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의 미래 운명을 누구 손에 맡길 것인가?

문성유 2025. 12. 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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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반복되면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확성과 루틴을 훈련하라는 뜻이다. 지난 2024년 6월 제주사회에서 제주홀대론이 불거졌었다. 2025년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경쟁에서 제주가 탈락한 뒤였다. 제주가 개최도시가 되는 것이 제주는 물론 대한민국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충분히 만들어서 접근했는 지에 대한 반성이나 평가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교한 논리 개발과 설득보다는 지역의 사회단체를 이용한 제주도 내에서의 여론전, 다시 말해 관제 데모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23년 초에 서귀포 혁신도시에 이전해와 있던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청으로 승격되어 인천으로 옮겨갈 때도 이미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 바 있었는데도 대응에 변화가 없었다. 정책변화나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뜬금없는 뉴스가 전해졌다. 제주~전남 해저터널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의원들과 해남군·완도군이 공동 주관한 제주~서울 고속철도 유치 토론회가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것이다. 공식 명칭이 「제주~서울 고속철도」인데, 제주도 서울도 아닌 어쩌면 제3자여야 하는 지역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제주 해저터널로 회자되지만, 국가정책 관점에서는 「제주~서울 고속철도」이다. 해저에 터널이 생긴다고 차량이 운행되는 것이 아니라, KTX 고속철도를 통하여 승객과 화물운송이 되는 것이다. 철도가 기후변화에 강건한 교통수단이기도 하고 대량의 화물수송기능이 있기 때문에, 항공과 해운에만 의존하고 있는 제주교통물류망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주도했는 지는 다른 문제이다. 

해저터널을 통한 연륙화는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정서적인 측면도 있지만, 제주 경제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요소이다.

섬이 연륙화하면서 정체성을 잃게 되는 사례는 많지만, 그 사례들은 자족적 경제구조를 가지지 못했던 경우에서 발생한다. 영국이 유럽과 해저터널로 연결되었지만, 섬나라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제주가 소규모 도서처럼 정체성을 잃게 될지, 영국처럼 섬의 특유성과 경제적 연결성을 가질 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영역이다.

도내 산업의 중심축인 관광산업 측면에서는 제주도가 경유 관광지로 전락해서 숙박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주에서 관광하고 전남에서 숙식을 하면서, 제주관광의 낙수효과가 전남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도내 숙박업소 공급과잉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우려할 수 있지만 손해가 될지 이익이 될 지는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물류가 연결되니 관련 비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환영 일색으로 마냥 반길 수도 없다. 철도교통이 되면 대량수송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겠지만, 승객이동의 교통수송은 고속철도로, 화물수송은 일반철도로 이원화되어 운송되는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고속철도의 화물운송 분담, 경우에 따라서는 철도를 통한 자동차 이동 등의 새로운 환승 및 환적체계 구성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더하여, 제주의 물류시스템이 항공 및 해운과 연계하여 수십 년간 운영되어온 바, 새로운 연계 교통·물류망 구성과정에서 도내 물류산업의 구조개편도 불가피할 것이다.

현 도정은 "제주~전남 해저터널에 대해 제2공항 건설을 마무리 짓고 논의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하였다. 정책변화나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데 가장 기초인 정책 정보 수집과 분석을 십수 년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주사회에는 해저터널에 대해 분명한 찬반 양론이 있지만 주장의 근거는 객관적이지도 치밀하지도 못하다. 객관적 근거없이 자기생각만으로 단정하는 뇌피셜 수준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수십 년간 중앙부처에서 정책결정을 담당했던 나로서도 찬반 어디에 서는게 맞는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 반면에 제3자의 공세는 매섭다. 이전에 전라남도 도지사가 직접 추진할 때와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해남군·완도군 행사에 축사를 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고,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해저터널 사업을 핵심 국가사업이라고 추켜세우며 군불을 열심히 때고 있다. 
문성유. ⓒ제주의소리

해저터널이 필요한 지는 제주도민이 제주도민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제주도가 주체가 되어 제주도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따져보는게 선행되야 함은 마땅한 일이다. 구한말 서구열강의 경쟁 속에 쇄국(鎖國)이 대안이었던 것으로 믿었던 우를 제주에서 범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The buck stops here"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는 의미로, 원자탄 투하 의사결정을 해야 했던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공과 과가 함께하기 마련이다. 이를 직면하는 것이 책임자가 할 일이고, 이에 대한 평가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과 우리 다음 세대의 운명이 다른 지역이 주도하는 담론에 이끌려 결정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외동포청의 인천 이전과 APEC 개최도시 경주 선정의 데자뷰를 다시 보게될까 하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