에게 보다 신뢰성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숫자는 주로 92에 맴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경우, 92%는 현실을 크게 벗어난 수치다. 올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웨인 카운티에서 기른 “기록적인” 크기의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이 지난번 대선 때 “그 카운티에서 92% 득표했다”고 밝혔다. 실제 득표율은 57.67%였다.
11월17일 맥도날드 행사에서 트럼프는 “걸프오브아메리카(멕시코만) 해안선의 92%가 미국에 속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46%다. 같은 달 11일 ‘재향군인의 날’ 인터뷰에서도 “이 멋진(fantastic/incredible) 사람들의 92% 정도가 나를 뽑았다”고 했다. 7월에는 농부들의 92%가 자신을 뽑았다고 했다. 그러나 출구 조사와 각종 선거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면, 재향군인의 65%, 농업이 주를 이루는 카운티의 78%가 그를 뽑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 4월에는 달걀 가격이 92%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미 노동통계국의 공식 자료는 ’12.7%’ 하락이다. 작년 11월 대선 직전 집회에서도 미국 언론매체들을 비난하면서 “모두가 병든 건(sick people) 아니고, 한 92%가 그렇다”고 했다.
트럼프의 ‘92% 사랑’은 베네수엘라 해역 봉쇄, 카리브해ㆍ동(東)태평양에서의 마약운반 의심 선박 공격에서도 되풀이된다. 그는 12월8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마약 선박 한 척을 파괴할 때마다, 미국인 2만5000명의 생명을 구해낸다.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의 양이 92% 줄었다”고 말했다. 이 92%의 근거는 어느 자료에도 없다.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는 사실 ‘2만5000명의 생명’도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추정하는, 2023년 한 해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는 사람은 약 7만3690명이다. 지금까지 28척의 마약운반 의심 선박을 파괴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2만5000명 X 28은 7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연간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보다 9배 이상이다.
또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은 코카인 같은 각성제보다,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탓인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 마약 선박을 파괴해서 막는다는 펜타닐은 베네수엘라와 같은 남미에서 들어오지 않는다.
마약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펜타닐은 멕시코에서 중국산 전구체(前驅體) 물질로 제조돼 미국으로 유입된다. 코카인 역시 주로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된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안데스 3국인 콜롬비아ㆍ페루ㆍ볼리비아에서 만든 코카인이 유럽으로 가는 경유국일 뿐이다.
미 해안경비대의 전직 고위 관리는 애틀랜틱에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카리브해나 동태평양에서 압수한 화물에서 펜타닐이 포함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계에 대해선 천재(statistical savant)”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틀랜틱 몬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92% 사랑이 포커에서 블러핑할 때에 무의식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내는 습관(tell)과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92% 언급이 늘 틀린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트럼프는 미국 재향군인부(DVA)에 대한 신뢰도가 92%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 달 설문 조사에서 재향군인의 92.8%가 DVA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에는 92%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92%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달라붙은 숫자일 뿐이고, 그 역시 정확성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 10년간 자신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미국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 것을 자신의 공(功)으로 내세웠다. “2015년 우리가 처음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미국 가짜뉴스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92%였지만, 지금은 의회보다 낮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2015년 갤럽 조사에서 미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40%에 불과했다. 10년 뒤인 지난 10월에는 28%까지 떨어졌다. 그렇지만 미 의회(17%)보다 낮지는 않다.
애틀랜틱 몬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92%를 언급할 때에는, 그가 그 수치를 꾸며 댔을 확률이 92%”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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