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문제 없다는 중개사 말에”…‘신탁 전세사기’에 우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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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34)씨는 지난 1월 보증금 4800만원에 월세 계약을 맺고 경기 고양시 지축동 ㅇ오피스텔에 입주했다.
세입자 ㄴ씨도 지난 8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탁사(수탁자)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호실에 대해 임대차 승인이나 동의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탁사 동의 없이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공매 절차에서도 보호받기 어려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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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데, 우린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요?”
ㄱ(34)씨는 지난 1월 보증금 4800만원에 월세 계약을 맺고 경기 고양시 지축동 ㅇ오피스텔에 입주했다. 결혼 7년차인 그는 아내와 상의해 내년 청약을 앞두고 임시 거처로 이곳을 택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에 ‘신탁’ 표기가 있어 수탁자 동의가 필요한지 중개인에게 여러차례 물었지만, “문제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중개인의 말과 달리 ㄱ씨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서, 이사를 앞두고 부부 중 한 사람의 월급 상당액을 대출로 충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입자 ㄴ씨도 지난 8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탁사(수탁자)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호실에 대해 임대차 승인이나 동의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임차권등기명령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ㄴ씨는 이사 3개월 전부터 기존에 냈던 보증금 3천만원 반환을 요청했고, 임대인 쪽으로부터도 “반환에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이사 하루 전날 임대인 쪽이 “법인에 돈이 없어 보증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경기 고양시 지축동 ㅇ오피스텔에서 전월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 사기에 이어 ‘신탁 사기’가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세입자 등 설명을 종합하면, 이 건물 94가구 가운데 40가구가 수협은행 명의로 신탁돼 있으며, 월세 12가구, 전세 5가구 등 총 17가구에서 16억3100만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계약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고 호소한다. 신탁 부동산은 수탁자 동의가 필수지만, 중개사는 “동의서를 받아 오겠다”, “임대인(위탁자) 명의 계약이면 문제없다”는 설명으로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신탁사 쪽은 “동의 없이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책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세입자들은 이런 계약이 무권대리(대리권이 없는 자의 대리행위)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탁사 동의 없이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공매 절차에서도 보호받기 어려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자금 조달 능력을 상실한 임대인이 보증금 미반환뿐 아니라 관리비와 공과금 역시 납부하지 않아 체납이 누적되면서, 전기·수도·난방 공급이 부분 중단되는 등 추가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피해 세입자들은 임대인과 중개인을 경찰에 고소해 피의자 조사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탁 사기’는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나, 성립되더라도 임차인 보호 장치가 없어 일반 전세 사기보다 취약한 유형으로 꼽힌다. 이에 국회에는 지난해 12월 신탁사가 아닌 자의 신탁 부동산 임대차 허용·동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신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근 변호사는 “신탁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세입자 보호가 공백 상태”라며 “신탁계약 위반 책임은 신탁사·위탁자 사이에서 정리하되, 세입자와의 임대차는 유효하게 보호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전세사기특별법은 부칙에 따라 2025년 5월31일 이전 계약으로 적용이 제한돼, 이후 계약 피해자는 보호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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