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표류하던 8조원 ‘차기구축함’ 사업… 李 “잘 체크하라” 보름만에 경쟁입찰 선회
최종계약까지 1년 가량 걸릴듯

방위사업청은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명 경쟁 방식을 통해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초도함) 건조 업체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경쟁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최신형 이지스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개발·확보하는 사업이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적기 전력화를 위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 이에 따라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수주가 유력시됐다. 방사청은 당초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을 지난해 7월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기본설계 과정에서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의 개념설계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화오션은 이를 문제 삼아 경쟁입찰을 주장해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기밀 빼돌려 가지고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뭐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러고 있던데, 그런 거 잘 체크하라. 크나 작으나 비리는 비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이 공정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경고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기밀 유출 사건으로 2년간 표류한 가운데 경쟁입찰 방식으로 최종 결론을 내면서 북핵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온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DX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돼 방사청은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최종 계약까지는 1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경쟁입찰을 강력히 주장해 온 한화오션은 “사업자 선정 방식이 이제라도 결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어 “향후 수주를 통해 해군력 증강에 기여하고, K-해양방산을 이끌 명품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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